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율 떨어져 산불 영향 구역 3만3204㏊, 영덕에서 동해안 따라 북상 가능성
진화대원들이 27일 경북 안동시 남후면 무릉리에서 진화작업을 벌이고 있다. 경북도소방본부 제공
경북 북동부 5개 시·군을 휩쓸고 있는 의성 산불이 엿새 만에 역대급 피해를 내며 계속 동진하고 있다.
기대했던 비는 아직 대부분 지역에서 감감무소식이고 더딘 진화에 진화율마저 뚝 떨어진 상황이라 이번 불은 ‘역대 최악’의 산불이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산림 당국은 27일 진화 헬기 79대와 인력 4635명, 장비 693대 등을 산불 현장 곳곳에 분산 배치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순간풍속 초속 15m의 강풍이 불고 낮 최고기온도 21∼22도 분포를 보이는 등 진화 작업을 방해하는 기상 여건은 계속되고 있다.
게다가 의성 산불 엿새 만에 처음으로 의성·안동·청송·영양·영덕 등 경북 북동부권 비 예보가 나왔지만, 예상 강수량이 5㎜ 미만이고 이마저도 아직 내리지 않아 애를 태우고 있다.
당국은 “서쪽에서 유입된 강수대가 내륙으로 들어오면서 약해졌다”며 “비가 오더라도 양이 적어 진화에 큰 도움은 안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록 적은 양이지만 이날 비가 내리면 다음 비 예보는 오는 4월 초에나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진화 현장에 투입된 진화대원과 헬기 조종사 등의 피로도 누적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가파르게 확산하는 산불에 당국이 속수무책으로 당하면서 며칠 새 진화율도 뚝 떨어졌고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지난 24일 낮 12시 기준으로 71%까지 올랐던 의성·안동 산불 진화율은 사흘 만에 50%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다수 사망자가 발생한 영덕 진화율은 10%, 영양 진화율은 18%에 그치고 있다.
현재 북부권 산불은 비화(飛火)한 불티가 민가와 산림에 동시에 떨어져 불을 키우고, 키워진 불에서 나온 불티가 다시 민가·산림에 날아가 또 다른 불을 키워가는 방식으로 몸집을 불려 가고 있다.
특히 의성산불 확산 속도는 시간당 8.2㎞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 중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까닭에 이날 오전 기준 이번 북부권 산불영향구역은 3만3204㏊로 집계됐다.
산불영향구역은 화재 현장에 형성된 화선 안에 포함된 면적으로, 통상적으로 진화가 완료된 뒤 확인하는 실제 피해 면적보다 넓게 잡힌다.
이를 고려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산불 확산세를 볼 때 이번 산불 피해 면적은 역대 최고 수준을 이미 넘어섰거나,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산불로 경북 안동시 길안면 만음리 한 축산농가 한우들이 집단 폐사했다. 독자 이상용씨 제공
이번 경북북부 산불 이전 가장 많은 산림 피해를 낸 것은 2000년 강원도 동해안에서 발생한 산불로, 당시 2만3794㏊가 피해를 봤다.
북부권 산불이 계속 동진해 동해안까지 이르면서 그 경로를 따라 인명·재산 피해도 속출하고 있다.
현재까지 안동(4명), 청송(3명), 영양(6명), 영덕(9명) 등 4곳에서 주민 22명이 사망했다. 전날 의성군에서는 진화 헬기 추락으로 70대 조종사 1명도 숨졌다. 또 주택, 공장 등 2572건의 건축물 피해가 났다.
서산영덕고속도로 청송휴게소 양방향 건물도 불에 탔다.
세계문화유산인 안동 하회마을과 병산서원, 청송 주왕산국립공원에 있는 천년고찰 대전사 등에서는 코앞으로 접근한 산불을 저지하기 위해 당국과 주민 등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밖에 안동, 의성, 청송, 영양, 영덕 등지에서는 주민 등 3만389명이 실내체육관 등으로 대피했다.
이처럼 의성군 안평면·안계면 2곳 야산에서 시작된 불이 동쪽으로 80㎞가량 떨어진 영덕까지 번진 상황에서 다시 남풍·남서풍 영향을 받는다면 동해안을 따라 원전단지·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 등으로도 북상할 가능성도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비는 오지 않고 바람만 거센 상황이라 불길이 금강송 군락지가 있는 울진까지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며 “울진군에서도 미리미리 대비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성=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