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필의 미래창
아침 한 줌 섭취 실험했더니
당일 인지력 향상 효과 확인
아침 식사로 한 줌의 호두를 먹으면 하루 내내 뇌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픽사베이
아침에 사과를 먹으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사과에는 펙틴이라는 수용성 식이섬유가 풍부하게 들어 있다. 펙틴은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 건강을 증진시키고, 장의 연동운동을 촉진해 배변을 수월하게 해준다. 밤새 쉬고 있던 장을 깨워 하루를 개운하게 시작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식사량을 조절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또 비타민 C, 플라보노이드 같은 항산화 성분은 다양한 효능으로 활기찬 하루를 시작하는 데 도움을 준다.
활기찬 하루를 위해서는 호두도 기왕이면 아침에 챙겨 먹는 게 좋을 것같다. 영국 레딩대 연구진이 실험을 통해 아침에 한 줌의 호두를 먹으면 하루 내내 뇌 기능이 향상될 수 있다는 걸 확인했다고 국제학술지 ‘식품과 영양’(Food & Function)에 발표했다.
호두는 예로부터 뇌에 좋다고 생각해온 견과류다. 이는 신체의 각 부위 모양과 비슷한 형상을 한 식물이 해당 신체 부위의 건강에 도움을 주거나 질병을 치료하는 데 쓰일 수 있다는 믿음에 근거한 것이다. 호두의 표면에 난 주름이 인간의 뇌와 닮았기 때문에 호두를 먹으면 뇌 건강에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서양에선 이를 약징주의(Doctrine of signatures)라고 부른다.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지 않지만 우연찮게 맞아떨어지는 사례도 있다. 예컨대 자른 단면의 무늬가 눈동자를 닮았다는 당근에는 실제로 시력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베타카로틴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호두도 하나의 사례로 꼽힌다. 호두에 함유된 단백질, 불포화지방산(오메가3), 섬유질, 비타민, 미네랄 등 다양한 영양소는 뇌와 심혈관 건강 및 염증 등에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여러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하버드대 연구에선 제2형 당뇨병 환자가 주당 5회 이상 견과류를 섭취하면 심장병 위험이 최대 17%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레딩대 연구진은 18~30살의 건강한 성인 32명을 모집해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엔 아침 식사로 한 줌(50g)의 으깬 호두를 뮤즐리(통곡물로 만든 시리얼)와 요구르트에 섞어 제공했다. 다른 그룹엔 호두를 빼고 뮤즐리와 요구르트만 줬다. 대신 버터 40g을 추가해 주요 영양소와 총 중량, 칼로리는 같은 수준으로 맞췄다. 이어 1주일 후엔 두 그룹의 메뉴를 서로 바꿔 아침 식사를 제공했다.
인지력 테스트에서 호두 섭취 그룹(파란색)은 대조군에 비해 반응시간이 빨랐고(위) 정확도(아래)도 높았다. 논문에서 인용
반응 시간 빨라…오메가3 등의 효과인 듯
연구진은 호두의 아침 식사 전과 식사 후 2시간, 4시간, 6시간이 지난 시점에 각각 혈액 검사와 인지력 및 뇌파(EEG) 측정을 실시했다.
그 결과 호두를 포함한 아침식사를 한 사람들은 실행 기능을 측정하는 인지력 시험에서 반응 시간이 더빨랐다. 이 시험은 계획 세우기, 문제 해결하기, 새로운 상황 적응하기 같은 일상에서 일어나는 일을 처리하는 능력을 알아보는 것이다. 효과는 하루 내내 지속됐다.
호두가 기억력에 미치는 영향은 엇갈렸다. 호두를 섭취한 그룹은 그렇지 않은 그룹에 비해 2시간 동안은 기억력이 떨어졌으나 6시간 후에는 더 나은 기억력을 보여줬다. 연구진은 호두에 함유된 오메가3와 단백질의 흡수 속도가 더디기 때문일 수 있다고 추정했다.
기억력 및 인지력 시험 중 측정한 뇌파도 호두 섭취 그룹과 다른 그룹이 서로 차이를 보였다. 주된 차이는 일시적 기억과 주의력, 작업 전환 같은 실행 기능과 관련된 전두정엽 영역에서 나타났다. 혈액 검사에선 뇌 기능에 영향을 끼치는 포도당과 지방산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
연구진은 호두에 함유된 오메가3 지방산(알파리놀렌산), 단백질, 그리고 항산화 물질 폴리페놀의 일종인 플라보노이드가 인지력을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호두는 견과류 중에서 알파리놀렌산이 가장 풍부하다.
흥미로운 건 호두가 기분에 미치는 영향은 뜻밖에도 부정적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이는 이전의 연구와 다른 결과다. 연구진은 호두가 포함된 아침 식사의 냄새와 맛이 호두가 포함되지 않은 식사보다 덜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호두를 포함한 견과류 섭취가 뇌의 인지력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이전에도 나왔지만, 호두 섭취 후 곧바로 보이는 효과를 살펴본 것은 처음이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이번 연구는 캘리포니아 호두위원회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진은 하지만 연구 설계나 실행, 연구 결과의 해석에는 영향을 끼치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논문 정보
The impact of a walnut-rich breakfast on cognitive performance and brain activity throughout the day in healthy young adults: a crossover intervention trial.
https://doi.org/10.1039/d4fo04832f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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