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측에 공식 답신도 보내…"우리 입장 설명"
외교관계전략위원회(SCFR) 카말 카라지 위원장 [SCFR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스탄불·서울=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서혜림 기자 =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측근 인사가 자국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미국과 소통할 뜻을 거듭 내비쳤다.
27일(현지시간) 이란 최고지도자의 자문기구 외교관계전략위원회(SCFR)에 따르면 카말 카라지 위원장은 SCFR 홈페이지를 통해 "이란은 모든 문을 닫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상대를 평가하고, 조건을 제시하고, 이에 따라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간접적인 협상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 24일 압바스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이 "간접 협상의 길은 열려있다"고 발언한 취지를 재차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아락치 장관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핵 협상 제안 서한에 대한 공식 답변을 보냈다고 27일 밝히기도 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아락치 장관은 이날 이란 국영 IRN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오만을 통해 미국에 답신서를 보냈다며 "이 공식 답변에는 현 상황과 트럼프 대통령 서한에 대한 우리의 입장이 다른 당사자(미국)에게 완전히 설명된 편지가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해당 편지의 구체적인 내용과 답신 시점을 공개하지는 않았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막기 위해 고강도 경제제재를 부과하는 '최대 압박' 정책을 펴고 있으며, 지난 7일 핵 협상을 촉구하는 서한을 아야톨라 하메네이에게 보냈다고 지난 7일 밝힌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이란에 '2개월 시한'을 제시하면서 이란이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군사행동을 취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지난 17일 서한 수령을 확인하며 "면밀히 검토한 후 답하겠다"고 밝혔다.
이란이 미국과 소통할 뜻을 밝힌 것은 최근 미국이 중동 지역에서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인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최근 예멘의 친(親)이란 반군 후티를 겨냥한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펴며 이란을 향해서도 후티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라고 압박했다.
홍해에 항공모함 전단을 추가 배치하는 등 역내 군사력 증강에도 나섰다.
이날 카라지 위원장은 "지금 미국 행정부는 '전쟁 아니면 협상'이라는 정책을 밀어붙이기 위해 심리전을 벌이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언급했다.
카라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발언, 그의 서한에 대한 미국 일부 관리들의 모호한 언급과 언론 보도 등은 이란 안에 거짓된 낙관주의와 혼란, 양극화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려는 의도"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또 "미국의 진짜 전략은 이란이 경제적 제재와 군사적 위협의 그늘에서 협상하도록 유인하는 것이며, 원칙이 불분명한 협상을 강요하는 것"이라며 "과거 경험에 비춰보면 상대의 약속을 신뢰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2015년 이란은 미국 등 서방과 이란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도달했지만 3년 뒤인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이를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제재를 복원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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