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진출 계약을 마무리한 3월7일 귀국 전날 밤 장강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는 휘성의 옆모습.
고 휘성(사진=사진공동취재단)
고 휘성(사진=사진공동취재단)
[뉴스엔 박양수 기자]
"故 휘성 형은 절대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사람이 아닙니다."
가수 휘성의 갑작스런 죽음이 그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과 동료 뮤지션에 충격을 주고 있는 가운데 그의 사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이 부검을 했지만 "사인 판단은 보류에 가깝다. 부검을 통해 즉시 사인을 판단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 사건은 정밀 검사 결과까지 취합해야 판단을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정밀검진 결과는 2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3월 8일 故 휘성 사망 후 14일 뒤늦게 유족과 소속사 측이 빈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고 있는 가운데 13일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휘성의 최측근을 만났다. 먼저 인터뷰를 자청, 지인을 통해 연락을 해왔다.
"휘성 형 입장에서 명예도 손상되고 억울한 면도 있을 것 같아 제가 대신 나서고 싶었습니다"고 말문을 연 이 측근은 "요즘 그의 상황을 보면 절대 스스로 목숨을 끊을 심정이 아니었다.기분이 아주 좋고 새로운 삶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컸다"고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휘성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2박3일간 중국 진출 협의 차 현지를 다녀왔다.성과도 좋아 크게 만족했다는 것이 이 측근의 전언이다.이 측근도 동행해 같이 출국했다 같이 귀국했다.
이 측근은 텐센트뮤직 계열의 음반유통 제작사인 H뮤직 한국사업부를 이끌고 있는 중국 국적의 허 모 총괄팀장이다.1982년생 휘성보다 4살 어려 휘성을 형이라고 불렀다.현지에서 중국 진출 프로젝트를 확정짓고 계약서도 사인하고 돌아왔다는 것이다.H뮤직은 후베이성 우한에 본사가 있고 중국 내 소속 가수도 수백명에 달한다는 것이 허씨의 설명.휘성은 3월 국내 콘서트 후 짐을 싸 중국으로 건너가기로 했다.
"올 초부터 중국 본사로 초청하고 싶었는데 얘기가 잘 돼 3월로 일정이 잡혀 다녀왔습니다.그냥 휘성 형에게는 바람이나 쐴 겸 중국 가요계도 직접 눈으로 확인해 보자는 차원에도 겸사겸사 일을 좀 벌인 것인데, 휘성 형이 흡족한 반응을 보여 속으로 깜짝 놀랐습니다."
허씨는 "7일 현지에서 계약서 기본 양식을 구경만 하라고 건넸는데, 바로 계약서를 쓰자고 먼저 강한 의욕을 보이길래 당황했다"면서 "이 때문에 제대로 된 계약서가 준비 안된 상태에서 휘성 형이 직접 친필로 일일이 작성하는 상황까지 벌어졌었다.그의 표정에 활기가 넘쳐 흘렀다"고 비화를 공개했다.
"이렇게 새 삶에 대한 희망과 의지가 철철 넘치는 분이 죽음을 생각한다는 것은 도저히 상상이 안갑니다."
휘성 중국 진출의 핵심은 가수 활동이 아니라, 허씨의 표현대로 하면 중국 가수를 대상으로 작가의 길을 걷는 것이다. 한국식으로 따지면 작가란 작사가,작곡가,앨범 프로듀서를 일컫는다.5년간 200곡을 직접 또는 콜라보해 만들기로 합의했고 곡당 한화로 1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기로 했다는 것이다.휘성의 곡을 받을 가수나 연습생이 많이 있다는 것이 허씨의 설명.
휘성은 귀국 길에 무척 밝은 표정으로 고무돼 있었고 인천공항 출국장을 나와 공항 로비에서는 허씨를 힘껏 포옹하면서 "앞으로 힘을 합쳐 잘 해 보자.이런 기회를 줘 고맙다"고 감사 인사까지 했다고 한다. 휘성은 "이미 잡혀있는 콘서트만 잘 마무리하고 4월 중국으로 건너가겠다"고 초스피드로 향후 행보를 밝혔다고 한다. 허씨는 "이렇게 빨리 모든 것이 성사될 줄 몰라, 중국에 편하게 살 집도 작업실도 준비해야 돼 오히려 걱정이 앞섰습니다"며 "아마 공항 로비에 있는 CCTV를 찾아볼 수 있다면 우리 둘이 얼마나 신난 표정으로 의기투합의 포옹 인사를 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이틀 후 사망 소식을 듣고 믿어지지 않았습니다"고 그간의 심경을 털어놨다.
"왜 죽었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대한 기대감에 얼굴에 화색이 돌았거든요. 저도 그만큼 뿌듯했고 그의 활력만큼이나 저 나름대로 기대감에 부풀어 있었거든요.내일(11일) 만나기로 약속이 돼 있었는데 10일 밤 비보를 듣고 가슴이 무너져내렸습니다."
허씨는 참담한 표정으로 입술을 꽉 깨물며 "어찌 내일의 희망에 들떠 있는 사람이 죽을 생각을 하겠습니까,뭔가 잘못됐거나 무엇인가 실수가 빚은 비극이겠지요. 이 죽음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며 울먹였다.
착잡한 분위기가 더 가라앉는듯해 화제를 돌려 '결혼까지 생각했어' ,'가슴 시린 이야기' 등 2곡을 즐겨 듣는다고 말했더니 "저는 앨범 타이틀곡이 아닌 수록곡 '일년이면'을 가장 좋아합니다.'안 되나요'를 부르면서 휘성 형 특유의 얼굴 표정,손짓,몸짓까지 따라하면 해맑게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즐거워했습니다"며 추억을 떠올렸다.중국에서는 휘성 히트곡 중 '불면증' 반응이 좋다고 귀띔해줬다. 허씨도 중국에서 가수였다."헤비메탈을 좋아하고 과거 생업은 힙합이었어요. 지금 곡 작업으로는 록을 합니다"고 본인을 소개했다.
고 휘성에 대해 힘주어 말할 때마다 '활기', '활력'이란 표현을 곧잘 쓰던 허씨지만 허허로운 표정에 점점 더 눈가가 젖어들었다.
"휘성 팬이기도 한, 난징에서 활동하는 여가수가 휘성의 중국행 소식을 듣고 6시간을 달려와 만났습니다.많은 대화를 나눴고 곡을 써주기로 했는데...모든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한편, 고(故) 휘성 빈소는 지난 14일 오전 11시 서울시 강남구 삼성서울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16일 오전 6시 영결식에 이어 오전 7시 발인이 진행된다.
뉴스엔 박양수 yasupaen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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