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창업자가 지난 14일 열린 안랩 창립 30주년 기념식장에서 안랩 직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안랩 제공
1999년 당시 컴퓨터바이러스 뉴스. 안랩 제공
안랩 임직원들이 지난 14일 경기 판교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열린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안랩 제공
안랩 강석균 CEO가 지난 14일 열린 안랩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안랩 제공
컴퓨터 바이러스가 무엇인지조차 생소하던 시절, 한 의대생이 국내 최초로 백신 프로그램을 개발해 무료로 공개했다. 사이버 보안의 개념조차 희미하던 때, 그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알리고 보안의 필요성을 일깨웠다. 그 작은 움직임은 1995년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 설립으로 이어졌다. 국내 최초의 백신 소프트웨어 기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국내 보안의 역사…30살 된 안랩=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은 안랩은 더 이상 백신 소프트웨어 회사가 아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 보안 산업과 함께 성장하며 영역을 넓혀왔다.
1997년 글로벌 보안 기업 맥아피(McAfee)로부터 1000만달러의 인수 제안을 받았지만 당시 안철수 창업자는 이를 거절했다.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의 독립성을 지키고 직원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이후 안랩은 AI 보안, 클라우드 보안, 운영기술(OT) 보안까지 아우르는 종합 보안 기업으로 변모했다.
IT 붐을 타고 성장한 안랩은 국내 대표 보안 기업으로 자리 잡았고 2001년 코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창업자의 손을 떠나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된 이후 보안 외 영역으로의 확장을 꾸준히 시도했다.
글로벌 시장의 문도 계속 두드렸다. 안랩은 출범 초기부터 종합 보안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시장 진출 역시 창립 4년차인 1999년부터 계획에 포함됐다. 하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2000년대 초반 일본과 중국에 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을 두드렸지만 이미 글로벌 보안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였다. 맥아피, 시만텍, 크라우드스트라이크 등과의 경쟁 속에서 뒤늦게 진입한 안랩이 자리를 잡기란 쉽지 않았다.
하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최근에는 단순한 제품 수출이 아니라 현지 기업과 협업해 보안 생태계를 구축하는 전략으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사우디아라비아 보안 기업 SITE와 합작해 '라킨(Rakeen)'이다. 사우디 정부와 기업을 대상으로 보안 솔루션을 제공하고 중동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한 행보다.
◇사우디는 새로운 시작…"월드클래스 기업 도약할 것"= 사우디를 발판으로 안랩은 아시아·태평양(APAC)과 유럽 시장으로의 확장도 노리고 있다. 인터넷 보급률이 빠르게 증가하는 동남아, 보안 규제가 강화되는 일본 등에서도 성장 기회를 모색 중이다. 보안 수요가 커지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글로벌 보안 기업들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글로벌 시장에서 넘어야 할 벽도 만만치 않다. 사우디 시장만 해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사우디에는 이미 팔로알토네트웍스와 사이버리아 같은 강자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아울러 사우디 정부는 '사이버보안규정(ECC)'은을 통해 자국 내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해외로 반출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다. 국내에서는 'V3'라는 강력한 브랜드가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는 크라우드스트라이크, 팔로알토네트웍스 같은 보안 강자들이 이미 주도권을 쥐고 있다. 단순히 'K-보안 1위'라는 명성만으로 해외 시장을 뚫기는 어렵다.
이에 안랩은 AI와 빅데이터 기반 보안 기술을 경쟁력으로 내세우고 있다. 안랩은 엔드포인트, 네트워크, 클라우드 보안을 통합 관리하는 보안 플랫폼을 구축했고 지난해 출시한 '안랩 XDR'을 통해 기업 데이터를 분석하고 위협에 자동 대응하는 시스템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AI 기반 탐지 기술을 더욱 강화해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 사용자까지 보호할 수 있는 통합 솔루션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안랩은 전략 국가를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마련하고 블록체인·OT·클라우드·AI 등 각 분야에 특화된 자회사들과 함께 보안의 범위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강석균 안랩 대표는 지난 14일 창립 30주년 기념식에서 "안랩을 글로벌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월드클래스' 기업으로 만들겠다"며 "매출 3000억, 5000억을 넘어 1조 기업으로 도약하자"고 도전에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유진아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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