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잔의 이야기와 플레이 동기화에 집중…최적화도 힘썼다
- (좌측부터) 이규철 네오플 아트 디렉터, 윤명진 네오플 대표, 이준호 네오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인호 네오플 테크니컬 디렉터
윤명진 네오플 대표는 '퍼스트 버서커: 카잔' 출시를 앞두고 "던파를 전혀 모르는 게이머들도 문제없이 게임을 즐기고, 세계관에 입문하는 게 중요했다. 카잔이라는 작품 그 자체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넥슨은 24일 카잔 미디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윤명진 네오플 대표와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이규철 아트 디렉터,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가 질의에 답했다.
카잔은 원작 '던전앤파이터' 세계관의 다중 우주 기반 스토리를 선보이는 PC 및 콘솔 기반 하드코어 액션 RPG다. 귀검사의 시초이자 대장군인 카잔이 몰락의 원인을 밝혀내고 복수를 위해 펼치는 치열한 여정을 그린다.
카잔의 액션과 전투는 정교하고 선명한 공방으로 설계됐다. 아이템과 스킬을 습득해 스타일리시하고 호쾌한 액션을 펼친다. 총 플레이 타임은 진엔딩 기준 약 80시간이며, 미션은 총 40개로 16개의 메인 미션과 24개의 서브 미션이 준비됐다.
한국 기준으로 3월 28일 정식 출시되며 얼리 액세스는 3월 25일 오전 0시 시작했다. 정식 출시에 맞춰서 던전앤파이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과 크로스 오버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한다.
론칭 후에는 밸런스 조정 및 편의성 개선 등 더 좋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지속한다. 다운로드로 추가되는 신규 콘텐츠를 개발 중이며, 올해 봄과 여름에 각각 공개할 예정이다.
Q. 밸런스와 전투 설계에 어려움은 없었나?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성장하는 전투를 담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가장 어려운 건 싱글 플레이 기준으로 요즘 콘솔 플랫폼에서 액션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어떻게 하면 재밌게 즐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카잔의 이야기와 게임 플레이 체험 동기화를 가장 중요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카잔은 폐인이 된 상태다. 이 때 전투가 스타일리시하고 멋지다면 공감되지 않는다. 초반 전투를 굉장히 치열하게 설계해서 카잔의 상황을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카잔이 혹독한 환경과 도전을 이겨내고 성장하면서 복수의 원인을 찾다 보면 전성기 시절보다 더 높은 능력을 갖춘다. 이 때는 던전앤파이터의 액션 쾌감과 닮은 형태로 설계했다. 복수의 끝에 도달했을 때는 카잔의 성장도 정점에 도달한다. 플레이어가 이를 체감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Q. 가장 기억에 남는 보스와 개발 비화가 궁금하다
윤명진 대표: 가장 기억에 남는 보스는 엠바스 지역의 '바이퍼'다. 개인적으로 액션 게임이나 소울라이크 게임을 플레이할 때 공략을 보지 않고 10번 내에 보스를 클리어하면 쉬운 편이라는 기준이 있다. 바이퍼는 쉬운 편에 속하는 보스였다.
내부에서 향후 프로젝트에 관해 논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바이퍼 공략을 성공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클리어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호언장담을 했는데, 그 사이에 밸런스가 조정돼 모두가 보는 앞에서 10번 죽고 깔끔하게 포기했던 기억이 있다.
바이퍼는 정말 많은 수정을 거쳤고 완성도가 높은 보스다. 굉장히 재밌고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보스가 탄생해서 기억이 많이 남는다.
Q. 국내에는 골드행을 경험한 개발자가 많지 않다. 골드행 소감은?
윤명진: 이런 날이 올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직접 경험해 보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이후 두 번째 신작인데, 두 작품을 론칭할 때 기분이 완전히 다르다. 결정적으로 완성한다는 느낌의 차이가 있다.
모바일 게임은 론칭 후에도 라이브 서비스를 이어가는 게임이고, 패키지 게임은 완성되면 끝이다.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깔끔하게 만들어서 마무리를 지어야 하고, 완성된 이후에는 기회가 없다는 압박감이 있다.
그래서 골드행을 기다렸고, 실제로 기분도 굉장히 좋았다. 막상 론칭을 하려고 하니 마음이 복잡하다. 마무리하면 끝이라는 생각했는데, 론칭 후에도 후속 대응과 추가적인 개발 등 많은 업무가 남아있다. 다만, 많은 개발자분들이 한 번쯤 느껴보셨으면 좋겠다. 정말 특별한 경험이다.
- 바이퍼 보스전
Q. 시각적인 타격감과 손맛이 굉장히 좋았다. 어디에 초점을 뒀나?
이규철 아트 디렉터: 카잔을 개발할 때 전투만큼은 가진 능력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이뤄보자는 목표가 있었다. 개발 초창기에는 기능 개발이 안된 상태라 카메라 셰이크를 많이 사용했다. 시각적인 피드백은 뛰어나지만 장시간 플레이하면 눈이 피로하다는 단점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이 많았다.
