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2년 5월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대강당에서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당시 정부는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첨단기술 분야의 협력 강화를 성과로 내세웠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미국 정부가 원자력, 인공지능(AI) 등 협력을 제한할 수 있는 ‘민감 국가’ 리스트에 한국을 추가하면서 양국의 첨단기술 협력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굳건한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과학기술 협력을 외교 성과로 과시해온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섰지만 차질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6일 KBS 1TV <일요진단>에 출연해 “미국과 올 한 해 약 120억원 규모의 공동 연구가 진행 중이다. (민감 국가 지정은) 대한민국 국익에 맞지 않기 때문에 과기부는 물론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다 힘을 합쳐 민감 국가 해제를 위한 노력을 적극적으로 해야 한다”며 미국에 방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한·미 동맹을 바탕으로 한 양국 간 첨단기술 협력을 강조해왔다. 윤 대통령은 2022년 5월 조 바이든 당시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성과로 반도체와 AI, 양자, 로봇 등 첨단 핵심기술 분야 협력 강화를 내세웠다. 인력 교류와 투자, 연구·개발 협력을 통해 ‘첨단기술 동맹’까지 확대한다는 게 당시 정부의 설명이었다.
이듬해인 2023년에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3국 간 연구기관 협력 파트너로 미국 에너지부 산하 국립연구소들이 지정되기도 했다. 과기부도 지난해 10월 에너지부 차관과의 면담을 통해 핵융합, 양자 등 주요 전략 기술과 관련한 협력 강화를 제안하는 등 보조를 맞췄다.
하지만 불과 3개월 뒤인 지난 1월 바이든 행정부는 한국을 민감 국가 리스트에 올렸다. 한 국가가 국가 안보, 경제 안보 위협 등을 이유로 민감 국가로 지정되면 첨단 과학기술 협력과 연구 참여가 엄격히 통제된다. 현재 민감 국가에는 중국, 러시아, 북한, 시리아 등이 올라있다.
미국 에너지부(DOE). UPI연합뉴스
미 정부는 새로운 제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에너지부 대변인은 연합뉴스에 “현재 한국과의 양자 간 과학·기술 협력에 관한 새로운 제한은 없다”며 “에너지부는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상호 이익을 증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감 국가 지정에 따른 타격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부는 민감 국가로 지정된 국가와의 협력에서 원자력을 비롯한 국가 안보 관련 기술 공유를 제한할 수 있다. 에너지부가 운영하는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거나 관련 시설을 방문할 때 승인 과정이 까다로워지는 등 영향도 예상된다. 연구 자체가 무산되지는 않더라도, 참여자들이 심적으로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정부출연연구기관 중에서는 에너지부 산하 17개 국립연구소와 공동 연구 등 과학기술 협력을 추진 중인 곳이 많다. 반도체를 비롯해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에서 핵심으로 꼽히는 기술들이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는 2019년부터 로런스 리버모어 연구소와 재생에너지, 기후 위기 등 여러 분야에서 공동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 파운드리 분야에서 로런스버클리 국립연구소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아르곤국립연구소와 차세대 반도체 기술 관련 분야에서 협력 관계를 맺어왔다.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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