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이해진 복귀와 김범수의 물러남
②빠른 시장 변화 대응..CPO, CBO 전성 시대
③리더십 안정화에 나선 기업들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이달 말 주총을 앞두고 새롭게 선임될 이사들과 영입 인재들을 살펴보면, 우리나라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직면한 고민을 엿볼 수 있습니다.
일부 기업에서는 창업자가 사내이사로 복귀하는 한편, 또 다른 기업들은 제품이나 사업개발 책임자를 영입해 상품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기존 의사결정 조직을 간소화해 조직 간 시너지를 증대시키거나, 전략 부문을 신설한 기업도 있으며, 경영 안정화를 위해 임기 만료된 사외이사 전원이 유임하기로 한 곳도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의 불확실한 경제 상황, 국내 정치적 혼란, 그리고 인공지능(AI)기술 경쟁의 가속화라는 배경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해진(왼쪽) 네이버 창업자 겸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①이해진 복귀와 김범수의 많이 내려 놓기
네이버(NAVER(035420))는 26일 주총에서 이해진 창업자가 사내이사로 선임되고, 최수연 대표는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처리합니다. 이는 기존 사내이사였던 채선주 대외/ESG 정책 대표가 네이버 아라비아 법인장과 신설된 전략사업부문장을 맡으면서 이뤄진 변화입니다. 일부에서는 이해진 창업자가 경영 전면에 나선다고 해석하기도 하지만, 전략사업부문과 전략투자 대표(김남선 CFO) 선임을 고려할 때, 경영 리더들에게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면서 이해진 창업자의 경영 복귀가 이뤄진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해 보입니다.
반면, 카카오(035720)의 김범수 창업자는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의장직과 경영쇄신위원장직을 내려놓습니다.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재판과는 무관하게, 건강상의 문제로 당분간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카카오의 비전 수립과 미래 전략을 담당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 직책은 계속 맡을 예정입니다.
따라서 카카오 그룹의 2025년 경영은 정신아 카카오 대표와 CA협의체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이뤄질 전망입니다.
홍민택 카카오 CPO
채선주 네이버 전략사업부문장 겸 네이버 아라비아 대표
②빠른 시장 변화 대응…CPO, CBO 전성 시대
또 하나의 트렌드는 최고제품책임자(CPO)와 최고사업책임자(CBO) 영입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카카오는 홍민택 전 토스뱅크 대표를 CPO로, 파두는 김태균 전 삼성전자 부사장을 CBO로 영입했습니다. 비전 AI 기업 슈퍼브에이아이는 김진회 CBO를, 엔씨AI는 임수진 CBO를 채용했습니다.
또한, 전략사업부문장과 네이버 아라비아 법인장을 맡은 채선주 정책 대표나 전략투자 대표로 임명된 김남선 전 CFO도 유사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CPO와 CBO는 최고운영책임자(COO)와 달리 제품과 사업 전략을 재조정하며 기업 성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이들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서 빠르게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새로운 사업 기회를 발굴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의 경제 불확실성, 무역 전쟁, 글로벌 공급망 문제 등이 기업들이 이러한 인재를 찾는 주요 요인으로 분석됩니다.
곽우영 전 현대자동차 차량IT개발센터장(우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김성철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KIC 운영위원회 운영위원,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③리더십 안정화에 나선 기업들
임기 만료 사외이사 교체가 적다는 점도 최근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카카오는 최세정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와 박새롬 울산과학기술원(UNIST) 산업공학과 조교수를 재선임했고, KT는 곽우영 전 현대차 차량IT개발센터장,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이승훈 KIC 운영위원, 김용헌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등 임기를 마친 4명의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기로 했습니다.
KT(030200)는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공고도 냈지만, ‘원팀으로 함께 가기’ 위해 전원이 유임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부에서는 거수기 사외이사를 우려하지만, 현 CEO 선임 전에 이사회 구성이 완료됐고, 이례적으로 KT와 KT Cloud의 내부 거래 추진안에 반대하는 등 이사회 경영에 힘써 왔기 때문에 단순한 해석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보다는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국내 정치적 혼란, 그리고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의 가속화가 기업 리더십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는 것이 더 타당합니다.
자체 개발 AI 모델 대신 오픈AI의 파운데이션 모델 도입을 전격적으로 선언한 카카오가 카카오톡과 AI라는 두 핵심 사업을 키우기 위해 AI 서비스와 AI 개발로 나눴던 조직을 통합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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