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유전체 분석기업 23애드미. 사진 연합뉴스.
사업 초기부터 구글의 투자를 받으며 관심을 받았던 미국 유전체 분석기업 23앤드미(23andME)가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유전자 검사 시장은 꾸준한 수익 창출이 어려운 구조로, 시장 둔화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기업들의 사업 다각화 노력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2006년 설립된 23앤드미는 고객이 유전자 검사 키트를 배송 받고 타액을 담아 보내면 DNA를 분석해 가족력과 건강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유전자 분석업체다. 한때 시가총액이 60억달러(한화 약 8조8000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23앤드미의 파산에는 개인 유전자 분석(DTC) 유전자 검사 서비스 시장이 정체기인데다 해킹 사고 발생으로 인한 기업 신뢰도 하락 등이 영향을 미쳤다.
23앤드미에서는 2023년 약 700만명의 고객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대규모 해킹 사고가 발생했고, 이로 인해 재정적 어려움도 가중돼왔다.
23앤드미는 지난 23일(현지시간) 회사의 파산 신청과 함께 공동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앤 워치츠키가 즉시 물러난다고 밝혔다. 다만 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그는 SNS를 통해 법원 감독하에 이뤄지는 23앤드미의 매각에 독립 입찰자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3앤드미가 글로벌에서 DTC 유전자 검사 시장을 주도해 온 기업인 만큼, 이번 이슈는 유전자 검사 관련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기업들은 일찌감치 23앤드미의 상황에 대해 모니터링해왔으며 사업 다각화를 통해 돌파구 마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국내 유전자 검사 시장은 글로벌 시장에 비해 훨씬 더 규모가 작아, 수익성 확보를 위해서 포트폴리오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앞서 국내에서 롯데헬스케어가 2023년 DTC 서비스를 야심차게 선보였지만, DTC 서비스 외 다른 분야로 영역을 넓히지 못하고 결국 사업을 접은 바 있다.
유전자 검사 시장에서 국내 1위 기업인 마크로젠 역시 지난해 영업손실 65억원을 기록, 적자를 지속하면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다.
다만 마크로젠은 개인 유전자 검사뿐 아니라 임상유전체분석, 연구유전체분석 등 다각화된 사업 모델을 운영하고 있으며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한 바이오마커 발굴, 신약 개발 지원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혀가며 타개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혁신 신약 개발 전문기업 파로스아이바이오와 신약 동반진단 개발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진행하기도 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유전자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DTC 서비스 외에도 신약 개발이나 유전자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에 속속 진출하며 생존법을 찾아나서고 있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DTC 서비스는 아직 질병 예측 검사가 허용되지 않고 개인의 생활 습관 또는 영양과 관련된 것만 검사를 허용하고 있다. 검사 항목이 확대될 경우 기업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방법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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