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에 亞 최대 AI데이터센터
TV패널 공장 부수고 ‘AI 기지’로
일본 소프트뱅크와 미국 오픈AI가 일본 오사카에 있는 샤프의 액정표시장치(LCD) TV 패널 공장을 철거하고, 초대형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AI 칩인 엔비디아의 GPU(그래픽저장장치) 10만장이 탑재되는 아시아 최대 규모 데이터센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오사카 데이터센터를 아시아의 AI 거점으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14일 일본 일간지 닛케이에 따르면, 소프트뱅크와 샤프는 이날 샤프의 LCD TV 패널 공장 시설과 토지를 1000억엔(약 9800억원)에 매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중국에 밀려 작년 8월부터 가동을 중단한 공장이다. 이 데이터센터는 소프트뱅크가 투자와 건설, 오픈AI가 운영을 맡을 예정이다. 닛케이는 “이 데이터센터는 올해 착공한 뒤 2026년 가동될 예정”이라며 “오픈AI가 AI 비서(에이전트) 사업 등의 거점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총 투자액은 GPU 10만장을 포함해 총 1조엔(약 9조8000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2023년 기준)은 모두 합쳐 AI용 GPU를 약 4만장, 그중 엔비디아 최신 AI 칩(H100 기준)은 약 2000장 보유 중이다. 현재 상황도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반도체·TV·스마트폰 등에서 세계적 산업 트렌드에 올라타지 못했다. AI 시대에선 뒤처질 수 없다는 위기감에 정부와 기업이 공격적인 투자로 대응하고 있다. AI 분야에서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MS), 오러클 등 미국 빅테크들의 일본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그래픽=이철원
◇“AI는 우리가“… 日, 오픈AI·아마존·MS 손잡고 공격 투자
‘오사카 데이터센터’는 AI 산업에서 일본이 가진 강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큰 내수 시장과 소프트뱅크로 대표되는 막강한 투자 자본, AI 인프라 운영에 필요한 전력 산업의 경쟁력,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다. 이 때문에 일본은 빅테크들의 아시아 AI 거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작년 1월 일본 내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확대하기 위해 15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4월엔 오라클이 80억달러, MS가 29억달러, 구글이 1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AI 시장 한국의 2.5배”
일본의 AI 내수 시장은 아시아에서 중국에 이어 둘째로 크고, 정부와 기업들의 공격적인 투자로 성장세도 가파르다. 시장조사 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년 일본의 AI 시장 규모는 81억2000만달러(약 11조8000억원)로 한국(32억7000만달러)의 2.5배 수준이다. 2030년엔 365억2000만달러(약 53조1300억원)로 커질 전망이다.
여기에 소프트뱅크는 AI에만 매년 90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일본 금융권과 기업들의 자본력도 풍부하다. 최성철 삼성SDS IT트렌드 전문가는 “일본은 아시아에서 둘째로 큰 경제 대국이고 내수 시장이 크고 안정적”이라며 “빅테크들 입장에선 일본 투자로 큰 내수 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의 전력 산업도 강점이다. 일본의 산업용 전기 요금은 한국보다 50%가량 비싸다. 하지만 전기 공급에 따른 규제가 적고, AI 산업에 대비해 장기적인 전력 수급 계획을 마련했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해 데이터센터 유치 등을 위해 재생에너지 시설과 송전망 확충 등의 계획을 담은 ‘광역계통 장기 방침’이란 마스터플랜을 세워 추진 중이다.
권재원 아주대 교수는 “일본은 전기 요금이 한국보다 비싸지만, 전력 산업 민영화로 전력 기업 간 경쟁을 하다 보니 각 데이터센터 사정에 맞게 전기 용량 등 계약을 추진할 수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한국전력 독점으로 전력망 분리 규제 등 빅테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규제가 많다”고 밝혔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빅테크를 위해 데이터센터를 짓고 운영해 본 기술자 역시 일본이 한국보다 많다”며 “빅테크 입장에선 일본이 한국보다 더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시장”이라고 밝혔다.
◇“2030년까지 98조원 지원”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빅테크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요인이다. 일본 정부는 작년 11월 AI와 반도체 산업에 2030년까지 최소 10조엔(약 97조80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당시 “향후 10년간 50조엔 이상 공공 및 민간 투자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원은 보조금을 비롯해 정부 산하 기관을 통한 투자, 민간 금융그룹의 대출에 대한 채무 보증 형태로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해 AI 분야 직접 지원에 예산 1180억엔을 투자하기도 했고, 소프트뱅크 AI 개발 지원에도 최대 421억엔의 보조금을 지원했다. AI 활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기업엔 2032년까지 최대 30%까지 법인세를 감면하며, 데이터센터 건설에도 최대 450억엔 보조금을 지원한다. 송정현 동국대 교수는 “일본은 기초과학과 특허에 강점이 있고 고급 인력이 집중돼 있다”며 “여기에 최근 들어 정부 역시 사활을 걸고 AI 산업 육성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또 엔비디아 등 최첨단 AI칩을 생산하는 대만의 TSMC에 조 단위 보조금을 주며 공장을 유치해 양산을 시작하기도 했다. AI 분야 유니콘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2년 전 도쿄에 설립된 사카나AI는 엔비디아와 일본 대형 은행 투자를 받으며 작년 9월 기업 가치 10억달러를 인정받았다.
이활석 업스테이지 최고기술책임자(CTO)는 “AI 시대에서만큼은 뒤처지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의지가 확실하다”며 “가능성 있는 곳에 지원을 몰아주면서 AI 스타트업의 경쟁력을 키워주거나 해외 AI 인재 확보를 위해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대량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서버 컴퓨터 수만 대를 모아놓은 시설이다.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가 보편화되면서 급성장했고,AI 핵심 인프라로 주목받고 있다. AI 학습과 추론에 필요한 데이터를 저장할 뿐 아니라, 엔비디아 GPU(그래픽 저장 장치) 같은 AI 칩을 탑재해 AI 학습과 추론도 이곳에서 처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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