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실리콘밸리에서 ‘바이브(Vibe·느낌) 코딩’이라는 신조어가 유행하고 있다. 기존 노코드·로우코드 소프트웨어(SW) 개발에서 한발 더 나아가 그저 ‘느낌’만으로 인공지능(AI)에게 모든 것을 맡긴다는 뜻이다. AI 코더가 인간의 ‘도우미’에서 나아가 프로그램 개발의 시작부터 끝까지 도맡게 되자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직업 대체에 대한 공포감이 돈다. AI 발전 속도에 발맞춰 개발자 구직이 급감중인 탓이다.
챗GPT가 기사 내용을 바탕으로 생성한 이미지
17일(현지 시간) 테크계에 따르면 게리 탠 와이콤비네이터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타트업 데모데이 도중 CNBC와 만나 “바이브 코딩으로 한때 개발자 50~100명이 필요하던 일이 10명으로 가능해졌다”며 “10명 이하 직원으로 연 100만~1000만 달러 매출을 올리는 전례 없는 일이 관찰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데모데이 참여 스타트업 중 25%는 코드 95%가 AI로 작성됐다”며 “AI가 스타트업을 더욱 경량화해 산업 판도를 바꾸고 있다”고 덧붙였다. 와이콤비네이터는 세계 최대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도 대표직을 역임한 바 있다.
바이브 코딩이란 용어 또한 오픈AI에서 기인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바이브 코딩은 오픈AI 창업멤버인 안드레이 카파시(Andrej Karpathy) 전 테슬라 AI 리더가 주창한 개념이다. 지난 2월 처음으로 언급됐으나 이미 메리엄-웹스터 사전에 신조어로 등록됐다.
당시 카파시는 “완전히 (AI의) 바이브에 굴복하고 코드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라며 “그저 보고 말하고 실행하고 복사 붙여넣기만 해도 대체로 실행되고 버그가 있다면 다시 명령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AI가 작성한 코드를 사람이 일부 수정하거나 살펴볼 필요도 없이 잘 작동하는지만 확인하면 되는 단계가 ‘바이브 코딩’이라는 의미다. 2023년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는 ‘영어’”라는 말을 남겼던 그는 “요즘 AI는 너무 좋아져서 최근에는 키보드도 거의 만지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바이브 코딩이라는 용어는 카파시가 만들었으나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에 사람이 필요치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수많은 AI 전문가들이 동의한다. 오픈AI 라이벌로 불리는 앤스로픽의 다리오 아모데이 CEO는 지난주 워싱턴 DC에서 열린 미국외교협회(CFR) 행사에 참석해 “2~3년 내 모든 작업에서 인간보다 뛰어난 AI가 등장하고 1년 내 AI가 모든 프로그램 코드를 작성하게 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 코딩 AI는 자동화에 따른 생산성과 별개로 최고 수준 인간 개발자보다 효율적인 코드를 내놓고 있다. 오픈AI 최신 추론모델인 o3는 지난해 12월 등장 당시 코딩 점수를 평가하는 코드포스에서 2727점을 기록했다. 이는 인간 개발자 기준 세계 17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이 제공하는 ‘FRED’가 집계한 인디드 소프트웨어 개발자 채용 공고 추이. 2020년 1월을 100%로 삼았다.
초기 AI 코딩 도우미에 환호하던 개발자들은 챗GPT 등장 3년이 채 되지 않아 직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AI를 개발한 프로그래머들이 가장 먼저 AI에 대체당하는 구도다. 실제 글로벌 채용 포털 인디드(Indeed)에 따르면 현재 소프트웨어 개발자 구직 공고는 2020년 1월 대비 34% 감소한 상태다. 같은 기간 전 직업 공고가 10% 늘어난 점과 대비된다.
개발자 모집 공고는 코로나19가 정점이던 2022년 중순 최고조를 달려 2020년 1월 대비 230%에 이르렀으나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0월 이후로 급감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정점 대비 공고가 3.5배 줄었다고 한다. 탠 CEO는 “섬뜩한 일이지만 빅테크에서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엔지니어들이 저비용으로 스타트업을 구축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말했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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