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 ‘다음’ 재분리 추진…“돌파구 마련”
카카오 노조, “일방적인 분사 통보” 반발
2014년 10월14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서울사옥 홍보관에서 열린 ‘다음카카오 합병상장 기념식’에서 당시 다음카카오 관계자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뉴시스
10여년 전 ‘모바일 라이프 플랫폼’ 기업을 내세우며 카카오와 합병했던 다음의 분사 추진 소식이 알려졌다. 모바일 메신저 업계와 인터넷 포털에서 ‘신화’를 써 내려갔다던 당시 평가와 함께 두 기업이 네이버의 아성도 무너뜨릴 수 있다던 과거 예측과 상반된다.
‘포털’로서의 기능을 다음이 제대로 발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분석 속, 카카오 노조는 사측의 사전 논의 없는 일방적인 분사 통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오는 19일 경기 성남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기자회견과 집회를 열고, 콘텐츠 CIC(사내독립기업) 분사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히겠다고 17일 알렸다. CIC(Company in Company)는 분사 대신 기업 내부에 두고 사내 벤처 같은 형태로 운영하는 회사를 뜻한다.
분사 법인의 구체적인 운영 방안을 밝히지 않고 있다며, 경영진의 결정은 사실상 다음 매각과 다를 바 없다는 노조의 주장이다. 특히 노조는 분사 시 카카오 조직 내 다음 서비스 관련 인력과 계열 법인 관계자 등 1000명이 고용 불안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한다. 노조는 지금의 카카오를 둘러싼 위기는 준비 없는 ‘무분별한 분사’에서 시작됐다며, 이는 노동 환경 약화와 동료간의 반목과 갈등을 양산했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카카오 콘텐츠 CIC는 지난 13일 타운홀 미팅에서 직원들에게 다음의 분사 계획을 공유했다. 포털·검색·콘텐츠 분야에서 심화하는 경쟁 대응을 위한 돌파구 마련이라고 추진 배경을 설명하면서다. 별도 법인으로 독립성을 확보하고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는 환경과 빠르고 독자적인 의사결정 구조를 세워 서비스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얘기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카카오 판교아지트. 뉴시스
다음 분사 추진이 사실상 카카오의 비핵심 사업 정리의 하나가 아니냐는 분석이 일부에서 제기된다. 2014년 다음과 카카오의 합병이 네이버 주도 국내 인터넷 시장의 판도에 변화를 일으킬 거라던 당시 업계의 예상도 이미 엎어졌다는 평가다. 양사 합병이 단순한 ‘더하기’가 아닌 서로의 장점을 밑거름 삼은 거대한 융합이 될 거라던 당시 프레젠테이션 언급과도 다르다면서다.
다음카카오에서 카카오로의 사명 변경을 두고 이른바 ‘다음 지우기’ 아니냐는 반응까지도 나왔었다. 서로의 장점을 밑거름 삼은 융합으로 새로운 모바일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던 합병 당시 각오는 2년 전 카카오의 CIC 운영 발표로 이미 금이 간 터다. 사실상 이때부터 카카오가 다음과 일종의 ‘헤어질 결심’을 한 시점 아니냐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무엇보다 다음 분사 추진에는 다음이 포털의 성격을 뚜렷하게 드러내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웹로그 분석사이트 인터넷트렌드에 따르면 이달 첫째 주(2~8일)에 다음의 국내 검색 시장 점유율은 평균 2.74%로 네이버(64.39%), 구글(27.65%)과 비교해 크게 뒤처진다.
카카오톡 이용자 수천만명을 다음으로 끌어들여 ‘메신저·포털’ 혼합 모델 정착을 시도했으나 사용자의 열띤 반응을 얻지 못했던 과거와도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여기에 한때 다음을 둘러싼 ‘편향성’ 논란으로 정치적 부담을 겪은 카카오가 그때의 기억을 쉽사리 떨쳐내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카카오톡과 인공지능(AI)을 투톱으로 하는 사업 고도화를 추진하는 카카오는 다음 직원들이 카카오에 남거나 분사 법인으로 이동할 수 있게 선택권을 부여할 계획이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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