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20E'으로 제품 스펙 상향…SK하이닉스 물량 확대 기회될 듯
(지디넷코리아=장경윤 기자)SK하이닉스가 올해 엔비디아향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 공급량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엔비디아가 최근 저가형 AI 가속기에 탑재되는 HBM 제품을 기존 HBM3에서 HBM3E로 바꾸면서, SK하이닉스에 추가 물량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최근 엔비디아로부터 HBM3E 8단 제품에 대한 추가 공급 요청을 받았다.
SK하이닉스가 2023년 8월 공개한 HBM3E 제품(사진=SK하이닉스)
해당 물량은 엔비디아의 'H20'용이다. H20은 엔비디아의 저가형 AI 가속기에 해당한다. 기존 고성능 칩인 'H100' 대비 연산 능력을 5분의 1 수준으로 낮춘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대중(對中) AI 반도체 수출 규제를 우회하기 위해, 엔비디아가 지난 2023년 하반기 시장에 출시했다.
그간 H20에는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가 탑재됐다. 총 용량은 96GB(기가바이트)다. 연산 성능이 비교적 떨어지는 만큼 HBM 역시 최신 제품을 채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엔비디아는 올 상반기 양산되는 H20에 HBM3E(5세대) 8단 제품을 탑재하기로 하고, 최근 SK하이닉스에 물량을 요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따라 HBM 메모리 총 용량도 144GB로 증가했다.
해당 제품에서 HBM3E를 처음 채용했기 때문에, 실무 단에서는 해당 모델명을 'H20E'로 구분해 부르기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HBM3E 8단 제품에 대한 추가 주문을 요청해, SK하이닉스에서 대응에 분주히 나서고 있다"며 "이르면 이달부터 곧바로 공급이 시작되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총 공급 규모는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엔비디아의 H20 성능 강화로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이 예상보다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업계가 추산한 SK하이닉스의 올해 엔비디아향 HBM 공급량은 90억Gb(기가비트) 수준이다. 이를 고려하면 공급량이 100억Gb 내외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기존 H20이 아닌 H20E의 비중을 확대하려는 니즈가 강하다"며 "SK하이닉스도 빠듯한 HBM 생산능력을 최대한 더 늘리고자 여러 방안을 시도 중"이라고 말했다.
변수는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수위 강화다. 중국 빅테크들은 인공지능(AI) 서비스 딥시크와 같은 저비용·고효율 AI 모델 개발에 주력하면서, 최근 H20의 주문량을 적극 확대하고 있다.
이에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올해 초부터 중국에 대한 엔비디아 반도체 수출 규제의 범위를 H20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경윤 기자(jkyo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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