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채널사업자, 멀티호밍 전략 적극 구사
작년 8월부터 12월까지 1455개 프로그램 OTT 공급
유료방송 콘텐츠 독점 제공 가치 하락
케이블 SO "매출 증감 연동해 대가산정해야"
[이데일리 임유경 기자] 실시간 방송 후 온라인동영상(OTT)서비스에 콘텐츠가 제공되는 ‘홀드백’ 기간이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유료방송 사업자의 ‘콘텐츠 독점 제공 가치’도 하락해, 콘텐츠 대가 산정 방식 자체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가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학회 세미나에서 ‘방송채널 사업자의 멀티플랫폼 유통 실태 연구’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임유경 기자)
자료=방송채널 사업자의 멀티플랫폼 유통 실태 연구 자료 발췌
황용석 건국대 디지털커뮤니케이션연구센터 교수와 김헌 한양대학교 정보사회미디어학과 교수는 1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방송학회 세미나 발제 발표를 통해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에서의 멀티호밍 현황을 분석한 ‘방송채널 사업자의 멀티플랫폼 유통 실태 연구’를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2024년 8월부터 12월까지 지상파, 종합편성채널, tvN 계열 방송채널에서 방영된 총 1455개 프로그램이 OTT에 공급됐으며, 그 중 43.71%는 두 개 이상의 OTT 플랫폼에서 중복 공급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종합편성채널(MBN, TV조선, 채널A)의 경우 콘텐츠 90% 이상이 다수의 OTT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연구결과 실시간 방송 후 당일 또는 1~2일 내에 OTT에서 제공되는 콘텐츠 비율이 90% 이상인 것으로 나타나 실시간 콘텐츠가 OTT 플랫폼에 전달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인 ‘홀드백’이 사실상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넷플릭스의 경우, 방영 당일 콘텐츠 제공 비율이 51.72%였으나, 2일 내 공급 비율까지 포함하면 90%를 넘어섰다. 웨이브와 티빙은 각각 지상파 및 종합편성채널 콘텐츠를 중심으로 빠르게 공급하며, 특히 퀵 VOD 서비스를 활용해 유료방송 실시간 시청의 대체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연구진은 “방송 프로그램 공급자의 멀티호밍 전략과 짧은 홀드백이 결합해 유료방송의 독점적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유료방송 가입자의 이탈을 가속화하는 핵심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프로그램 사용료를 산정할 때 플랫폼 간 중복 공급을 감안해, 콘텐츠가 독점 공급될 때와 달리 다소 낮은 프리미엄(프리미엄)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놨다.
실제 2023년 전체 방송사업매출은 전년 대비 4.7% 줄어든 반면, 주요 OTT 서비스의 매출은 전년 대비 6.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OTT 서비스가 방송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어진 두 번째 발제에서 곽정호 호서대 교수는 합리적 콘텐츠 대가 산정 기준 마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케이블 TV 방송매출은 지속 감소하고 있는데 콘텐츠 사용료는 지속 증가해 방송사업이 적자로 전환된 케이블TV(SO)사업자가 많다”며 “전년대비 인상 또는 인하로 콘텐츠사용료를 지속 지급할 경우 케이블TV는 머지 않아 방송사업이 불가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현재 콘텐츠 사용료 산정에는 합리적 대가 산정 기준이 없어 갈등이 커지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콘텐츠 대가산정기준 마련을 위해 회의체 및 전문가 자문위 등을 운영했으나, 이해관계자 합의에 실패해 논의가 중단된 상태다.
한국케이블TV협회 SO협의회는 매출액(기본채널수신료+홈쇼핑송출수수료) 증감에 콘텐츠 대가를 연동하는 방식을 제안한 상태다. SO의 콘텐츠 대가 지급률이 전체 플랫폼 평균 대비 5% 이상 높을 경우, 향후 3년간 점진적으로 SO 지급률을 전체 플랫폼 평균 수준까지 인하하는 보정옵션도 포함했다.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방송콘텐츠의 희소성이 높던 과거의 방송콘텐츠 거래체계·기준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면서 “주로 협상력에 의존한 거래관행에다 전년 대비 n% 인상, 인하 방식의 기준만으로 거래가 이뤄져 온 것에 대한 대수술이 필요하다”고 힘줘 말했다.
임유경 (yklim01@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