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첫 실태조사…63%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삶 만족도 10점 만점 4.76점…가족 30%가량 '고립·은둔 몰라'
등교하는 학생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이상서 기자 = 고립·은둔 청소년의 과반은 공부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해 일상 복귀를 시도했으나 약 40%가 다시 세상과 단절하며 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고립·은둔 청소년의 63%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고 답했고,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절반에 달해 이들의 건강 관리를 위한 대책 마련이 요구된다.
2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 파악을 위한 첫 전국 조사인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고립 청소년은 긴급한 상황에서 도움을 요청하거나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청소년을, 은둔 청소년은 집 안에서만 머물며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청소년을 가리킨다.
고립ㆍ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홍일 연구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립ㆍ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5 jjaeck9@yna.co.kr
청소년 12.6% '고립'·16.0% '은둔'…3명 중 2명 '대인관계 어려움'
연구원이 작년 6∼8월 전국 9∼24세 청소년을 대상으로 온라인 조사를 벌인 결과에 따르면 응답을 완료한 1만9천160명 가운데 고립 청소년과 은둔 청소년은 각각 12.6%, 16.0%로 집계됐다.
청소년의 28.6%는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고 있다는 의미다.
'방에서도 안 나온다'고 한 초고위험군은 2.1%(395명)였다.
이번 조사를 진행한 최홍일 연구원 박사는 브리핑에서 "전체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대표성 있는 조사를 거쳐야 정확한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다만 앞서 다른 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실제 은둔·고립청소년의 비중은 5% 정도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이들의 삶의 만족도는 4.76점(10점 만점)으로, 일반 청소년(7.35점)보다 매우 낮았다.
지난 2주 동안 가족·친척이나 친구·지인과 대화 경험 없는 이들은 각각 8.3%, 5.6%로, 일반 청소년(1.9%, 0.8%)보다 높았다.
은둔·고립 청소년의 성별 비중은 남자 29.9%, 여자 70.1%였다.
여자의 비중이 남자보다 2배 이상 많은 데 대해 최 박사는 "연구를 준비할 때 남자가 더 많을 것으로 봤는데, 추후 연구를 통해 자세한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며 "여자 청소년보다 남자 청소년이 조사에 임하거나 사회적으로 드러내는 걸 힘들어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는 19∼24세 50.4%, 13∼18세 45.2%, 9∼12세가 4.5%의 순이었다.
본인 가정의 사회경제적 수준이 '낮은 편'이라고 인식한 이들은 41.4%였다. '중간'은 42.4%, '높은 편'은 16.3%였다.
90%는 부모, 조부모, 형제자매, 친척 등과 생활하고 있었고, 5%는 혼자 생활하고 있다고 답했다.
고립·은둔이 시작된 시기는 '18세 이하'가 72.3%로 가장 많았다.
세상과 단절한 이유로는 65.5%(복수응답)가 '친구 등 대인관계 어려움'을 꼽았다.
[그래픽]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 (서울=연합뉴스) 이재윤 기자 = 25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은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 파악을 위한 첫 전국 조사인 '2024 고립·은둔 청소년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고립·은둔 청소년 3명 중 2명은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yoon2@yna.co.kr X(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71.7% '현재 생활 벗어나고 싶어…40% 재고립
고립·은둔 청소년의 62.5%는 '죽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다'는 응답했다.
자기 신체 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48.9%, 정신건강이 안 좋다고 생각한 경우가 60.6%였다.
68.8%는 '지난 7일간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걱정했고, 63.1%는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다'고 답했다.
규칙적으로 식사하는 이들은 25.5%에 불과했고,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한다는 이들은 56.7%였다.
현재 생활을 개선하길 원했으나, 상당수는 또다시 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갔다.
71.7%는 '현재 생활을 벗어나고 싶다'고 느꼈으며, 55.8%는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려 시도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고립·은둔을 벗어나기 위해 주로 한 시도는 '일이나 공부를 시작했음'(52.6%·복수응답)과 '취미활동을 했음'(50.6%)이었다.
이런 노력에도 39.7%는 재고립·은둔 상태로 돌아갔다.
재고립·은둔 이유는 '힘들고 지쳐서'가 30.7%로 가장 많았고, '고립·은둔하게 된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20.9%), '돈이나 시간 등이 부족해서'(17.4%), '고립·은둔 생활을 벗어나는 데 효과가 없어서'(12.6%) 등이 뒤를 이었다.
도움을 받지 않는 이유로는 '도움받기를 원하지 않아서'(50.6%)가 절반이 넘었다. '도움 요청할 곳을 몰라서'(20.2%), '비용이 부담돼서'(8.0%) 등이 뒤따랐다.
이들은 필요한 도움으로 '눈치 보지 않고 들러서 머물 수 있는 공간'(79.5%·복수응답), '경제적 지원(77.7%), '혼자 하는 취미·문화·체육활동 지원'(77.4%), '진로활동 지원'(75.1%) 등을 꼽았다.
이들 가족의 29.6%는 고립·은둔생활을 하는지 몰랐다고 밝혔다.
또 27.2%는 고립·은둔생활을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9.4%는 관심이 없다고 했다.
최 박사는 "가구 단위 치유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고립·은둔 청소년이 관계 형성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여성가족부는 "지속적인 은둔·고립 청소년 지원을 위해 주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보건복지부의 고립 청소년 실태조사와 중복되는 측면이 있기에 여가부 별도로 할지, 복지부와 함께할지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립ㆍ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 브리핑 (서울=연합뉴스) 최재구 기자 =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최홍일 연구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고립ㆍ은둔 청소년 지원방안 토론회'브리핑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3.25 jjaeck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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