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방송 콘텐츠 거래체계 및 대가산정 기준 마련 필요성' 세미나
OTT 확산 속 콘텐츠 중복공급 증가로 유료방송 경쟁력 약화 우려
콘텐츠 독점 여부에 따른 플랫폼 간 사용료 차등 정책 도입 필요
[서울=뉴시스] 한국방송학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체계 및 대가산정 기준 마련 필요성’ 세미나에 황용석 건국대 교수와 김헌 한양대 교수, 곽정호 호서대 교수가 주제 발표를 했다. (사진=심지혜 기자)
[서울=뉴시스] 심지혜 기자 = 서강준 주연의 지상파 주말 드라마 '언더커버 하이스쿨'. 지난 2월부터 방영됐는데 한때 최고 시청률 8.3%를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상파 주말 저녁 드라마는 케이블TV나 IPTV 같은 유료 방송 사업자들에게 킬러 콘텐츠다. 흥행작이라면 더 그렇다. 실시간 방송을 놓쳐 '다시보기' 주문형비디오(VOD)를 찾는 이용자들이 많아서다.
그런데 정작 유료방송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왜 그럴까.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등 국내 방송채널사업자들이 유료방송과 온라인동영상(OTT)에 콘텐츠를 동시공급(멀티 호밍)하는 사례들이 부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TV가 없어도, 유료방송을 보지않고 OTT로 드라마 화제작을 볼 수 있다는 얘기다. '언더커버 하이스쿨' 역시 웨이브, 티빙 등에서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볼 수 있다. 굳이 비싼 VOD 요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굳이 지상파 방송채널만 그런게 아니다. 종합편성채널, 티비엔(tvN) 등 다양한 방송 콘텐츠들이 OTT로 동시 제공된다. 인기 예능도 마찬가지다. JTBC '이혼숙려 캠프'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이같은 멀티 호밍 트렌드가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해 콘텐츠 대가 지급 여력을 약화시키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전문가들은 급변하는 방송산업 환경을 고려,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17일 한국방송학회가 주최한 ‘유료방송 콘텐츠 거래체계 및 대가산정 기준 마련 필요성’ 세미나에서는 이같은 내용이 공유됐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황용석 건국대 교수와 김헌 한양대 교수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12일까지 OTT에 공급된 주요 방송프로그램은 1455개다. 이 중 43.71%가 두 개 이상의 OTT 플랫폼에 중복 공급됐다.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콘텐츠의 90% 이상이 다수의 OTT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뉴시스] 방송채널 사업자별 OTT 플랫폼 공급 수준. (자료=황용석 건국대 교수, 김헌 한양대 교수) *재판매 및 DB 금지
김 교수는 “방송채널 사업자들이 콘텐츠 공급 범위를 확대해 협상력을 강화하는 전략적 선택이지만 이는 OTT와 유료방송 간 대체성을 증가신다”며 “유료방송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 하락과 가입자 이탈을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홀드백’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홀드백은 실시간 콘텐츠를 주문형비디오(VOD)로 공급하는데 까지 걸리는 기간으로 기존에는 기존에는 일정 기간을 두고 있었는데, 이제는 방송 직후 OTT에 제공하는 비율이 90%이상인 것으로 좃됐다.
넷플릭스, 웨이브, 티빙 등 주요 OTT 3사의 홀드백 기간을 분석한 결과 전체 프로그램 중 약 90%가 방영 당일 또는 1~2일 내에 OTT에서 제공됐다.
넷플릭스의 경우 방영 당일 콘텐츠 제공 비율이 51.72%, 2일 내 공급 비율까지 포함하면 90%를 넘어섰다.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빠르게 공급하며, 특히 퀵VOD(실시간 방송 즉시 제공) 서비스를 활용해 유료방송 실시간 시청의 대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황 교수는 “방송 프로그램 공급자의 멀티호밍 전략과 결합해유료방송의 독점적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OTT 중심의 플랫폼 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과거엔 OTT가 시장 파이 키우는 데 도움이 됐지만 이제는 대체제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부연했다.
이렇듯 변화하는 시장 상황 속 대가산정 기준 논의가 본격화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유료방송시장 생태계는 저가 수신료 구조를 유지하면서 홈쇼핑 송출수수료 수입마저 줄어들면서 콘텐츠 대가로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위축되고 있다. 이에 협상력에 의존했던 과거의 거래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료방송 시장이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플랫폼간 경쟁이 적었던 시절에는 적용 가능한 거래 방식이었으나 방송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급증하고 멀티호밍 및 홀드백 제로 전략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기존의 거래 방식으로는 유료방송 생태계 지속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합리적 대가산정 기준이 없어 적정 가격 판단의 불확실성이 증가하는 상황”이라며 “‘선계약 후공급’ 체제는 구축했지만 대가와 관련한 이슈는 규정하지 못했다. 게다가 정부 주도로 추진하던 대가산정 논의가 중단되면서 지난해 콘텐츠 공급계약도 지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곽 교수는 “각 플랫폼의 방송사업 경영상황 변화, 독점 콘텐츠 여부 등의 요소를 콘텐츠 대가산정 기준에 반영하는 등, 유료방송 시장 변화가 방송콘텐츠 거래에도 반영돼야 한다”며 “합리적인 콘텐츠 거래 질서가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제도화가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콘텐츠 거래대가 갈등에 영향을 미치는 '규제 격차'도 해소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콘텐츠 거래대가 갈등은 생존을 지속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서 격화되고 있다"며 "갈등 중재도 중요하지만 원인을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OTT와 유료방송 간 차별적 규제도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imi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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