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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종석의 그라운드] 느림보 골퍼는 퇴출 대상 1호...빨라야 살아남는다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7
2025-03-12 09:41:00
<div><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1_20250312094309594.png" alt="" /><em class="img_desc">골프장에 등장한 거북이를 보고 웃고 있는 김주미. 골프를 비롯해 대부분 스포츠가 빠른 경기 흐름을 촉진하는 ‘스피드 업’을 강조하고 있다. 사진 출처 정진직 작가</em></span><br><br></div>골프 칠 때 가장 느린 팀은 어딜까요. 바로 앞 팀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습니다. <br> <br>진행이 느린 팀 뒤에서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것만큼 짜증 나는 일은 없습니다. 그린이 텅 비었는데도 두 번째 샷을 하려고 느릿느릿 걸어가는 모습에는 프로나 아마추어 골퍼를 막론하고 뚜껑이 열리기 마련입니다. 늑장 경기를 막기 위한 백태가 동원되는 이유입니다.<br> <br>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2025시즌 개막에 앞서 새로운 경기 속도(Pace Of Play) 규정을 발표했습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2_20250312094309636.jpg" alt="" /></span><br><사진> KPGA투어의 강화된 경기 속도 규정 개념도. 사진 출처 KPGA<br><br>신설된 규정은 EST(과도한 샷 시간)에 관여한 내용입니다. 우리에게는 흔히 동부 표준시간의 약자로 익숙한 EST(Excessive Shot Time)는 경기 중 첫 스트로크하는데 70초, 다른 스트로크를 하는 데 60초 이상 걸리는 선수에게 부여됩니다.<br> <br>일반적으로 개별 스트로크에 허용되는 시간은 40초입니다. 파 3홀 티샷을 포함한 그린 어프로치 샷이나 칩핑 또는 퍼트를 가장 먼저 하는 선수의 경우 10초의 추가 시간을 받습니다. <br> <br>EST의 목적은 조별 플레이 중 경기 속도가 늦어지는 특정 선수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해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유도하자는데 있다고 하네요.<br> <br>기존 경기 속도 규정은 플레이 중인 선수 또는 그룹이 허용된 시간을 초과해 정위치를 이탈할 시에만 경고 → 모니터링 → 공식 계시 → 배드타임의 절차대로 집행했습니다.<br>하지만 EST가 신설되면서 정위치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 중 첫 스트로크를 하는데 70초, 다른 스트로크를 하는 데 60초 이상 걸리는 선수를 경기위원회가 확인하는 경우 EST를 집행합니다. EST 집행 후 모니터링 → 공식 계시 → 배드타임을 부과하는 순서는 같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3_20250312094309649.jpg" alt="" /></span><br><사진> 춘천 라비에벨 CC 올드코스에서 열린 KPGA 코리안투어 대회 모습. KPGA 제공 <br><br>KPGA(회장 김원섭)에 따르면 모든 상황에서 과도하고 비합리적으로 플레이 속도를 지연시키는 경우 절차의 순서를 건너뛸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고 합니다. 권청원 경기위원장은 “EST 도입으로 경기 속도가 비교적 느린 선수들이 동반 플레이어의 리듬을 무너뜨리고 경기 시간을 지연시키는 일이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며 “올 시즌 KPGA 투어 경기위원회는 신속한 경기 진행을 유도해 박진감 넘치는 투어 환경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br> <br>EST는 4월 17일부터 20일까지 강원 춘천 라비에벨 CC(대표 이정윤)에서 열리는 KPGA 시즌 개막전인 제20회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됩니다. <br> <br>지난해 KPGA 투어 평균 라운드 시간은 4시간 35분이었습니다. 올 시즌 목표는 평균 라운드 시간을 10분 단축된 4시간 25분입니다. EST가 경기 시간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br> <br>앞서 골프 규칙을 주관하는 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거북이 골퍼 퇴출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숲이나 골짜기로 사라진 공을 찾는 시간은 5분에서 3분으로 줄였습니다. 