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프리미엄 패널, 카메라 모듈 지속 도전
애플, 생산지 이원화로 기술·원가 경쟁 대응
소니 장악한 이미지 센서 시장은 한국 호재
팀 쿡 애플 CEO가 WWDC24 기조연설에 앞서 청중에게 인사하고 있다. <사진=애플>
애플이 아이폰에 탑재되는 부품의 공급망을 다변화에 속도를 내면서 한국 핵심 전자부품 기업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엔드 스마트폰용 디스플레이인 저온다결정산화물(LTPO)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 한국의 점유율은 매출 기준 74.3%로 중국(25.6%)을 크게 앞섰다. 하지만 중국은 자국 내수 시장을 기반으로 OLED 개발과 양산 역량을 빠르게 높이며, 1년 만에 점유율을 1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LTPO OLED는 저전력과 고해상도 특성을 갖춘 프리미엄 패널로, 일반적으로 고급형 스마트폰에 사용된다. 애플은 아이폰16 시리즈 중 프로 및 프로맥스 모델에만 LTPO OLED를 적용하고 있으며, 일반 및 플러스 모델에는 상대적으로 범용 제품인 저온다결정실리콘(LTPS) OLED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아이폰 프로 라인업의 LTPO OLED 패널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전량 공급 중이다. 반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 BOE는 아직 LTPO OLED를 공급하지 못하고 있으며, 일반 및 플러스 모델에만 패널을 납품하고 있다. BOE는 수년간 프로 라인업 진입을 시도했으나 애플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BOE가 일부 아이폰 모델에 이미 OLED를 납품하고 있어, 프리미엄 모델 공급망에 진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도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스마트폰용 LTPO OLED 시장에서 28.9%의 점유율을 기록하며 전년(6.3%) 대비 4배 이상 성장했다. 이는 수익성이 높은 프로 라인업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LG디스플레이의 스마트폰 OLED 공급처가 사실상 애플 단일 고객에 집중돼 있어, 향후 BOE의 시장 진입은 위협이 될 수 있다. 카메라 모듈 부문에서도 상황은 유사하다.
LG이노텍은 아이폰 상위 모델에 고부가가치 카메라 모듈을 공급하고 있으며, 전체 매출의 80% 이상이 광학솔루션 사업부에서 발생하고 있다.다만 지난해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중국 업체들이 카메라 모듈 공급망에 일부 진입하면서 LG이노텍의 점유율이 감소했다.
반면 이미지 센서는 성장 가능성이 있다.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글로벌 이미지센서 시장 점유율은 소니가 약 54%로 1위, 삼성전자가 약 29%로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용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소니는 아이폰을 포함한 프리미엄 라인업을 중심으로 점유율을 확대해왔으며, 삼성전자는 갤럭시 시리즈와 중국 스마트폰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다. 애플은 그간 아이폰 카메라 이미지센서의 전량을 소니로부터 공급받아왔다. 그러나 애플은 최근 수년간 전체 공급망에 대한 다변화 전략을 본격화하면서, 이미지센서 분야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고화소 이미지센서 시장에서 2억 화소 ISOCELL HP 시리즈 등 초고해상도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며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한 저전력 설계, 듀얼 픽셀, 슈퍼 HDR 등 프리미엄 기능도 강화해 소니의 독점을 깨기 위한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애플, 공급망 1년 전 부터 구성 관리
아이폰 16 시리즈
애플의 공급망 결정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하지만 애플은 아이폰 등 주요 신제품 출시를 약 1년 앞둔 시점부터 핵심 부품의 공급망을 구성하고, 후보 업체를 대상으로 한 품질 검증을 본격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생산 일정의 정밀한 관리와 제품 품질의 일관성 확보를 위해 사전 협의, 테스트, 계약, 납품 등 전 단계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인 로드맵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
통상 신제품 출시 12개월 전에는 해당 모델에 적용될 부품의 기술 사양(RFQ·Request for Quotation)이 잠재 공급사에 전달된다. 애플은 사양 검토와 함께 샘플 제작 및 기술 미팅을 통해 협업 가능성을 타진하며, 해당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사의 기술 수준과 개발 역량을 확인한다. 2025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아이폰17 시리즈의 경우, 2024년 하반기부터 주요 부품의 기술 협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약 9~10개월 전에는 실제로 신제품의 프로토타입용 부품 공급이 시작된다. 이 단계에서 공급망 후보 업체들은 애플의 초기 품질 테스트(PQT)를 거치게 되며, BOE, 삼성전자, LG이노텍 등 부품사들이 집중적인 테스트와 품질 관리 역량을 집중하는 시점이다.
제품 출시 6~8개월 전에는 애플의 공급망 품질 인증(Qualification Test)을 통과한 업체가 정식으로 공급사로 확정된다. 이와 동시에 애플과의 공급 계약 체결, 양산 계획 수립, 설비 증설 투자 등 본격적인 양산 준비가 진행된다. 이후 제품 출시 3~5개월 전부터는 공급사들이 애플의 조립 파트너(폭스콘 등)에 부품을 대량 납품하기 시작하며, 해당 시기부터 애플은 부품의 수율, 납기일, 단가 등을 최종 조율해 안정적인 제품 출하를 준비하게 된다.
이러한 애플의 장기 공급망 전략은 기존 파트너사에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 기회를, 신규 진입을 원하는 업체에는 높은 품질 허들을 통과해야 하는 구조적 장벽을 만들기도 한다. 특히 소니, LG이노텍, 삼성디스플레이 등은 애플과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별도의 사전 검증 없이도 물량을 배정받는 경우가 많은 반면 BOE, 윙텍, 루미텔 등 중국계 업체들은 매년 애플의 품질 테스트 및 가격 협상을 통과해야만 공급망에 진입할 수 있어, 진입 장벽은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애플은 전략적으로 특정 부품군에서 2개 이상 공급사를 운영하는 듀얼벤더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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