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강동구 대명초등학교 도로에서 전날 발생한 대형 땅꺼짐 현장의 모습. 전날 오후 강동구 명일동 대명초 인근 사거리에서 발생한 지름 20m, 깊이 18m가량의 대형 땅꺼짐에 오토바이 운전자 1명이 빠져 실종됐다. 연합뉴스 제공
지난 24일 서울 강동구의 한 도로에서 지름 18~20m, 깊이 20m에 달하는 대규모 '싱크홀(땅꺼짐)' 현상이 발생하며 땅꺼짐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땅꺼짐은 대부분 도시 난개발로 발생한 '인재'라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다면서 개발 시 싱크홀을 예방하기 위한 적극적인 감시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도권 땅꺼짐의 원인은 대부분 지진, 토양 밑 석회암 침식 등 자연적인 원인으로 보긴 어렵다. 류동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심층처분환경연구센터 책임연구원은 "수도권 땅꺼짐 현상은 '땅이 흙을 기반으로 하고 있는지', '흙을 이동시킬만한 변화가 발생했는지', '이동한 흙이 쌓일 빈 공간이 생겼는지' 3가지 조건이 뒷받침될 때 일어난다"라고 말했다.
땅에 건물을 세우려면 일반적으로 땅을 평평하게 만들기 위해 흙을 매립한다. 이 과정에서 흙을 단단하게 매립하지 않으면 흙이 쉽게 이동할 수 있다. 류 연구원은 "서울은 난개발로 흙이 느슨하게 쌓인 연약한 땅이 많다"라면서 "땅꺼짐 현상이 일어난 강동구를 비롯해 송파구, 양천구 등은 20~30m 흙을 매립해 택지 개발을 한 대표적인 지역"이라고 말했다.
흙의 급격한 이동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변화는 집중호우다. 집중호우 기간에는 빗물이 땅속으로 스며 들어 지하수의 양이 갑자기 많아져 지하수가 평소보다 빠르게 흐르면서 흙을 이동시키기 때문이다. 땅꺼짐이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6~8월 자주 발생하는 것도 이때문이다. 집중호우 기간이 아니라면 공사 등의 이유로 지하수의 흐름이 바뀌거나 상·하수도관이 손상돼 누수가 발생하면서 물과 흙이 같이 쓸려간다.
이때 주변에 흙이 쌓일 수 있는 빈공간이 발생하면 땅꺼짐이 일어나기 쉽다. 빈공간으로 흙이 많이 쓸려가면서 물이 흐르던 자리에 또 다른 빈공간이 생기고 이 빈공간이 주저 앉으며 땅꺼짐이 발생하는 것이다.
특히 지하철·상가·하수도 공사 등 지하 난개발로 인해 다수의 빈공간이 생긴다. 강동구에서 땅꺼짐이 발생한 지점이 9호선 지하철 공사현장과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지하철 공사가 땅꺼짐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사고 지점과 불과 15m 거리에 있는 세종포천고속도로(서울세종고속도로)를 공사하는 과정에서 빈공간이 발생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수관 등 지하 시설물의 노후화도 원인으로 오르내리고 있다. 노후화된 하수관이 터지면서 물이 새나가게 되고 그 물이 관과 흙 사이에 빈공간을 만들 수 있다. 서울시는 최근 10년간 싱크홀(223건) 사고의 30%는 상하수도관 노후 및 손상을 원인으로 보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극한 강우가 지하수의 흐름을 급격히 바꾸며 땅꺼짐을 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시는 땅꺼짐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지하 빈 공간 탐사 횟수와 구간을 대폭 늘리고 있다. 문제는 서울시가 땅꺼짐을 탐지하는 방법인 지표투과레이더(GPR)가 지하 2m까지만 투입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지하 6~7m는 탐지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대부분의 대형 굴착공사가 최소 지하 10m 아래에서 이뤄지고 있다. 서울시는 지반에 관측공을 뚫어 센서를 설치해 지반의 변동을 분석하는 '지반 침하 관측망' 등 기존에 도입한 적 없는 신기술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사실상 땅꺼짐 현상을 미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류 책임연구원은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흙을 단단하게 조성했는지 등을 감시하고 규제하는 땅꺼짐을 예방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공사 중 지반다지기를 소홀히 했거나 아스콘 포장 불량, 공사장 흙막이벽 누수가 일어날 수 있다. 지하 개발 과정에서 엄격한 안전성 평가 등이 선행돼야 하는 이유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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