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되돌림 안돼"…반대 의견 거듭 강조하며 정부와 불협화음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주요 현안 관련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2025.3.1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박승희 기자 = 정부가 국회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시한이 내달 5일로 다가온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8일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에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는 적절치 않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보냈다. '거시경제·금융현안간담회'(F4 회의)에도 돌연 불참하며 정부와 대립각을 선명히 드러냈다.
금감원에 따르면 의견서에는 재의요구권 행사 시 주주 보호 논의가 원점으로 회귀 돼 사실상 재논의 추진 동력을 얻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이 행사되면 자본시장법상 원칙 규정 도입에 국회 합의를 기대하기 어려워 교착상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다.
재의요구권 행사 시 시장에서는 정부의 주주가치 제고에 대한 의지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고 향후 자본시장법 개정 가능성에도 회의적 시각이 확산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견서에는 '이사 충실 의무 확대' 관련 상법 개정에 국내 개인 투자자들도 찬성 의견을 다수 보내는 데다, 해외 기관 투자자들도 지배구조 문제 해결을 위해 상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상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은 세부 사항에 차이가 있을 뿐, 주주보호원칙 선언이라는 본질상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 금감원의 의견이다. 상법 개정안이 자본시장법 개정안과 달리 비상장회사 및 합병 등 자본거래 외 모든 거래에 적용되지만 우려되는 점이 적다고도 설명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 통과 시 부작용 우려에 대해서는 제도적 보완을 통해 최소화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사의 책임 명확화를 위해 △경영판단의 과도한 형사화 방지 △면책 가이드라인 등 안전항으로서의 절차규정 마련 △소송리스크 보호장치(임원배상책임보험제도 등) 정비 등으로 경영위축 우려가 해소될 수 있단 것이다. 주주 충실의무는 사실상 지배주주와 일반주주의 이익이 상충하는 상황에서 적용되기에 지분이 분산되지 않은 소규모 비상장회사에 대한 적용 가능성이 작다는 점도 부연했다.
국내증시 저평가 원인인 기업지배구조 및 투자자 보호 미흡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주주 이익 보호에 대한 강력한 의지 표명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감원의 입장이다. 단기적으로는 긍정·부정 양 측면이 모두 존재하나 과도한 형사화 방지 장치, 합병 등 거래의 합리적 절차 마련, 사외이사 보호 제도 도입 등 제도적 보완을 통해 부정적 영향을 상쇄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이 장기간의 논의를 거쳐 국회에서 통과된 현재로서는 재의요구를 통해 그간의 논의를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비생산적이며 불필요한 사회적 에너지 소모 등 효율성을 저해한다고도 강조했다.
이 원장은 이날 오전 비공개로 열린 F4(Finance 4)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 밤늦게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F4 회의는 거시경제와 금융, 통화당국 수장의 모임이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병환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이 참석자다.
이 원장은 그간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권 행사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정부 여당과 재계는 거부권 행사를, 이복현 금감원장은 개정안 찬성을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서면서 충돌하는 양상을 보여왔다.
이 원장은 당장 이틀 전에도 정부와 불협화음을 냈다. 이 원장은 26일 오전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상법 개정안을 밀고 나가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하지만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같은 날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그 부분(상법 개정안)에 대한 대안으로서 자본시장법 개정을 우선하거나, 대안을 놓고 논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며 "현재도 그 입장은 같다"며 온도 차를 보였다.
전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만난 경제 6단체장은 상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했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상법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관가에서는 내달 1일 국무회의에서 한 권한대행이 재의요구권 행사를 의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seunghe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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