그동안 해왔던 무기 종류나 재질, 타격의 색, 방향 등은 유지하면서 카잔만의 처절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애니메이션, 만화 등을 참고했다. PD, CD와 같이 하나하나 논의하면서 개발했다.
혈흔의 경우 기본적으로 바닥에 순차적으로 표시하거나 단순히 텍스처를 적용하는 방식도 가능했지만, 카잔은 카툰 스타일을 채택한 만큼 텍스처 하나하나 직접 세심하게 변형해 표현했다. 경직, 역경직을 넘어서서 무기 강인도에 따라 밀리는 효과를 추가하고 세밀한 진동, 사운드 효과 등이 합쳐져서 카잔만의 타격감을 만들어 냈다.
Q. 최적화가 굉장히 뛰어났다. 어떤 기술이 접목됐나?
박인호 테크니컬 디렉터: 최대한 많은 유저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게 1순위였다. 고사양 게임보다는 사양을 최대한 낮춰서 저사양 PC 또는 스팀덱과 같은 UMPC 기기만 있다면 누구나 즐길 수 있도록 최적화에 집중했다.
최적화는 반복 작업의 연속이다. 게임 속 모든 콘텐츠를 24시간 검토하고, 프레임이 떨어지는 구간을 하나하나 분석해야 한다. 기술뿐만 아니라 기획, 아트 등 여러 부서와 협력도 중요하다.
최적화 기간은 약 16개월이다. 최적화가 거의 끝나간다고 느꼈던 시기는 2개월 전이다. 특별한 노하우가 있었다기보다는 끝까지 열심히 해보자는 마음이 컸다.
Q. 스팀덱 최적화를 위해 특별히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박인호: 최적화 작업을 할 때 가장 두려웠던 게 스팀덱이다. 최저 플랫폼을 스팀덱으로 잡고, 다음날 바로 구매했다. 의외로 사양이 굉장히 좋아서 깜짝 놀랐다.
CPU 성능은 조금 부족하지만 디스크, 메모리 속도가 준수했고 해상도가 낮아 보완할 방법이 많았다. 최적화보다는 쾌적한 플레이를 위해 UI나 폰트 크기 작업이 복잡했다. 오히려 Xbox 시리즈 S 최적화가 힘들었다. 성능이 높지 않았고 메모리 양도 작아 아트 퀄리티가 떨어졌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의 화톳불
Q. 진엔딩을 보려면 다회차 플레이가 필수인가?
이준호: 1회차 플레이에서도 단서를 수집하고 특정 조건을 만족하면 진엔딩을 선택할 수 있는 질문이 등장한다. 다양한 선택지로 여러 가지 엔딩이 니온다. 1회차에서도 진엔딩을 볼 수 있다.
Q. 요즘은 출시 후 추가 콘텐츠로 플레이 타임을 늘리는 경우가 많은데, 카잔는 처음부터 풀 패키지로 나왔다. 내부에서 어떤 의견 조율을 거쳤나?
윤명진: 내부에서 의견이 많았다. 플레이 타임이 길어질수록 개발 시간과 인력, 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완성도를 높이기에도 훨씬 어려움이 많다. 같은 장르 게임의 플레이 타임을 조사하고 비교하면서 중요한 게 무엇인가 고민했다.
원작은 20년 동안 많은 사랑을 받은 게임이고, 카잔의 이야기는 전체 스토리 중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을 맡고 있다. 던파를 사랑하는 유저분들과 카잔으로 DNF 세계관에 입문하는 분들에게 우리가 전달하고 싶은 이야기를 줄여서는 안된다고 판단했다.
이야기를 제대로 풀어나가기 위해서 전투를 치르는 공간과 보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집중했다. 플레이어 입장에서 게임을 장시간 즐기는 것도 중요한 요소다. 분량을 일부러 줄일 필요는 전혀 없었다.
Q. 카잔은 던파 IP 글로벌 확장의 선봉장이나 다름없다. 어떤 역할을 기대 중인가?
윤명진: IP 확장을 처음 시도하는 건 아니다. 웹소설과 웹툰, 애니메이션 등이 있었고 던전앤파이터 모바일도 IP 확장의 일환이다. 카잔은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은 플랫폼이고 만들어보지 않은 다른 형태의 게임이기 때문에 IP 확장 측면에서 특별하다.
아시아권에서는 오랜 시간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서구권이나 콘솔 플랫폼 유저들은 잘 모르는 게 현실이다. 네오플에는 던파를 좋아하는 직원들이 정말 많고, 세계관이나 스토리에 대한 자부심도 강하다. 카잔으로 많은 게이머에게 던파 이야기를 들려드리고 싶었다.
