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리는 탄핵심판 8차 변론에 출석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가 임박했다. 지난해 12월 계엄 사태로 요동쳤던 금융시장은 심판 결과에 따른 환율 변동성에 주목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원·달러 환율은 1460원대 후반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외환시장 전반의 경계감을 키우고 있다. 국내 정치 불안에 트럼프발(發) 관세정책 우려까지 겹치면서 고환율이 장기화하는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로 올라선 건 지난해 11월 말부터다.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글로벌 강달러 현상이 나타났다. 여기에 12·3 비상계엄 사태가 겹치며 환율이 추가 상승 압력을 받았다. 계엄 당일 원·달러 환율은 40원 넘게 급등하며 1446원을 기록했다. 이후 윤 대통령의 구속 취소 결정 이후엔 환율은 달러당 1450원을 돌파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의 탄핵 기각 소식이 전해진 지난 24일에도 외환시장은 요동쳤다. 오전 11시 무렵 1469.1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외국인 투자자는 국내 증시에서 주식을 대거 매도하며 환율 상승을 부추겼다.
탄핵 정국 속 극심한 변동성을 겪어온 만큼, 이제 시장의 시선은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로 쏠려 있다. 정치권에선 헌법재판소가 빠르면 다음달 3~4일 혹은 14~16일 선고를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4·2 재보궐 선거가 예정된 만큼, 헌재가 정치적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 초 선고를 피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대내외 변수로 환율 변동성 불가피…1500원 돌파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탄핵 선고 결과에 따라 환율이 더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정치적 불확실성이 장기화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수 있다. 이 경우 원화 약세 압력이 더욱 커지면서 환율이 1500원선을 돌파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반면 탄핵이 인용되면 국내 정치 리스크가 다소 완화되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가 회복될 여지가 있다. 다만 조기 대선 국면이 시작되면서 또 다른 정치적 변수가 등장할 수 있고, 글로벌 강달러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환율 하락 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탄핵 선고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지면서 시장이 반응하는 모습이며, 탄핵이 기각될 경우 환율은 1500원을 빠른 시간 내에 상향 돌파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탄핵이 인용되면 다소 안정을 찾을 것 같지만 현재 우리나라 경제 펀더멘털이 좋지 않아 1400원 초중반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영국 리서치 업체 캐피털 이코노믹스(CE)도 지난 26일(현지시간) 보고서에서 현재 1460원대 중반인 원·달러 환율이 연말 1500원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며, 내년과 후년 말까지 이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부 전문가는 탄핵 선고가 환율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은 대외적인 변수에 더 크게 영향을 받는다”며 “글로벌 외환시장은 미국의 상호관세와 같은 외부 변수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므로, 탄핵 판결은 부수적인 변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백 이코노미스트는 “다만 탄핵 선고에 따라 외교 관계가 달라질 수 있다”며 “현재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과 대화하지 않는 이유는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을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탄핵이 기각될 경우 외교적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기회가 생기고, 이는 환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환율이 당분간 과거 수준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불확실성 △한미 금리 차와 내수 부진 △한국 경제의 구조적 변화 △안전자산 선호 현상 등이 원화 가치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건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단장은 지난 19일 ‘쿠키뉴스 2025 미래경제포럼’에서 “원·달러 환율 1400원이 ‘뉴노멀’이 됐다”며 “구조적으로 1100~1200원대로 돌아오긴 힘든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단기적 환율의 흐름을 추종하는 것보다 긴 호흡에서 달러 자산을 포함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제언했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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