웹젠 저작권 침해 소송 건 엔씨, 2심서 승소
배상액만 169억원, 역대 최대 배상액
참고 판례 생겨, 향후 법적 분쟁에 영향 예상
[이데일리 김가은 기자] 저작권을 둘러싼 게임업계의 신경전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재판부의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판례가 나왔다.웹젠(069080)을 상대로 지난 2021년 소송을 제기한 엔씨소프트(036570)가 1심에 이어 최근 2심에서도 승소해서다.
지난 27일 서울고법 민사 5-1부(송혜정 김대현 강성훈 부장판사)는 엔씨가 웹젠을 상대로 제기한 저작권 침해 중지 등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웹젠이 지난 2020년 출시한 모바일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R2M’이 그보다 3년 일찍 출시된 엔씨의 ‘리니지M’ 콘텐츠와 시스템을 모방했다는 의견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다.
엔씨 리니지 게임 화면(왼쪽)과 카카오게임즈 롬 화면(사진=엔씨소프트)
2심 재판부는 “피고(웹젠)는 R2M을 일반 이용자들에게 사용하게 하거나 이를 선전, 광고, 복제, 배포, 전송해서는 안 된다”며 “엔씨에 169억1820만9288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는 국내 게임업계에서 진행된 저작권과 관련된 법적 분쟁 역사상 가장 큰 액수의 배상액이다.
다만 재판부는 엔씨가 주장한 저작권 침해가 아닌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을 근거로 판결을내렸다. 판결문을 살펴보면 재판부는 △구성 요소의 선택과 배열, 조합이 게임에서 차지하는 비중 △’리니지M과의 실질적 유사성 △엔씨가 1000억원이 넘는 개발비를 투자한 점 △게임 시스템의 명성과 고객 흡인력 등을 고려해 웹젠이 부정경쟁행위를 했다고 봤다.
현행법상 저작권을 인정받기 위해선 보호 대상이 ‘저작물’이어야 한다. 저작물을 판단하는 기준은 창작성과 인간의 심리적인 부분이 포함된 표현이다. 저작권 침해에 대한 소송에서 법원이 주로 들여다보는 건 모방의 여부다. 모방 사실이 확인된 후에는 아이디어의 모방인지, 표현의 모방인지를 따진다. 모방 범위가 아이디어에 머무르는지 아니면 표현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이다.
이번 판결에서 재판부는 저작권을 침해하고 표절했다는 근거로 엔씨가 제시한 구성 요소들이 여러 게임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규칙이라고 봤다. 또 유사해보이는 요소의 경우 사실상 장르적 특성에서 비롯돼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결국 타인의 투자와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를 부정하게 사용해 경제적 이익을 침해해 시장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사실까지만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은 향후 게임업계에서 나타날 법적 분쟁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게임 간의 저작권 법적 공방의 경우 재판부에서 참고할 만한 판례가 없다는 점이 발목을 잡아왔다. 게임이라는 콘텐츠 자체가 정보기술(IT)과 여러 문화 요소의 집합인 만큼 복잡성이 큰 데다, 과거 비슷한 일을 어떻게 판결했는지에 대한 사례도 없어 애를 먹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엔씨와 웹젠 간의 2심 판결이 향후 있을 여러 비슷한 사건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카카오게임즈·레드랩게임즈와도 저작권 침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엔씨 입장에서는 이번 판결이 긍정적인 상황이다. 웹젠은 대법원 상고를 비롯해 서비스 중단 판결에 대한 강제집행정지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법원에서 발간한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지식재산소송 상고심에서 결과를 뒤집은 경우는 7%에 불과해 대법원에서도 2심과 같은 결론을 낼 가능성이 크다.
엔씨 관계자는 “기업의 핵심 자산인 지식재산권(IP) 및 게임 콘텐츠가 법적보호 대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며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앞으로도 IP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가은 (7rsilver@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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