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MZ세대 사이에서 구형 아이폰이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은 서울 서대문구 한 중고폰 매장. /사진=신소민 기자
출시된지 10년쯤 된 구형 아이폰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일명 '느좋'(느낌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함이다.
구형 아이폰은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점점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폰6S부터 7, SE, X 시리즈까지 구형 아이폰을 서브폰으로 보유하는 문화가 MZ세대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이들이 구형 아이폰을 새로 구매하면서까지 서브폰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에서 아이폰6S가 활발히 거래되고 있다. 사진은 번개장터에서 해당폰이 거래되는 모습. /사진=번개장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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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사요"… MZ세대 사이 구형 아이폰 거래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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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폰을 이용하는 MZ세대는 기능이 좋은 최신 휴대폰을 메인폰으로 사용하고 오직 사진 촬영용으로 서브폰을 사용한다. 구형 모델은 출시된 지 거의 10년이 됐거나 단종됐기 때문에 일반 휴대폰 대리점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따라서 이들은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활발히 구형 아이폰을 거래하고 있다.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 당근마켓에서는 구형 아이폰이 10만원대부터 30만원대까지 여전히 높은 가격대에 팔린다. 2016년 출시된 아이폰6S는 거의 10년이 지났지만 10만원 언저리에서 거래된다.
대학생 김지우씨(23·대전 유성구)는 아이폰14를 사용 중이지만 18만원을 지불하고 중고 아이폰XS를 구매했다. 김씨는 "최근 출시된 아이폰 기종은 카메라 성능이 좋지만 사진의 감성이 이전과 다르다"며 "인물을 찍으면 피부 상태가 적나라하게 나오고 풍경을 찍으면 대비 감이 심해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이폰XS로 촬영한 사진은 보는 그대로 혹은 그 이상으로 감성적인 분위기가 잘 담겨 마음에 든다"고 설명했다.
구형 아이폰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에이블리 디지털/휴대폰 카테고리에서 구형 아이폰이 랭킹 1, 5, 18, 25위에 각각 올라있는 모습. /사진=에이블리 캡처
중고폰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따르면 국내 중고폰 시장 규모는 ▲2021년 682만대 ▲2022년 708만대 ▲2023년 778만대로 매년 성장세다. 이날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소재 한 중고폰 매장은 아이폰6S, SE 모델이 모두 품절된 상태였다. 구형 모델 중에서는 아이폰XS와 XR만 남아 있었고 이마저도 진열된 상품이 전부였다. 해당 매장 직원은 "계속 매물을 구하고 있는데 단종된 제품이 많아서 언제 들어올지 모르겠다"면서 "요즘 최신 아이폰보다 구형 아이폰을 찾는 사람이 더 많아서 난리"라고 밝혔다.
구형폰을 찾는 MZ세대가 늘고 있다. 사진은 구형 아이폰5c로 촬영한 식당의 모습. /사진=신소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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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즈 생겨 흐릿한 사진… "오히려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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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을 즈음해 다시 유행한 레트로(복고문화), Y2K(2000년대 초반) 열풍이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필름 카메라 등 옛것에 대한 향수가 MZ세대의 감성을 자극하고 있다. 지난해 출시된 아이폰16 일반 모델의 후면 카메라는 4800만 화소의 광각 카메라와 1200만 화소의 초광각 카메라가 탑재돼 있다. 전면 카메라 역시 1200만 화소로 고화질이다. 반면 2016년 출시된 아이폰SE 1세대는 후면과 전면 카메라 화소가 각각 1200만, 700만 화소에 불과해 최신 아이폰에 비하면 저화질이다. 노이즈가 생겨 흐릿한 화질이 오히려 '감성'으로 작용해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듯한 효과를 낸다.
구형 아이폰도 모델마다 카메라 화질과 색감이 달라 원하는 사진 분위기에 맞게 서브폰을 선택할 수 있다. 아이폰6S와 SE 모델로 촬영한 사진은 실제보다 어둡고 뿌옇게 나오기 때문에 필름 카메라로 촬영한 듯한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이폰XS 기종의 카메라는 밝고 따뜻한 색감으로, 특히 셀카를 찍기 좋다는 반응이 다수다.
직장인 나모씨(24·서울 성동구)는 아이폰16 pro를 메인폰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5년 전까지 썼던 아이폰8을 다시 꺼내 들었다. 나씨는 "구형 아이폰이 다시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보유 중이던 아이폰8을 사진 촬영용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색감과 화질이 최신 아이폰보다 분위기 있고 감성적으로 나와서 사진은 항상 구형 아이폰으로만 찍는다"고 말했다. 이어 "MZ세대 사이 몇 년 전부터 인기를 끌고 있는 레트로, 빈티지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한다"며 "필름 카메라보다 휴대성이 좋고 에어드롭을 통해 간편하게 사진을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편리하다"고 전했다.
갤럭시 사용자 중에도 구형 아이폰을 서브폰으로 마련하려는 사람도 없지 않다. 직장인 이수빈씨(23·대전 유성구)는 갤럭시S23 모델을 사용하고 있지만 구형 아이폰 구매를 고민하고 있다. 이씨는 "갤럭시를 꾸준히 사용하고 있는데 카메라 기능과 화질이 아쉬워 아이폰을 서브폰으로 사용하고 싶다"며 "카메라 이외의 기능은 만족하기 때문에 메인폰을 바꾸고 싶진 않다"고 말했다. 이어 "카메라를 구매한다고 생각하면 중고 아이폰은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부담이 덜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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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아닌 정서적 측면서 봐야"… MZ의 새로운 가성비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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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형 아이폰은 출시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배터리 수명이 짧거나 금방 폰이 과열된다. 사용하는 데 렉이 자주 걸리거나 IOS 업데이트가 중단돼 최신 앱 사용이 제한되기도 한다. 하지만 기능 저하에도 MZ세대는 서브폰으로 구형 아이폰을 선택하고 있다. '휴대폰'으로서의 기능보다 '카메라'로서의 기능을 중시하는 것이다.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이홍주 교수는 "사진 촬영이 하나의 취미처럼 나타나서 MZ세대의 감성적 만족을 충족시키는 행위가 됐"며 "기성세대가 과거 디지털카메라를 들고 다녔던 것처럼 휴대폰을 두 개 들고 다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MZ세대의 투폰 문화를 단순히 사치성 소비로 보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어 "단지 전화기 두 개가 아니라 MZ세대가 생활방식을 관리하고 활용하는 도구로서 생각해야 한다"며 "스트레스를 줄이고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투자한다는 관점으로 보면 투폰 문화는 새로운 가성비의 기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제성의 관점에서 기곗값만 보지 말고 정서적 만족감을 높이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소민 기자 money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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