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막스플랑크 고분자연구소 연구진
사료 강제 먹이지 않고도 효소로 맛 재현
독일 연구진이 잔인한 사육 방식 없이도 푸아그라의 맛과 식감을 재현하는데 성공했다. 연구진이 만든 푸아그라를 실험실에서 실험하는 모습./Thomas A. Vilgis
거위나 오리의 간을 이용해 만드는 푸아그라는 세계 3대 진미 중 하나로 유명하지만, 동시에 잔인한 사육기술로 만들기 때문에 동물학대로도 악명이 높다. 최근 가축도 인도적으로 사육해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푸아그라를 식탁에서 퇴출하려는 움직임도 적지 않다.
독일 연구진이 잔인한 사육 기술을 동원하지 않고도 푸아그라의 맛과 식감을 비슷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육된 거위나 오리의 간으로도 푸아그라의 맛과 식감을 낼 수 있어 동물학대 논란에서 자유롭다.
토마스 빌기스(Tomas Vilgis) 독일 막스플랑크 고분자 연구소 교수 연구진은 “일반 거위나 오리의 간에 특정 효소를 섞는 방식으로 푸아그라와 유사한 맛과 식감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고 26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체물리학(Physics of Fluids)’에 실렸다.
푸아그라는 보통 가바주(gavage)라고 부르는 특정 사육방식으로 길러진 거위나 오리의 간을 이용해 만든다. 가바주는 거위나 오리의 간에 지방이 끼도록 좁은 철창에 가둔 뒤 관을 식도에 연결해 강제로 사료를 먹이는 방식이다. 이렇게 하면 일반적인 사육 방식보다 간의 크기가 10배 정도 커져지고, 푸아그라를 만드는 데 적합한 맛과 식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매우 잔인해서 최근 들어 영국, 네덜란드 등 유럽에서도 푸아그라를 퇴출하는 움직임이 거세다.
막스플랑크 고분자 연구소 연구진은 가바주 방식으로 사육하지 않은 거위나 오리의 간을 이용해 푸아그라를 만드는 방법을 연구했다. 연구진은 과거 푸아그라와 동일한 지방과 간의 비율로 고기 소를 넣은 음식인 파테를 만들었지만 푸아그라 맛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후 콜라겐을 추가해 푸아그라의 식감을 재현하려 했지만, 역시 푸아그라의 부드러움과는 거리가 멀었다.
빌기스 교수는 추가 연구를 통해 푸아그라의 맛이 높은 지방 함량보다 지방의 미세한 분포에 있다는 점을 깨달았다. 연구진은 가바주 방식으로 사육한 거위나 오리는 췌장에서 지방을 분해하는 특정 효소를 분비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이 효소가 간에서 큰 지방 분자를 더 작은 결정 형태로 효율적으로 자르고, 이렇게 분해된 지방 분자가 푸아그라 맛과 식감을 구현했다.
연구진은 가바주 방식으로 사육된 거위나 오리의 췌장에서 분비되는 효소와 비슷한 효소를 찾았다. 그 결과 특정 효모(학명 Candida rugosa)에서 추출한 지방 분해 효소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걸 알아냈다. 빌기스 교수는 “효모의 지방 분해 효소는 마치 분자 가위처럼 지방 조직을 잘라낸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일반적인 방식으로 사육한 거위와 오리의 간에 효모의 지방 분해 효소를 혼합해 푸아그라를 만들었다. 이렇게 만든 푸아그라를 핵자기 공명 분광법(NMR) 같은 실험 장치로 분석한 결과, 가바주 방식으로 만든 푸아그라와 별 차이가 없었다. 빌기스 교수는 “맛과 향 모두 실제 푸아그라와 거의 차이가 없었다”며 “과거 콜라겐이나 젤라틴을 추가했을 때는 고무 같은 식감을 냈지만, 지방 분해 효소를 넣으면 푸아그라와 비슷한 식감을 냈다”고 말했다.
참고 자료
Physics of Fluids(2025), DOI: https://doi.org/10.1063/5.0255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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