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 인터뷰
“美 우주 정책 변화 발 맞춰 화성 TF 신설
재사용 발사체는 우주경제 핵심 요소
L4 우주관측소에 10여 국가 협력 논의 중”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하면서 미국의 우주 탐사 전략도 일대전환을 앞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최측근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창업자는 달 탐사보다 화성 탐사에 중점을 두는 모양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화성에 성조기를 꽂겠다”고 선언했다.
한국도 미국의 우주 정책 변화에 발 맞춘다.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지난 13일 경남 사천 우주청 청사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우주청 임무본부 안에 화성 탐사를 위한 태스크포스(TF)를 만들었다”며 “미국에서 화성 탐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만큼 한국도 지금부터 준비를 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존 리 우주항공청 우주항공임무본부장은 지난 13일 경남 사천시 우주청 청사에서 조선비즈와 인터뷰를 갖고 '화성 TF' 운영 계획을 처음 밝혔다./우주항공청
존 리 본부장은 30년간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백악관에서 일하며 뉴밀레니엄 프로그램, 헬리오피직스 프로젝트, 극지위성 프로그램 등 다양한 우주 탐사 임무를 이끌었다. 2021년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 수석 어드바이저를 지낸 후 은퇴했고, 지난해 우주청의 초대 우주항공임무본부장으로 임명됐다. 임무본부장은 우주청이 추진하는 주요 연구개발(R&D) 프로젝트와 우주 탐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자리다.
우주청이 밝힌 우주 탐사 로드맵에서 화성 탐사는 2045년으로 예정돼 있다. 20년 뒤의 일이라 화성 탐사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은 여태껏 논의되지 않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 존 리 본부장의 지시로 화성 TF가 꾸려졌다. 미국 현지 사정에 능통한 본부장이 트럼프 행정부에서 화성 탐사가 달보다 비중이 커진다고 간파한 것이다.
존 리 본부장은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섰다고 해서 달 탐사를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 큰 변화가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우리도 유연하게 미국의 정책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화성 탐사에 대해 미리 준비하고 생각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우주청의 화성 TF는 최근 임명된 강경인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이 이끌고, 우주 수송과 인공위성 부문 등 임무본부 내 여러 조직이 참여한다.
우주청은 이미 NASA가 주최하는 M2M(Moon To Mars, 달에서 화성까지) 아키텍처 워크숍에 참석하는 등 미국의 화성 탐사 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새로 출범한 화성 TF가 우주청뿐만 아니라 외교부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 관련 부처와 여러 연구기관을 하나로 묶는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존 리 본부장은 “(화성 탐사에 있어) 우리 정부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스타베이스.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 스타십이 있는 곳으로 스페이스X의 심장부와 같다./REUTERS 연합뉴스
◇스페이스X 심장 스타베이스 간다
존 리 본부장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 중 하나는 새로 출범한 트럼프 행정부와 우주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우주 정책에서 NASA의 역할이 축소되고, 스페이스X를 비롯한 민간 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그동안 NASA를 중심으로 했던 한미 우주 협력의 축에도 변화가 필요한 실정이다.
존 리 본부장은 다음 달 스페이스X가 개최하는 ‘인터내셔널 데이’에 초대받아 미국 텍사스주의 스타베이스를 방문한다고 밝혔다. 스타베이스는 스페이스X의 차세대 로켓인 ‘스타십’을 실험하는 곳으로 스페이스X의 심장부와 같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머스크가 트럼프를 초대한 곳도 스타베이스였다.
존 리 본부장은 “스페이스X가 주요 국가 우주청장들을 4월 초 스타베이스에 초청했다”며 “스페이스X 입장에서도 중요한 행사인 만큼 일론 머스크가 참석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존 리 본부장은 스페이스X 인터내셔널 데이를 시작으로 4월 7일부터 10일까지 미국 콜로라도에서 열리는 스페이스 심포지엄과 4월 중순으로 예정된 제4차 한미 민간우주대화까지 참석할 계획이다. 그는 “스페이스X 뿐만 아니라 블루 오리진, 버진 갤러틱 등 여러 글로벌 우주 기업과 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미국 신정부와 새로운 우주항공 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형 우주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023년 5월 25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발사되고 있다. 우주청은 누리호를 이어 개발하는 차세대발사체는 미국 스페이스X의 팰컨9처럼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할 계획이다./한국항공우주연구원
◇차세대발사체 2032년 이후 매년 두 번은 쏜다
존 리 본부장은 2조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는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을 바꾸기로 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재사용발사체 기술의 등장으로 우주수송 패러다임이 재사용화, 저비용화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며 “2030년대 이후 국가 주력 발사체가 될 차세대발사체가 기존 방식으로는 경제성 면에서 뒤처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현재 우주청은 차세대발사체 사업 계획 변경을 위한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에는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존 리 본부장은 “재사용발사체 기술을 확보하면 우주로 나가는 비용이 낮아져 위성 발사 수요 증대를 견인할 수 있다”며 “단순한 기술적 전환이 아니라 우주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고 말했다.
우주청은 2032년에 예정된 달 착륙선 발사는 재사용 기술을 접목하지 않은 차세대발사체를 이용하되 그 이듬해부터는 매년 두 차례 정도는 재사용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발사체를 시험 발사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2035년에 재사용발사체 기술 100% 확보를 위해서는 충분한 경험과 데이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존 리 본부장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임무를 수행한 뒤 2035년까지 5~6회 정도 차세대발사체 임무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주청 관계자는 “2030년대에는 국내 인공위성 발사 수요가 1년에 90회 정도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차세대발사체 임무 수행에 충분한 위성 수요가 있다고 예측한 것이다.
제4 라그랑주점(L4) 태양권 우주관측소 구축 사업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라그랑주점은 태양과 지구의 중력이 상쇄돼 안정적인 위치를 유지할 수 있는 공간을 말한다. 우주청은 작년부터 L4 우주관측소 구축 사업을 위한 기획 연구에 착수했다. L4 탐사는 한국이 주도하는 첫 심우주 탐사 프로그램이다.
존 리 본부장은 “달 기지 건설과 심우주 탐사가 본격화될 수록 태양 관측을 통해 우주 기상을 예측하는 것도 중요해진다”며 “L4 우주관측소 사업에 미국, 독일, 그리스, 호주 등 10여개국이 관심을 보이고 함께 협력할 방안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이 이런 사업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월드클래스(world-class, 최상급)로 인정 받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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