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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이 1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LG 올레드·QNED TV 신제품 브리핑’에서 차별화된 신제품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중국 가전업체의 프리미엄 TV를 직접 사서 써봤습니다. 하드웨어는 (국산 제품 기술을) 많이 따라왔지만 소프트웨어에서 격차는 여전히 큽니다."
백선필 LG전자 TV상품기획담당 상무는 지난 11일 서울 강서구 LG사이언스파크에서 열린 '2025 LG 올레드·QNED TV 신제품 브리핑'에서 중국 가전 업체의 TV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TCL과 하이센스 등 중국 가전 업체의 약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업계 선두를 유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 출하량 기준 점유율/그래픽=김지영
중국 가전 업체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존재감을 넓히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OLED와 QD LCD, NanoCell, Mini LED LCD 등 고급 패널을 사용한 프리미엄 TV시장에서 지난해 4분기 중국 기업인 TCL의 점유율은 20%로 LG전자(19%)를 제쳤다. TCL은 2023년 4분기 26% 점유율로 2위를 기록한 LG전자에 14%포인트(p) 뒤져 3위에 자리했지만 1년 새 순위를 뒤바꿨다.
그럼에도 LG전자가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중국 가전 업체와의 '격차'를 언급한 데는 이유가 있다. 하드웨어를 기준으로 한 프리미엄 TV에서는 점유율을 내줬지만 고가 TV 시장에서는 다르다. 가격이 1500달러 이상인 프리미엄 TV의 매출 기준 시장 점유율은 한국 기업이 압도적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의 최근 자료를 보면 1500달러 이상 프리미엄 TV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50.7%로 삼성전자가 1위다. LG전자가 2위(24.8%)로 두 한국 기업의 점유율은 75.5%에 이른다. 중국 가전 업체 TCL과 하이센스의 점유율은 각각 3.5%와 1.6%로 한자리에 그친다. 고가 TV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브랜드 파워가 월등한 셈이다.
1500달러 이상 전 세계 프리미엄 TV 시장 매출액 기준 점유율/그래픽=김지영
중국 가전 업체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AI(인공지능)와 TV용 OS(운영체제)에 승부수를 던졌다. 삼성전자는 2025년형 프리미엄 TV에 'AI TV'라는 수식어를 붙이고 △사용자의 생활 패턴과 기기 사용 이력, 집안 환경을 고려해 필요한 행동을 추천하는 '홈 인사이트' △TV가 꺼진 상태에서도 AI가 이상 움직임을 감지할 경우 사용자의 모바일 기기나 다른 TV로 알람을 보내는 '홈 모니터링' △시청 중인 콘텐츠의 자막을 사용자가 원하는 언어로 바꿔주는 '실시간 번역' 등 신규 기능을 추가했다.
LG전자는 올해 출시하는 프리미엄 TV에 △사용자의 시간대별 사용 패턴을 바탕으로 맞춤형 콘텐츠 키워드를 제안하는 'AI 컨시어지' △TV에 발생한 문제를 사용자가 해결하도록 돕는 'AI 챗봇' △사용자의 질문을 이해하고 의도를 추론해 검색해주는 'AI 서치' 기능 등을 탑재했다.
AI가 사용자의 목소리를 구분해 자동으로 계정을 전환하고 개인에 맞춤화된 콘텐츠와 화질·음질을 설정하는 기능도 더해졌다. 가족 구성원들이 계정을 만들고 음성으로 명령을 입력하면 AI가 각 발화자의 목소리를 기억하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자신의 계정으로 '핑크퐁' 등 애니메이션을 보고 있다가도 엄마가 "내 계정으로 바꿔줘"라는 음성 지시를 할 경우 즉각 엄마의 계정으로 바뀌어 드라마 '폭삭 속았수다'를 틀어주는 식이다.
양사는 신작 프리미엄 TV 리모컨 모두에 AI 버튼을 탑재해 사용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다른 전자 기기와의 연동성도 한층 강화했다.
TV용 자체 OS는 국내 가전 업체의 강점으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타이젠', LG전자는 'WebOS'를 프리미엄 TV에 적용하고 서비스하고 있다. 교체 주기가 긴 TV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업데이트가 가능한 자체 OS를 활용해 추가 이윤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중국 가전 업체들은 독자적인 TV용 OS가 없어 안드로이드, 타이젠 등 타 기업의 OS를 탑재한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TV가 하드웨어로 소프트웨어로 넘어가고 있다"며 "자체 OS를 사용하면 다른 브랜드에 없는 콘텐츠를 선보이거나 TV용 OS를 다른 업체들에 공급해 추가 이윤을 만들 수 있다. 중국 가전 업체에 가장 민감한 '보안' 문제도 자체 OS를 활용하면 한층 강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최지은 기자 choij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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