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대선 출마 및 본선 경쟁력 최대 변수 사라져
당내 비명 잠룡 입지 축소…이재명 대세론 힘실려
위증교사 사건 이은 무죄… "무리한 기소" 설득력
'수년 수사' 檢, 비판 못 피한다…개혁 입법도 추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26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지지자들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조기대선 도전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겨졌던 공직선거법 재판에서 1심의 징역형 판결을 뒤집고 무죄를 선고받으며 대권가도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 가장 큰 사법리스크를 제거한 것을 넘어, 형사재판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며 검찰 개혁의 명분까지 갖게 된 모습이다.
서울고법 형사6-2부(최은정 이예슬 정재오 부장판사)는 이날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1심의 징역형 집행유예 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이 허위사실라며 선거법 위반으로 기소한 이 대표의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 및 백현동 개발 관련한 발언에 대해 허위사실 공표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렸다.
이번 무죄 판결이 이 대표에게 더욱 의미 있는 것은 대권가도의 최대 위협요소가 제거됐다는 점이다. 5개 재판을 동시에 받고 있는 이 대표에게 이번 선거법 재판은 최대 사법리스크였다. 1심의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이 유지될 경우 대선가도에 치명타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심에서도 1심과 마찬가지로 피선거권 박탈형이 나왔을 경우 조기대선 출마 자체가 불확실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선거법 사건에서의 6-3-3 원칙(1심 6개월, 2·3심 각각 3개월 내 선고)을 강조한 만큼, 조기대선 시점이 늦어질 경우 이 대표에 대한 대법원 확정 판결이 대선 전에 나올 수 있는 상황이다. 2심에서도 유죄가 나왔다면, 자칫 대선 전 ‘유죄 확정 판결’에 따른 피선거권 박탈 우려가 더욱 거세질 수 있었던 것이다.
기소 5건 중 2건 잇단 무죄…나머지 3건 결론 아직
설령 대법원 판결 전 조기대선이 열리더라도 당내 경선과 대선 본선에서 ‘선거법 1·2심에서 피선거권 박탈형 유죄 판결을 받은 후보’라는 꼬리표는 도덕성에 치명타가 돼 후보 경쟁력을 갉아먹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선거법 2심 무죄 판결로 이 같은 우려는 모조리 불식되게 됐다.
선거법을 제외하고 다른 재판 중 가장 심리 속도가 빠른 것은 위증교사 사건으로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하지만 위증교사 사건의 경우 1심에서 이미 무죄를 선고받아 이 대표로선 부담이 덜하다. 더욱이 사건을 심리 중인 서울고법 형사3부(이승한 박정운 유제민 부장판사)는 다음 달 1일 두 번째 준비절차를 위한 재판을 열지만, 아직 정식 재판에 들어서진 않은 상황이다. 조기대선이 다소 늦어지더라도 그전에 결론이 나기 쉽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뒤 소감을 밝히고 있다. 민주당 의원 60명 정도가 이 대표와 함께 법원을 찾았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밖에도 아직 1심이 진행 중인 대장동·백현동 개발특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사건,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사건의 경우 사건 관계가 복잡하고 쟁점이 많아 결론까진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법인카드 사적 유용 의혹의 사안 자체가 간단하지만 유죄가 선고되더라도 피선거권 박탈과는 무관한 수준에 그칠 수준의 사건 내용이다.
이 대표가 최대 사법리스크를 제거함에 따라 이재명 대세론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 대표 사법리스크를 예의주시해 온 당내 비명계 잠룡들의 당내 입지도 더욱 좁아질 전망이다. 이 대표가 향후 통합 행보를 강화할 것으로 보여 당내 이재명 독주체제는 더욱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은 아울러 이번 무죄 판결을 계기로 여권 잠룡들과의 격차도 더욱 확대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 대표도 향후 민생·통합 행보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이 지지층을 끌어안기 위해 12.3 비상계엄을 옹호하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이 대표의 민생·통합 행보를 통해 대권의 키를 쥐고 있는 중도층 공략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계획이다.
李 “檢, 정적죽이기” 주장해와…檢개혁 공약 나올 듯
아울러 이번 무죄 판결로 인해 최대 사법리스크를 해소한 것 외에도 검찰 개혁의 명분까지 추가로 얻게 됨에 따라 검찰 개혁도 더욱 속도를 내게 될 전망이다. 이 대표는 윤석열정부 출범 후 검찰의 자신에 대한 수사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정치 검찰”, “정적 죽이기”라며 강하게 반발해 왔다.
그동안 이 같은 반발은 민주당 지지층 사이에선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지지층이 아닌 다른 유권자들에겐 ‘피의자(피고인)의 불만’ 정도로 인식돼 왔다. 하지만 위증교사 1심에 이어, 선거법 2심에서도 법원이 검찰의 공소사실 일체를 부인하며 무죄를 선고함에 따라 이 대표의 주장에 힘이 실리게 된 모습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의 항소심 선고를 마치고 나온 뒤 의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대선에서 0.73%포인트로 대권을 놓쳤던 야당의 최고 유력 정치인인 이 대표에 대해 수년간 총력 수사를 진행했던 검찰로서도 두 재판에서의 연이은 패배로 ‘무리한 수사·기소였다’는 비판을 피해 가기 어렵게 됐다.
이 대표와 민주당은 이번 무죄 판결 이후 검찰을 향해 더욱 강도 높은 공세를 예고했다. 이 대표는 무죄 판결 직후 법원 청사를 나서며 “검찰과 이 정권이 이재명을 잡기 위해 증거와 사건을 조작하느라 많은 역량을 썼다”며 “그 역량을 산불 예방이나 우리 국민들의 삶 개선에 썼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이 됐겠나”고 비판했다.
당 차원에서도 검찰을 거세게 성토했다.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억지 수사이고 기소였다”며 “검찰은 대통령의 정적을 죽이기 위해 지독한 억지 수사와 기소로 이 대표를 괴롭혔다”고 맹비난했다.
이번 무죄 판결로 검찰 개혁 명분을 얻은 민주당과 이 대표 측은 조기대선이 본격화될 경우 강력한 검찰 개혁 방안을 공약으로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조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행태는 정말로 두고두고 판단받아 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광범 (toto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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