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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 대행진’에 앞서 열린 ‘야5당 공동 비상시국 대응을 위한 범국민대회’에 참여한 시민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도대체 왜’ 늦어지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 선고를 기다리는 갑갑한 심정을 ‘짧고 굵게’ 적은 문구가 새겨진 깃발이, 3월 말이라고 믿기지 않는 찬바람 속에 거세게 흔들렸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이 헌재에 접수된 지 106일째가 되는 29일 오후, 시민들은 극에 달한 불안을 호소하며, 여전히 대답 없는 헌재를 향한 규탄 목소리에 한층 힘을 실었다.

이날 윤석열 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비상행동)이 여는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 대행진’(범시민대행진)에 참여하려는 시민들로 서울 경복궁역 동십자각 일대는 이른 오후부터 북적였다. 갑작스레 추워진 날씨에 두터운 외투와 목도리로 몸을 감싼 시민들은 저마다 갑갑한 심정을 담아 손수 만들어 온 손팻말을 손에 쥐었다. 가슴이 뻥 뚫린 사람 그림에 ‘도대체 언제까지…’를 적어 만든 손팻말, 귀여운 캐릭터에 ‘참을 만큼 참았다’를 적은 손팻말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윤 대통령 탄핵 선고가 늦어지는 이 시점을 12·3 내란 사태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고 여겼다. 직장인 김아무개(58)씨는 “국회에서 탄핵소추안만 통과되면 다 끝난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이 정말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며 “재판관 두 명이 퇴임하는 18일이 임박했는데 헌재의 선고 소식은 없고, 국가는 그사이 무법천지가 되어가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29일 오후 ‘윤석열 즉각퇴진 사회대개혁 17차 범시민 대행진’에 참여한 한 시민이 만들어 온 손팻말. 임재희 기자

인천에서 온 최유정(33)씨도 “민주 시민으로서 민주주의를 지키려고 평화롭게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저쪽(윤석열 대통령 지지자)에서 위협하고 겁을 준다고 그 말만 듣는 게 아닌가 싶어 억울하고 답답하다”며 “국민들이 다 지켜본 명백한 사안에 대해 이렇게까지 결말이 나오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헌재도 내란에 동조하는 거로 느낄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온 부모들은 헌재의 조속한 판단으로 ‘미래’를 생각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염원했다. 딸 황은설(13)양과 함께 거리에 나온 에어컨 세척 기사 황호성(59)씨는 “나라가 멈춰있어서 먹고 사는 문제부터 너무 힘들다”면서도 “이 추운 날씨에 윤석열 파면을 위해서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것, 그 속에 나도 있었다는 걸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 이렇게 힘들게 지켜내는 나라인 만큼 미래세대가 더 잘 지켜달란 얘기를 딸한테 해주고 싶다”고 했다.

‘주문 피청구인 대통령 윤석열을 파면한다- 8살 딸아이 엄마’라고 적은 손팻말을 코팅해서 나온 정태미(45)씨는 “아이가 올해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아이가 사는 미래가 밝았으면 좋겠는데 힘든 상황만 보여주는 게 너무 속이 상한다”며 “(윤 대통령 탄핵이)아이에게 밝은 미래를 만들어주는 시작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범시민 대행진은 “내란심판 지연하는 헌재를 규탄한다”는 구호를 전면에 내세운다. 비상행동은 집회 뒤 헌재 주변 안국역 앞으로 향해 보다 직접적으로 조속한 탄핵 심판 선고를 요구할 계획이다.

임재희 기자 lim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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