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화성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오른쪽)가 채집한 화석 암석샘플에서 탄소가 각 10, 11, 12개인 유기물의 존재가 확인됐다(왼쪽 그림). 역대 화성에서 발견된 유기물 중 가장 크다. NASA/Dan Gallagher 제공
2012년 화성에 착륙한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탐사 로버 큐리오시티(Curiosity)가 시추한 화성 암석 샘플에서 화성에서 발견된 것 중 가장 큰 유기 분자가 확인됐다. 화성 생명체 존재의 확실한 증거로 보긴 어렵지만 과거 화성이 생명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환경이라는 데 무게를 싣는 결과다.
NASA는 큐리오시티가 화성 게일(Gale) 크레이터에서 시추한 암석 샘플 분석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24일(현지시간) 밝혔다. 캐롤라인 프라이시넷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센터(CNRS) 연구원팀이 주도한 이번 연구는 2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에 공개됐다.
큐리오시티는 2013년 5월 화성 게일 크레이터에서 시추한 암석 샘플인 '컴벌랜드'를 큐리오시티에 내장된 화성샘플분석(SAM) 미니 실험실에서 가열해 분석했다. 컴벌랜드는 다양한 실험 기법을 사용해 여러 번 분석되고 있는 샘플이다. 선행 연구에 따르면 컴벌랜드에서는 물에서 형성되는 점토 미네랄, 유기 분자를 보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유황이 풍부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연구팀은 컴벌랜드 샘플을 가열할 때 방출되는 물질을 분석해 탄소(C)가 각각 10, 11, 12개 사슬 모양으로 이어진 유기 분자인 데칸, 운데칸, 도데칸을 소량 확인했다. 현재까지 화성에서 발견된 유기 분자 중 가장 큰 분자다. 당초 실험에서 찾으려던 생명체의 직접적인 증거인 아미노산은 발견하지 못했다.
샘플 가열 이전에 존재했을 물질을 역추적하고 지구에서 실험을 통해 재현한 결과 유기 분자의 출처는 운데카노산, 도데카노산, 트리데카노산이라는 지방산으로 추정됐다.
지방산은 생명체에서 세포막을 형성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는 물질이다. 지방산은 물과 광물의 상호작용, 지질학적 변화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통해 생명체 없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번 연구결과가 생명체의 확실한 증거라고 보긴 어렵다는 뜻이다. 다만 샘플 채집 장소는 과거 화성에 물이 있던 시기에 호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호수 환경이 생명체를 만들어내기 용이했을 것이라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다니엘 글래빈 NASA 수석과학자는 "게일 크레이터에 액체 상태의 물이 수백만년 존재했다는 증거가 있다"며 "화성 크레이터 호수에서 생명체를 만들어 내는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에 충분한 시간이 있었음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프라이시넷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과거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했다면 그 화학적 신호를 오늘날에도 샘플 분석을 통해 감지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2021년 화성 예제로 크레이터에 도착해 탐사 중인 큐리오시티의 후임 로버인 퍼서비어런스는 화성 주요 위치에서 암석 샘플을 수집하고 있다. 퍼서비어런스가 수집한 샘플은 후속 임무를 통해 지구로 돌아온다. 처음 NASA는 화성 샘플이 지구에 도착하는 시점을 2031년으로 계산했지만 기술적 어려움 등에 부딪치면서 빨라야 2035년에 회수할 것으로 전망했다.
<참고 자료>
- doi.org/10.1073/pnas.2420580122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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