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탄핵 기각하면서 비상계엄 적법성 판단 안해
자료·증거·절차적 문제 지적…'대통령 권한' 언급도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이밝음 김민재 김기성 기자 = 헌법재판소가 24일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소추를 기각한 가운데 비상계엄 적법성에 대한 판단을 내놓지 않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가 안갯속에 빠져들었다.
법조계는 다만 결정문에서 드러난 재판관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결과를 유추하고 있다. 재판관들 의견이 뚜렷하게 나뉘면서 만장일치 결정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헌재는 이날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헌재 대심판정에서 한 총리에 대한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열고 기각 5인·인용 1인·각하 2인 의견으로 탄핵 심판 청구를 기각했다.
당초 이날 헌재가 비상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도 판단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헌재는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다.
헌재는 '비상계엄 선포 및 내란 행위 관련' 탄핵 사유에 대해 "(한 총리가 비상계엄 당시) 적극적인 행위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나 객관적 자료는 찾을 수 없다"고 했다. 법리적 판단 전에 사실인정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법조계에선 헌재가 비상계엄 적법성이나 내란 행위를 언급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아직 의견을 하나로 정리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윤 대통령 사건에 메시지를 줄 수 있어 최종 결정문 작성 단계에서 빠진 것이란 풀이도 있다.
헌재가 사실인정 문제를 따진 만큼,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사건에서도 증거나 자료 문제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국회 측은 윤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로 비상계엄 선포에 실체적·절차적 하자가 있고, 국회 침탈행위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이를 입증할 증거나 자료 유무가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4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에 헌법재판관들이 입장하고 있다. 헌재는 이날 한 총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공동취재) 2025.3.24/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재판관들이 저마다 다른 의견을 내놓으면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역시 만장일치가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비롯해 이미선·김형두·정정미·김복형 재판관은 기각, 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냈다. 법조계에선 지금까지 헌재의 주요 결정을 볼 때 김복형 재판관이 스윙보터 역할을 할 것으로 봤다.
특히 김복형 재판관은 한 총리가 법률도 위반하지 않았다고 본 반면, 정계선 재판관은 파면할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을 했다고 판단해 의견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앞서 이른바 '지라시' 형태로 김복형 재판관과 정계선 재판관이 의견 대립이 있다는 내용이 돌기도 했다.
문형배·이미선·김형두·정정미 재판관은 한 총리가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것이 법률 위반은 맞지만 파면할 정도의 사유는 아니라고 봤다. 김복형 재판관은 여기서 더 나아가 법률 위반으로도 볼 수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관 임명 자체가 엄연히 대통령 권한이고 임명권 행사 기한에 대한 규정도 없다는 이유다.
대통령 권한을 폭넓게 인정한 것이어서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권한을 놓고도 의견이 나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국가비상사태 여부와 이를 판단할 주체, 판단 재량의 범위, 국회의원의 정치활동 범위 등 권한의 크기가 쟁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한 총리 사건을 선고하면서 내란죄 철회 문제도 언급하지 않았다. 정형식·조한창 재판관은 각하 의견을 내면서 국회의 탄핵소추안 의결정족수 문제만 지적했다.
두 재판관이 절차적 문제를 중시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윤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 내란죄 철회 문제를 지적할 가능성도 있다.
한편 헌재는 이날도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기일을 정하지 않고 있다. 선고 2~3일 전 기일을 통지하기 때문에 이르면 26~28일 선고 전망이 나오지만 4월로 밀릴 가능성도 있다.
26일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2심 선고와 고3 첫 3월 모의고사가 있다. 27일은 매달 마지막 주 목요일에 열리는 일반사건 정기 선고가 예정돼 있다.
전직 대통령 선고가 모두 금요일이었던 점을 고려해 28일 금요일 선고를 예측하는 목소리가 많다. 다만 헌재가 28일 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선고하면 일주일 동안 3건, 특히 이틀 연달아 선고를 진행하게 된다. 헌재는 1995년 이후 이틀 연속 선고를 진행한 적이 없다.
다만 헌재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 이례적이라 전례가 별로 의미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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