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 출간
2023년 수출, 22년만 역성장
中수출 비중 25.5%···4.6%P↓
MMORPG 편중, 참신한 대작 부족
넥슨·크래프톤 신작 성공 주목
[서울경제]
2023년 국내 게임 수출 규모가 2001년 이후 22년 만에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게임사들이 글로벌 선호도가 낮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에 집중하는 사이 중국 게임사들이 무섭게 추격하면서 ‘K-게임’의 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17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4 대한민국 게임백서’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게임산업 수출액은 83억 9400만 달러(약 10조 9576억 원)로 전년 대비 6.5% 포인트 줄었다. 한국 게임의 수출이 감소한 것은 2001년 게임백서 발간 이후 처음이다.
PC, 모바일 등 플랫폼 전 부문에서 수출 규모가 축소됐다. 모바일 게임의 수출 규모가 52억 5941만 달러로 지난해 보다 8.8% 감소했고 PC게임은 29억 1241만 달러로 6.5% 줄었다. 콘솔 게임이 1억 8579만 달러, 아케이드 게임이 3640만 달러로 각각 0.4%, 3.1% 감소했다.
게임 수출 위축에는 중국의 영향이 컸다. 중국 정부가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으로 판호(현지 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대거 줄이면서 국내 게임사의 중국 수출이 급감했다. 국내 게임사의 중국 수출 비중은 2023년 25.5%로 전년 대비 4.6%포인트 줄었다.
중국의 게임 개발 경쟁력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 게임 사이언스의 ‘검은 신화:오공’ 등은 기획력과 완성도를 겸비했다는 평가와 함께 글로벌 시장에서 호성적을 거뒀다. 반면 한국 게임사들은 주요 시장인 서구권에서 이용자층이 얇은 MMORPG에 편중된 모습을 보이며 경쟁력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시리즈를 모방한 게임 위주로 출시하면서 다른 문화권 이용자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부 교수는 “‘승리의 여신: 니케’나 ‘블루 아카이브’ 등 소수 게임을 제외하고 돋보이는 히트작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시장을 새롭게 개척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올해 GTA6, 데스 스트랜딩2: 온 더 비치, 고스트 오브 요테이, 둠: 더 다크 에이지 등 인기 지식재산권(IP) 기반의 글로벌 대작이 출시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K게임의 위기가 더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게임사들이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전략을 수정하는 한편 정부도 규제 대신 진흥책 중심으로 정책을 선회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정부가 게임 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을 재검토하고 선택적 셧다운제도를 전면 폐지하는 한편 세액 공제 제도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게임사들은 플랫폼과 장르를 다변화한 대작을 앞세워 반등을 노린다. 게임 업계 투 톱인 넥슨과 크래프톤은 이달 28일 나란히 신작을 선보인다. 넥슨은 인기 IP인 ‘던전앤파이터’를 활용한 트리플A급 액션 역할수행게임(RPG) ‘퍼스트 버서커: 카잔’을 출시해 국내 게임업계가 약세를 보여 온 콘솔 시장을 겨냥한다. 크래프톤은 인생 시뮬레이션 게임 ‘인조이’로 새로운 장르 개척에 나섰다.
김성태 기자 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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