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소프트테니스 국가대표 여자 에이스로 활약하다 순창군청에 입단한 하야시다 리코. 사진 출처 소프트테니스매거진 인스타그램
-일본 남녀 국가대표 출신.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순창군청, 수원시청 입단. K-소프트테니스 직접 느끼고 싶어
-우정 어린 대결 통해 기량 향상, 동기 부여
정구(庭球)라고도 불리는 소프트테니스는 1884년 일본에서 시작됐습니다. 19세기 말 서양 선교사가 일본에 테니스를 소개했는데 그후 일본인의 취향에 더 잘 맞도록 수정됐다고 합니다. 서구인보다 신체 조건이 작은 일본인에 맞춰 소프트테니스는 테니스보다 작은 라켓을 사용하고 말랑말랑한 고무공으로 플레이합니다. 포인트 규칙도 테니스보다 단순화해 경기 시간도 짧습니다.
일본은 소프트테니스 종주국답게 세계 정상급 국제 경기력을 갖췄습니다. 초중고에서 선수로 활동하는 선수도 수천 명에 이를 정도로 저변이 넓습니다. 후발주자인 한국도 국제무대에서 효자 종목으로 불리며 최강의 실력을 과시할 때도 있지만 일본 소프트테니스의 넓은 저변은 부러울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일본에 진출하는 한국 선수들도 꽤 있었습니다.
<사진> 수원시청 일본인 선수 후네미즈 하야토. 요넥스 인스타그램
하지만 이번에는 한국으로 건너온 일본 소프트테니스 간판스타가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지난해 창단한 순창군청(군수 최영일) 여자팀에 입단한 하야시다 리코(26)와 지난 연말 수원시청(시장 이재준)에 합류한 후네미즈 하야토(28)가 그 주인공입니다. 두 선수 모두 일본 국가대표 출신 에이스였습니다. 히야시다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일본의 여자 단체전 우승 멤버입니다. 후네미즈는 지난해 안성 세계선수권에서 일본의 남자 단체전 정상 등극을 거들었습니다.
하야시다와 후네미즈는 16일부터 23일까지 전북 순창군에서 열리는 제46회 회장기 전국소프트테니스대회에 나란히 출전합니다. 일본을 대표하던 두 선수가 한국 대회에 함께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래서인지 대한소프트테니스협회(회장 정인선 연세아이미스템의원 원장)의 대회 개최 보도자료에 언급된 선수도 둘 뿐입니다.
정인선 회장은 “한일 양국 소프트테니스의 활발한 교류와 기술 교환을 기대한다. 한국 선수들에게는 신선한 자극제가 될 것이다.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소프트테니스 사상 남녀 일반부를 통틀어 최초의 외국인 등록 선수인 하야시다는 지난해 이 대회 여자 단식 정상에 오르며 데뷔전을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당시 결승에서 그는 한국 간판스타 이민선을 꺾었습니다.
아시안게임뿐 아니라 2019년 세계선수권 단체전 우승 등 눈부신 성적을 쌓은 햐야시다는 국내 소프트테니스 판도를 단번에 바꾸고 있습니다. 하야시다는 동아일보기에서 복식, 단식, 혼복 등 3관왕에 올랐으며 실업추계연맹전 단식 1위, 순창오픈 단식 1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한국 선수로 귀화해 대표선수가 돼야하는 게 아닌가라는 얘기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사진> 2024년 회장기 대회에서 여자 단식 우승을 비롯해 주요 대회 단식 정상을 휩쓴 하야시다.
순창군청은 지난해 여자실업팀을 창단하며 유망주 육성 등에도 도움을 받기 위해 하야시다를 영입했습니다.
하야시다는 “공기 맑고 정겨운 순창에서 사는 게 정말 좋다”라고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야시다는 일본 도쿄여자체육대를 졸업한 뒤 2022년부터 2023년까지 운동을 관두고 건국대에서 한국어 어학연수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어 능력 시험 최고 등급인 6급을 따낼 정도로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면서 학교 근처에 있는 서울 광진구에서 종종 소프트테니스를 했던 게 다시 라켓을 잡은 계기가 됐습니다.
순창군 관계자에 따르면 하야시다는 실력과 인성을 겸비해 다른 선수들에게 모범이 되며 팬들도 늘었다고 합니다. 그는 “순창의 소프트테니스 경기장 시설이 너무 훌륭하다. 보쌈을 좋아했는데 삼겹살도 최고였다”라고 한국 생활에 엄지척을 날렸습니다.
후네미즈는 일본의 명문 와세다대 출신으로 10년 넘게 일본 대표로 활약했습니다.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결승에서 혈투를 벌여 패했던 수원시청 김진웅과는 이제 한솥밥을 먹는 처지가 됐습니다.
후네미즈는 2015년 일본선수권에서 역대 최연소(만 18세 113일)로 단식 우승을 차지한 뒤 2019년 요넥스와 후원 계약을 맺으면서 ‘소프트테니스 1호 프로 선수’ 타이틀을 얻었습니다. 국내 단일 종목대회 가운데 100년 넘는 최고 역사를 지닌 동아일보기 대회에도 출전해 우승을 차지한 적도 있습니다. 당시 경기가 열린 경북 문경 국제소프트테니스장에서도 초중고교 선수들이 후네미즈에게 사인을 받으려고 길게 줄을 설 정도였습니다.
어느덧 30을 바라보는 나이에 전성기를 지났다는 평가도 있지만 스타 군단 수원시청의 간판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습니다. 후네미즈 역시 한국 소프트테니스 시스템을 직접 배우고 싶어 평소 국제대회를 통해 가깝게 지냈던 한국 선수들이 많은 수원시청 유니폼을 입게 됐습니다. 지난해 전국체전 우승 팀 수원시청은 대들보 김태민이 입대하면서 후네미즈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습니다.
이 대회는 올 시즌 처음 열리는 전국 규모대회입니다. 올해 남녀 실업팀 판도를 예측할 좋은 기회입니다. 정인선 회장은 “올해로 10년째 회장기 대회를 소프트테니스의 메카인 전북특별자치도 순창군에서 개최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다. 2025년을 시작하는 첫 협회 주최 대회인 만큼 선수들이 동계 훈련 기간 동안 열심히 갈고닦은 실력을 마음껏 발휘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NH농협은행에 입단한 신인 황정미와 한재원 코치. NH농협은행 제공
지난해 남자일반부 단체전에서는 당시 김백수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순천시청(시장 노관규)이 우승했습니다. 여자 일반부 단체전은 유영동 감독이 사령탑을 지키고 있는 NH농협은행(은행장 강태영)이 2년 연속 정상을 차지했습니다. 순천시청은 조성제 코치가 감독대행으로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3연패에 도전하는 유영동 감독은 “상주 우석여고 출신 신입생 황정미 선수가 고교 졸업 후 동계 훈련을 잘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기대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번 대회에는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대학부, 일반부에 걸쳐 120여 개 팀 약 1200명이 참가합니다. 대회 개회식은 16일 순창군 국민체육센터에서 열립니다.
일본에서 불어닥친 외풍과 함께 소프트테니스 시즌이 활짝 열립니다.
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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