퍼스트 버서커: 카잔이라는 제목에 DNF를 한 글자도 넣지 않았다. 사실 DNF를 정말 넣고 싶었는데 던파 IP를 전혀 모르는 게이머들도 아무 문제 없이 게임을 즐기고, 세계관에 입문하는 게 중요해 넣지 않았다. 카잔이라는 작품 자체로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 퍼스트 버서커: 카잔 '블레이드 팬텀'
Q. 오즈마와 카잔의 대화처럼 원작을 모르면 이해가 안 되는 이야기도 있다. 이렇게 스토리를 구성한 이유가 궁금하다.
이준호: 원작에서는 기록으로 남아있던 카잔과 오즈마의 이야기 또는 히스마, 펠로스 제국의 이야기가 3인칭 시점으로 플레이어에게 전달된다. 반면 퍼스트 버서커: 카잔은 카잔의 시점으로 세계를 바라보고, 카잔 입장으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카잔의 분위기와 목적, 동기 등을 최대한 간결하고 핵심적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이후 모션 그래픽이나 캐릭터들의 대사, 수집품 등으로 인물 간의 개연성과 이 세계에 벌어진 사건들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스포일러라서 구체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카잔과 오즈마의 이야기에 궁금증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원작에 관한 호기심으로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Q. 무기 밸런스 조정 기조는?
이준호: 론칭 후에도 밸런스는 계속 조정할 계획이다. 다만, 지금의 밸런스가 최선이라고 본다. 굉장히 재밌는 게 1~2차 FGT 플레이 로그를 분석해 보니 무기별 사망 횟수와 클리어 타임이 모두 달랐다.
어떤 무기를 플레이해도 벽을 만나는 순간이 있다. 대검, 창, 쌍수도부 모두 쉽게 상대할 수 있는 적도 있고, 어려운 적도 있다. 예를 들어 창은 강인도가 낮은 마법사 클래스는 상대하기 쉽다. 반면, 전방 공격이 불리한 보스는 쌍수도부처럼 포지셔닝이 쉬운 무기가 유리하다.
이처럼 무기의 특징 그리고 플레이 스타일, 빌드에 따라 성능이 천차만별이다. 2차 FGT 이후 굉장히 많은 테스트를 거쳤고 최선의 밸런스를 맞춰놓은 상태다. 향후 특정 무기가 너무 약해서 패치를 한다면 상향하는 방향으로 계획 중이다.
Q. 진엔딩을 보니 확장팩이나 DLC를 암시하는 듯하다.
윤명진: 블레이드 팬텀은 원작에서 존재감 큰 캐릭터는 아니다. 원작은 대서사시로 쓰인 이야기라 특정 인물을 깊이 있게 다루는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다. 반면, 카잔은 한 캐릭터와 그 캐릭터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깊게 조명한다.
카잔을 통해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말 많았다. 이준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가져온 여러 엔딩을 가지고 고민하고 의견을 나눈 결과 지금의 진엔딩이 탄생했다. 이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서 말씀드릴 수 없지만, 기대 많이 해주셨으면 좋겠다.
- 윤명진 네오플 대표
Q. 후반부까지 플레이했는데 무기가 많지 않았다. DLC로 추가되나?
윤명진: 테스트에서도 무기 수가 적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았다. 무기 수를 늘리면 완성도를 높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신 무기 하나하나 깊이 있게 만들고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 대응에 집중했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고 싶은 욕심은 있다. 다만, 패키지 게임 경험이 없다 보니 론칭 후 어떤 대응이 필요할지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웠다. 남은 시간 동안 유저들이 더욱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대비하고 있다.
개발자로서 DCL, 후속작을 내고 싶은 마음도 당연히 있다. 카잔과는 약간 다른 형태로 만들고 싶은 의지는 있으나 현시점에서 고려할 대상은 아니다.
Q. 서구권 공략 포인트는?
윤명진: 서구권보다는 글로벌 공략에 가깝다. 요즘 게이머들은 던전앤파이터와 같은 횡스크롤 게임보다 3D 액션 게임이 훨씬 익숙하다. 카잔의 방향성을 정할 때 20년 동안 노력해온 원작의 이야기와 액션 게임으로서의 가치를 대중적인 장르로 보여주면 글로벌 유저에게 심리적인 진입 장벽이 덜하지 않을까라고 판단했다.
Q. 준비 중인 콘텐츠가 있는가?
이준호: 카잔은 크게 도전과 성취를 재미의 축으로 뒀다. 기본적으로 회차 플레이는 캐릭터 빌드를 확장시키는 요소다. 스킬과 아이템을 가지고 다시 시작한다. 새로운 아이템을 획득하거나 1회차에서 등장하지 않은 옵션들로 새로운 빌드를 만들 수 있다.
다회차 플레이가 파밍과 빌드, 플레이 고도화에 집중했다면 새로운 콘텐츠는 도전에 특화된 콘텐츠를 준비 중이다. 아직은 자세하게 설명할 수 없지만 여러 방면으로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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