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 극대화한 광합성 미생물 개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의 이용재 선임연구원과 김희식 세포공장연구센터장./한국생명공학연구원
미세조류로도 불리는 광합성 미생물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유용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자연의 작은 공장’이다. 하지만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하려면 유전자를 정밀하게 교정하는 기술이 필수다. 국내 연구진이 자연에서 힌트를 얻어 높은 효율로 광합성 미생물의 유전자를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김희식 한국생명공학연구원(생명연) 세포공장연구센터장 연구진은 크리스퍼 단백질의 핵 내 정밀 유도를 통해 광합성 미생물의 유전자 교정 빈도를 10배 이상 크게 높일 수 있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했다고 18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미 국립과학원회보(PNAS)’ 온라인판에 지난 3일 게재됐다.
광합성 미생물은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유용한 물질을 생산하는 생명체다. 때문에 기후 변화 대응 기술의 핵심 요소이자 지속 가능한 탄소 감축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단 광합성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유전자가위로 정밀하게 유전자를 교정해 이산화탄소 흡수 능력을 극대화해야 한다. 유전자가위는 디옥시리보핵산(DNA)의 특정 부위를 정밀하게 자르고 교정할 수 있는 기술이다. 하지만 기존의 크리스퍼 단백질 유전자가위 기술은 광합성 미생물의 핵 내부로 들어가기 어려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진은 자연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원리를 모방한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자연계에는 특정 생물이 다른 생물의 세포 속으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메커니즘이 존재한다. 대표적인 예가 토양 미생물인 아그로박테리움(Agrobacterium)이다. 이 미생물은 자신의 유전 정보를 식물 세포의 핵 속으로 보내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핵위치 신호(NLS)’라는 요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진은 이 점에 착안해 대표적인 유전자가위 단백질인 크리스퍼 Cas9에 NLS를 추가한 새로운 ‘DN Cas9′ 단백질을 개발했다.
새로 개발한 유전자 가위 ‘DN Cas9′을 활용한 실험 결과, 광합성 미생물인 클라미도모나스 레인하티(Chlamydomonas reinhardtii)의 유전자 교정 효율이 기존보다 10배 이상 증가했다. 연구진은 DN Cas9 단백질이 광합성 미생물의 핵 내부로 더욱 정확하고 빠르게 이동하며, 그 과정에서 단백질이 다량으로 축적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또 다른 광합성 미생물에서도 유전자 교정 빈도를 높이는 데 성공해, 이 기술을 다양한 생물에 적용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김희식 센터장은 “이번 연구는 전 세계 최초로 유전자 교정 대상 생물의 핵 내부 물질 전달 원리를 활용해 유전자가위 기술을 개발한 것”이라며 “광합성 미생물 기반 탄소 저감 기술의 실현을 앞당기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PNAS(2025), DOI: https://doi.org/10.1073/pnas.241507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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