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밤부터 내린 비 영향
경북 5개 시군 산불확산 무뎌져
영덕에서는 주불 진화 완료
영남 전지역 진화율 90% 넘겨
주말 동안 주불 진화 총력전
경북도 5개 시군 27만여명에게
1인당 30만원 긴급재난지원금
28일 오후 경북 의성군 안평면 신월리 야산에 산불로 까맣게 타버린 나무 위로 모처럼 파란 하늘이 보인다. 뉴스1
경상북도 5개 시군을 불바다로 만든 산불이 지난 27일 밤부터 다음날 새벽 사이 내린 ‘단비’ 덕분에 진화를 위한 ‘골든타임’을 맞았다. 밤사이 산림을 적신 비의 영향으로 산불 확산 속도가 더뎌진 데다 건조했던 대기도 촉촉해지면서 산과 산을 넘나들며 불을 번지게 하는 ‘비화(飛火) 현상’ 발생 가능성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산림당국은 산불 진화에 유리한 환경이 갖춰진 만큼 주불 진화에 총력을 집중하고 있다. 영남 지역에서는 지난 27일 울산 울주 산불이 완전 진화된 데 이어 28일에는 경북 영덕 산불도 완전 진화됐다.
28일 산림당국에 따르면 산불 피해를 본 경북 5개 시군에는 전날 오후부터 시작해 밤사이 1∼3㎜가량 비가 내렸다. 비록 적은 양이었지만 산불 진화에는 단비나 다름없었다. 이번 비로 헬기 운용에 장애로 작용하는 연무까지 많이 사라져 조종사들의 시야 확보도 유리해졌다.
이날 찾아온 절호의 기회에 산림당국은 일출과 동시에 진화를 위한 총력전에 나섰다. 진화 헬기 88대와 진화인력 5500여 명, 진화 장비 695대 등을 산불 현장에 투입해 시군마다 동시다발적인 진화 작업을 벌였다. 이날 낮 12시 기준 진화율은 의성 98%, 안동 90%, 청송 91%, 영양 95%에 달했다. 영덕은 이날 오후 2시 30분께 주불 진화를 완료했다. 같은 기준 경상남도 산청·안동 산불도 진화율 93%를 기록했다.
경북 영덕 산불 주불이 완진된 28일 오후 화마가 지나간 영덕읍 오십천변 둘레길에서 벚꽃이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뉴스1
산림청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산불영향구역 면적이 경북 5개 시군은 총 4만5157㏊, 경남 산청·안동은 1785㏊로 집계됐다. 전날 진화가 완료된 울산 울주 994㏊를 합치면 영남 산불영향구역 전체 면적으로 총 4만7936㏊로, 서울특별시 전체 면적의 80% 규모다.
영남 전 지역 산불 진화율이 90%를 넘었지만 산림당국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여기에 강풍 등으로 인해 주불을 잡지 못하면 경북 산불은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역대급 산불로 꼽히는 2022년 동해안 산불은 열흘간 이어지다 때마침 내린 비의 도움으로 간신히 진화된 바 있다.
특히 바람은 여전히 산불 진화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현장에서 강풍이 불 경우 비화 현상으로 인해 새로운 불씨가 만들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산불로 경북에서만 주택 2219채가 파손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전체 대피 인원은 3만6674명으로 이 중 6200여 명이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 생활을 하는 중이다. 이에 경북은 산불 이재민들을 위해 긴급 임시주거시설을 신속히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불 피해 5개 시군 27만여 명에게는 1인당 30만원의 긴급재난지원금도 지급하기로 했다. 경북은 도지사를 본부장으로 하는 ‘산불피해대책본부’도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이재민과 피해 주민들에게 필요한 자원을 신속하게 지원해 빠른 피해 복구와 일상 회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경남 산청·하동 산불은 이날 오전 9시 하동으로 번진 주불이 일단 잡히면서 ‘지리산 지키기’ 총력전에 집중하고 있다. 산림당국은 지리산권역 방어선 구축을 강화하고 헬기 43대와 인력, 장비를 집중 투입해 남은 화선을 잡는 데 주력하고 있다. 투입된 헬기에는 주한미군이 보유한 치누크(CH-47) 기종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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