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공개
에너지부 "민감국가, 핵 관련‧민감기술 시설 보호" 목적
외교부 "핵무기 개발 관련 70년대 핵정책에 대한 우려"
대책회의서는 "양국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요인"
연합뉴스
30년 전 한국이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명단에 올랐을 당시, 우리 정부가 '미국의 핵 관련 기술, 민감기술과 시설을 보호하려는 것'이 목적이고 한미협력의 장애요인이라고 판단했던 사실이 드러났다.
올해 초 미국이 한국을 다시 민감국가에 올려 논란이 되자 국내 핵무장 여론이 배경이 된다는 의혹에 선을 그으며 '큰 일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외교부 제공
28일 외교부가 공개한 외교문서에는 1994년 1월 서울에서 열린 '제15차 한미 원자력 및 기타 에너지 공동상설위원회' 준비 과정이 담겨 있다.
문서에 명시된 에너지부 내부 규정은 '중점관리국가(sensitive country·민감국가)' 지정의 목적은 "미 에너지부 산하 연구시설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로부터 핵관련 기술, 민감기술과 시설 등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에너지부는 내부 시설과 자료를 '민감기술'을 핵무기 생산기술, 원자력 관련기술, 군사용 컴퓨터 개발 기술 등으로, '민감시설'을 특별 핵물질 또는 비밀물질 관련 시설로 구분했다.
미국은 당시에도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지만, 우리 정부는 박정희 정부 당시 추진한 독자 핵무장이 배경인 것으로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
대책회의 자료를 보면 과기공동위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민감국가로 지정되는 여러 이유들(핵비확산, 국내불안정, 테러리즘 등)이 나열되어 있으나 한국이 어떤 이유로 민감국가로 지정되었는지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라고 기술됐다.
다만 외교부 내부 검토 자료에는 "핵무기 개발과 관련해 70년대 한국의 핵정책에 대한 (미국의) 불신과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적히기도 했다.
이에 우리 정부 내 대책은 한국의 핵포기 의지를 강조한다는 쪽에 초점이 맞춰졌다. 한국은 '1991년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구축을 위한 선언' 등을 들어 핵 개발을 하지 않겠다는 것을 강조한 끝에 1994년 7월 민감국가 목록에서 해제될 수 있었다.
현재도 미국은 한국을 민감국가에 기재한 이유를 기술보안상 이유라고 설명할 뿐, 구체적인 사례는 설명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독자 핵무장 여론이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는 관측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외교문서에는 1993년 12월 제1차 한미 과학기술협력 공동위원회에서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서 삭제하기 위해 미국에 요청한다는 대응 과정도 담겨 있다.
당시 관계부처 대책회의에서는 "한국을 북한과 같이 민감국가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며 앞으로의 양국 간 과학기술 협력에 장애요인으로 간주된다"는 인식 아래 미국을 설득하기로 했다고 적혀 있다.
1993년 우리 정부가 정리한 DOE 내부규정을 보면 당시 민감국가 국민은 DOE나 산하 연구소 방문시 "일정 기한 내 신청서 제출, 개인신상검사, 특별보안계획 실시 등 여러 면에서 엄격한 절차"를 적용한다.
우리 정부가 30년 전에도 민감국가로 지정되면 한미간 협력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셈이다.
이달초 민감국가가 논란이 되자 외교부는 "한국이 민감국가 명단에 있어도 한미간 기술 협력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미국으로부터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조셉 윤 주한미국대사대리도 "별 일 아니다(It's not a big deal)"라고 일축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날 이런 내용이 담긴 30년 경과 비밀해제 외교문서 총 2506권 38만여 쪽을 일반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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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수정 기자 crystal@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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