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방송·문화]
올해 소비자 경향성은 ‘일상 속 행복’
‘폭싹 속았수다’ 등 시청자 사로잡아
“희망 부족한 현실 위로할 콘텐츠”
‘무해함’을 강조하는 소비 트렌드 속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잔잔하고 따스한 이야기, 향수를 자극하는 영상미로 시청자들의 지친 삶을 위로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올해 콘텐츠 시장에선 지난해와 다른 흐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드라마와 예능들이 ‘고자극’ ‘도파민’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웠다면 최근엔 긴장감 없이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콘텐츠들이 시청자의 선택을 받고 있다.
23일 굿데이터코퍼레이션이 발간한 화제성 조사 ‘펀덱스 리포트’의 최신 주차(3월 18일)에 따르면 넷플릭스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는 드라마 부문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를 MBC ‘언더커버 하이스쿨’, SBS ‘보물섬’, tvN ‘그놈은 흑염룡’이 이었다. ‘보물섬’을 제외하면 강렬한 자극을 주기보다는 마음 놓고 웃으며 볼 수 있는 드라마들이다.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는 ‘폭싹 속았수다’는 짧은 호흡의 콘텐츠를 선호하는 흐름과 반대의 전략을 세웠음에도 특유의 잔잔함과 따스함으로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오랜 전통의 양조장 ‘독수리술도가’를 배경으로 한 KBS 2TV 주말드라마 ‘독수리 5형제를 부탁해!’는 최고 시청률이 20%에 육박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감자연구소’와 ‘빌런의 나라’, 그리고 다음 달 공개되는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과 ‘바니와 오빠들’도 무해하고 자극 없는 드라마로 이 흐름에 합류할 예정이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해 이맘때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들과 비교해보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난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 ‘피라미드 게임’ ‘밤에 피는 꽃’ ‘살인자ㅇ난감’ 등은 지난해 1분기 시청률 또는 화제성 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부분 장르물이거나 긴장감 끝에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드라마였다.
예능 프로그램도 상황은 비슷하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경우 넷플릭스에서 지난해 공개된 ‘미스터리 수사단’ ‘좀비버스2’ ‘흑백요리사’ ‘피지컬100’ 등의 예능 콘텐츠는 자극적인 재미를 추구했다. 반면 올해 넷플릭스는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추라이 추라이’ ‘미친 맛집’처럼 편안한 웃음을 주는 예능 프로그램들을 내놓고 있다.
TV 예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방송을 시작한 ‘굿데이’부터 ‘식스센스: 시티투어’, ‘우리마을 똥강아지’, ‘에드워드리의 컨츄리쿡’ 모두 호흡이 빠르지 않다. 최근 방영을 시작한 ‘지구마불 세계여행3’와 다음 달 방영하는 ‘대결! 팽봉팽봉’, ‘언니네 산지직송2’ 등 모두 무해한 웃음을 주는 데 방점이 찍혔다.
콘텐츠 업계의 이같은 흐름은 일찌감치 감지됐다. 지난해 말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발간한 ‘트렌드코리아 2025’에선 ‘아보하’(아주 보통의 하루)와 ‘무해력’을 올해 소비자들이 주목할 트렌드로 꼽았다. 대내외적으로 긴장하며 살아가야 할 일들이 많은 환경 탓에 사람들이 무해한 것을 소비하며 안온한 일상에서 행복을 찾고자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CJ ENM과 KBS는 올해 선보일 프로그램들을 최근 소개하며 ‘무해함’ ‘웃음’ 등을 핵심 키워드로 내세웠다. 올해 ‘킥킥킥킥’과 ‘빌런의 나라’로 연이어 시트콤을 편성한 KBS는 “희망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 지친 삶을 위로하는 웃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