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 주총 앞서 상호주 관계 형성 놓고 양측 치열한 수 싸움
주총 직전까지 긴박한 흐름… 최윤범 측 경영권 수성 청신호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이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복잡한 구도로 전개되고 있다. 고려아연이 해외 계열사를 통해 영풍과 상호주 관계를 형성하며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기로 하자 이를 무효화하려는 MBK파트너스와 유지하려는 고려아연 측의 수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됐다.
고려아연의 호주 자회사 썬메탈홀딩스(SMH)는 28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 호텔 이태원에서 열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장외에서 영풍 주식 1350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SMH의 영풍 지분율은 10.03%이 되면서 영풍과 상호주 관계가 다시 형성됐다.
영풍이 전날 저녁 진행된 정기 주총에서 1주당 0.04주의 배당을 결의해 SMH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떨어뜨리며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의 상호주 관계를 해소했다고 밝힌 지 하루만이다.
상호주 관계 형성은 이번 정기 주총에서 MBK·영풍 연합의 경영권 장악을 막기위한 고려아연의 핵심 수단이다.
SMH는 지난 12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이 보유한 영풍 지분 10.3%를 현물 배당받아 '고려아연→SMH→영풍→고려아연' 구조의 상호주 관계를 형성했다. 상법 369조 3항은 자회사가 모회사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면 모회사가 의결권을 상실하는 상호주 제한을 규정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활용해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려는 전략이었다.
MBK와 영풍은 의결권 행사를 허용해 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법원은 지난 27일 상호주 관계 형성이 유효하다고 판결했다. 이로 인해 이번 주총에서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승기를 잡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반전이 일어났다. 영풍이 같은날 저녁 열린 정기 주총에서 주식배당으로 SMH의 지분율을 10% 미만으로 낮춰 상호주 관계를 해소한 것이다. 영풍의 주총은 오후 6시가 넘어서 시작됐고 상호주 관계 해소 발표는 오후 10시쯤 이뤄졌다.
상호주 관계 해소로 영풍의 의결권이 부활하며 MBK·영풍 측으로 다시 승기가 기우는 듯했으나 고려아연의 재반격이 이뤄졌다. 정기 주총 시작 시간인 오전 9시에 앞서 SMH가 장외에서 영풍의 주식을 추가로 매수, 지분율이 10%를 초과해 상호주 관계를 재형성한 것이다.
이를 근거로 주총 의장을 맡은 박기덕 고려아연 사장은 오전 11시30분쯤 주총 개회를 선언하면서 이날 영풍의 의결권(25.4%)이 제한된다고 밝혔다.
영풍 측은 크게 반발했다. MBK·영풍 측 법률 대리인은 "SMH가 보유한 영풍 지분율이 10%를 초과했다고 했는데 언제, 어떤 경위로 취득했나"라며 "영풍은 SMH으로부터 주식 취득과 관련한 어떠한 서류도 받지 못했고, 상호주 제한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고려아연 법률 대리인은 "회사는 SMH로부터 오늘 주식 확보 통지를 받았고 여기엔 잔고 증명서와 거래 내역서가 포함돼 있다"며 "주식 취득 시점은 주총 시작 직전"이라고 맞섰다.
통지를 받은 정확한 시점을 밝히라는 영풍 측의 요구에 고려아연 법률 대리인은 "8시54분39초"라며 "당초 주총 시작 시점인 9시 전에 통지됐기 때문에 상호주 관계가 형성됐다고 본다"고 받아쳤다.
영풍 측은 "잔고증명서는 사적 서류로 SMH가 현재 그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 소유자 증명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고려아연 측은 "소유자 증명서는 주주가 회사에 권리 행사를 할 때 제출하는 것"이라며 "이번 건은 주주의 권리 행사가 아닌 권리 취득을 회사에 통지한 것이기 때문에 잔고 증명서와 거래 내역서 만으로 충분하다"고 일축했다.
이한듬 기자 mumfor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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