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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 최종회에서 박진영X노정의가 마침내 ‘죽음의 법칙’을 깨고 서로를 구원하는 해피 엔딩을 썼다.
지난 16일 방송에서는 사라진 동진(박진영)의 행적을 좇던 형사 중혁(임재혁)의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는 미정(노정의)에게 10년 전 동진이 전하지 못한 ‘마녀의 존재 부정’ 리포트를 건넸다. 또한, 미정이 ‘마녀’여도 상관없는 동진이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기 위해 ‘죽음의 법칙’을 깨려 했다는 사실도 알렸다. 오랜 세월 동안 자신을 위해 헌신한 동진의 마음을 알게 된 미정은 마침내 그를 찾아 오랫동안 꿈꿔왔던 오스트리아의 작은 마을, 할슈타트로 떠났다.
문제에 답이 있다던 중혁의 조언대로, 동진은 그곳에서 미정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침내 재회한 동진은 “박미정, 널 사랑해”라고 고백했다. 하지만 동시에 먹구름과 번개가 몰려들며 불안감을 고조시켰다. 그때, 미정이 “이건 내 마음일 뿐이야”라며 멀어지려는 동진을 붙잡았다. 미정을 좋아했던 사람들이 그녀의 곁을 떠났을 땐 사고를 당했지만, 함께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게 최종회의 부제이기도 한 ‘마지막 변수’였던 것이다.
이윽고 “나도 널 사랑해, 이동진”이라는 미정의 고백이 이어졌고, 하늘은 점차 고요해졌다. 비록 변수가 더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 불안함 속에서도 서로를 향해 나아가기로 했다. 마침내 ‘죽음의 법칙’을 깨고 함께하는 길을 선택한 두 사람. 그 아름다운 구원의 사랑이 웰메이드 미스터리 로맨스의 마지막을 완성시키며 가슴을 울리는 깊은 여운을 남겼다.
박진영과 노정의는 ‘마녀’ 속 인물들의 감정의 결들을 세밀하게 표현하며 극의 몰입도를 극대화했다. 박진영은 미정을 사랑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죽음의 법칙’을 깨려는 과정을 깊이 있는 감정 연기로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특히 절제된 눈빛과 미묘한 표정 변화만으로도 동진의 감정을 전달하며, 단순한 로맨스를 넘어 한 사람을 구원하고자 하는 간절함을 담아냈다. 노정의 역시 탑에 갇힌 외로운 미정의 내면을 섬세하게 그려냈다. 스스로를 고립시킬 수밖에 없었던 미정이 점차 변화하며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세상 밖으로 나오는 과정은 그녀의 디테일한 연기로 더욱 깊은 울림을 전했다. 두 배우의 밀도 높은 연기가 시리도록 아름다운 ‘마녀’만의 감성을 더욱 진하게 농축해가며 자연스레 시청자들에게 스며들었고, 가슴에 오래 남을 명장면들을 탄생시켰다.
김태균 감독은 여백의 미를 활용한 감각적인 연출로 시청자들의 감성을 더욱 건드렸다. ‘죽음의 법칙’이라는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사랑과 구원의 서사를 촘촘하게 쌓아 올린 전개는 극의 몰입도를 높였다. 김태균 감독이 이렇게 만들어낸 서사와 영상미는 ‘마녀’의 분위기를 더욱 깊이 있게 완성했고, 강풀 작가의 원작이 지닌 묵직한 메시지를 살리면서도 시청자들을 동진과 미정의 이야기에 빠르게 이입시켰다. 신비로우면서도 감성적인 분위기를 극대화한 연출은 ‘마녀’만의 독보적인 색깔을 구현했고, 웰메이드 미스터리 로맨스로 자리매김하게 한 일등공신이 됐다.
‘마녀’는 ‘죽음의 법칙’이라는 미스터리한 설정을 통해, 사회가 얼마나 쉽게 낙인을 찍고 개인을 고립시키는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미정이 마녀가 된 이유는 그녀에게 초자연적인 힘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만들어낸 편견과 두려움 때문이었다. 그 소문이 겹겹이 쌓이며 만들어진 낙인은 결국 그녀를 사회에서 완전히 고립시켰고, 오늘도 누군가를 다치게 했을 수도 있다는 죄책감에 움츠려 들게 했다. 하지만 동진은 그녀가 ‘마녀’가 아님을 증명하려는 과정에서 모든 데이터가 그녀를 ‘마녀’라 가리켰을 때도 개의치 않았다. 그저 미정이 온전히 자신의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우려 했고, 그녀를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결국 법칙을 찾아냈다.
동진이 구원한 건 미정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와 같이 ‘죽음의 법칙’이 따라다니고 있던 중혁을 둘러싼 사건사고를 같이 조사한 것. 마치 미정처럼 어렸을 적부터 주변에 사고가 많이 일어났었던 중혁은 어렴풋이 원인이 자신이라는 것만 알고 자세한 이유를 몰라 세상과 단절한 채 살아왔었다. 그런 그에게 동진이 다가왔고, 그가 파헤친 ‘죽음의 법칙’ 덕분에 그 역시 자신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는 은실(장희령)에게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었다. 이렇듯 ‘마녀’는 현실 속에도 미정과 중혁 같은 ‘마녀’가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들에게 손을 내미는 한 사람의 용기가 얼마나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가 쉽게 규정하고 외면했던 시선들을 되돌아보게 했고, 그 여운은 유종의 미에 방점을 찍었다.
최윤나 동아닷컴 기자 yyynn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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