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서울시장 "토허제 재검토" 발언 파장
전문가들 "정책 일관성 없으면 시장 혼란"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아파트값 상승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하면 다시 규제하는 것도 검토해볼 수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10일 이 같이 발언해 부동산 시장의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던 강남구 대치동, 청담동, 삼성동과 송파구 잠실동 등 일대 아파트 305곳 가운데 291곳을 해제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은 말 그대로 토지를 거래하는 데 있어 허가가 필요한 지역을 말합니다. 1970년대 서울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을 할 때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했던 제도입니다. 이를 집값을 잡기 위해 도입했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시장에서 실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았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지정된 이후 도입 목적이었던 가격 상승 억제는커녕 오히려 '정부가 찍어준 투자처'라는 인식이 자리 잡히면서 가격이 꾸준히 올랐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있는 곳을 피해 수요가 몰리다 보니 인근에 있는 집값이 오르는 풍선효과도 나타났습니다. 예컨대 송파구 잠실동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옆에 있는 신천동에 있는 단지가 한때 가격이 오르기도 했습니다.
고준석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상남경영원 교수는 "그동안 토지거래구역으로 지정됐던 지역에서 거래량은 줄었지만, 신고가가 계속 나왔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상 문제가 많은 규제를 해제하고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오 시장이 '재규제'를 언급하면서 시장의 파장은 큽니다.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느냐"는 비판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한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 누리꾼은 "오세훈 시장이 정책을 정말 쉽게 여기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고, 또 다른 누리꾼은 "오 시장이 강남 집값 상승에 기름을 부어놓고 겁이 나니 다시 되돌리려는 것 아니겠느냐"고도 지적했습니다. 다른 누리꾼은 "차라리 재지정해서 혼돈의 부동산 시장으로 가보자"는 극단적인 의견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서울 아파트 전경. 사진=뉴스1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큽니다.
정보현 NH투자증권 Tax센터 부동산 연구위원은 "규제를 해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지정을 검토한다면 시장은 정책의 불안정으로 혼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며 "매수세가 살아나기 시작한 상황에서 지정된 지역 인근으로 풍선효과가 나타나거나 상승지역을 중심으로 구역 지정 전 매수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재검토 발언에 대해 투자자들은 규제 재도입 가능성을 우려해 '불안감 매수'에 나설 수 있고 반대로 대기 수요자들은 관망세로 돌아서는 등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며 "정책 일관성이 부족할 경우 거래 위축이나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집값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단 얘기"라고 짚었습니다.
한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강남 3구를 비롯한 핵심 지역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습니다. 2018년 이래 최대 상승폭입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둘째 주(10일) 기준 서울 집값은 전주보다 0.2% 상승했습니다. 서울 집값은 △2월 첫째·둘째 주 0.02% △2월 셋째 주 0.06% △2월 넷째 주 0.11% △3월 첫째 주 0.14% 등으로 상승 폭을 계속 늘려나가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최대 수혜지역으로 꼽히는 송파구가 0.72% 뛰었습니다. 2018년 2월 첫째 주(0.76%) 이후 7년 1개월 만의 최대 오름폭입니다. 강남구도 2018년 1월 넷째 주(0.93%) 이후 가장 높은 0.69%의 상승률을 기록했고, 서초구도 2018년 1월 다섯째 주(0.69%) 이후 가장 높은 0.62%의 상승률을 보였습니다.
이런 상승세는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등 주변 지역으로도 확산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성동구는 0.29% 오르며 전주(0.08%)보다 상승 폭을 키웠고 용산구(0.10%→0.23%), 마포구(0.11%→0.21%) 등도 나란히 오름폭이 확대됐습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Copyright © 한국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