깃대를 꽂은 채 퍼팅하거나 남은 거리와 관계없이 준비된 골퍼부터 먼저 샷을 하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4_20250312094309685.png" alt="" /></span><br><사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대회 모습. KLPGA투어 역시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NHN스포츠 제공<br><br>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역시 슬로우 플레이 근절을 위한 엄격한 벌칙을 내놓고 있습니다. 올해 초 LPGA투어는 샷을 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면 적게는 벌금을, 많게는 2벌타를 받을 수 있도록 강화하는 내용의 공지를 했습니다. 투어 회원들에게 발송된 메모에 따르면 선수들이 할당된 시간을 1~5초 초과하면 벌금을 물어야 하고, 6~15초 초과하면 1벌타를, 16초 이상 초과하면 2벌타를 물어야 한다고 돼 있습니다. <br> <br>LPGA는 플레이어가 퍼트를 포함하여 한 번의 샷을 치는데 60초 이상 걸리거나 플레이어가 주어진 홀에서 기록된 총 스트로크에 대한 최대 할당 시간을 10초 이상 초과하면 벌타를 부과하게 돼 있는데 더욱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기로 한 것입니다. <br> <br>세계 랭킹 1위 넬리 코르다는 “예전엔 한 라운드에 5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지만 지금은 평균 5시간 30분이 걸린다. 더 가혹한 규칙을 시행해야 한다. 골프 경기도 일종의 엔터테인먼트다. 시간을 질질 끌면 팬들도 흥미를 잃게 된다”라고 지적했습니다.<br> <br>미국PGA투어 역시 슬로 플레이 퇴출을 위한 칼날을 갈고 있습니다. 전 세계 랭킹 1위 루크 도널드는 “느린 플레이가 골프를 죽인다.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문제의 심각성은 선수들이 자신의 진행 속도가 느리다는 걸 깨닫지 못하는 데 있다”라고 강력한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br> <br>재미교포 나상욱은 대표적인 느림보라는 오명을 쓰고 있습니다. 나상욱은 과거 샷 하는 데 걸린 시간이 평균 50초에 이른다는 기록을 남겼고 3m 퍼트 하나에 91초나 쓰기도 했습니다.<br><br>최경주는 "30년이 넘도록 슬로우 플레이로 징계를 받은 적이 없다. 40초를 다 쓸 필요도 없다. 훈련할 때는 5초에 치는 루틴도 해본다. 퍼트도 마찬가지다. 늑장 플레이하지 않으면 경기 시간이 단축된다. 상대에게 좀 더 시간을 주겠다는 배려의 마음이 필요하다. 마음을 선하게 먹으면 스코어도 좋아진다“라고 조언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5_20250312094309725.jpg" alt="" /></span><br><사진> KPGA 코리안투어 대회 모습. 본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습니다. 사진 제공 KPGA<br><br>골프닷컴 분석에 따르면 주말 골퍼들은 프로 선수와 달리 한 홀에서 샷이 거듭될수록 소요 시간이 줄어들었습니다. 미스샷이 되풀이되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뚜껑’이 열리게 돼 급격하게 무너지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br> <br>골프다이제스트는 느림보 플레이어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카트 안에서 다음 샷을 기다리고, 샷을 할 차례가 되어서야 풀을 날려 풍향을 재보거나 공을 찾기 위해 카트에서 내려 50야드 이상을 걸어간 뒤 다시 카트로 돌아와 3번 우드를 꺼낸다면 느림보가 분명합니다. 또 핀까지 거리가 243야드인지 245야드인지 확인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보내거나 간신히 그린에 공을 올려 홀까지 10m 이상이나 되고 원 퍼트에 성공해도 트리플 보기 상황인데도 퍼트라인을 세밀하게 살피는 골퍼는 피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겁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6_20250312094309748.jpg" alt="" /></span><br><사진> 메이저리그에 이어 KBO리그에도 도입된 피치 클록. 사진 출처 위키피디아<br><br>시범경기를 시작한 프로야구 KBO(총재 허구연) 리그도 ‘스피드 업’이 화두입니다. 올해부터 피치 클록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죠. 투수는 주자가 없을 때 20초, 주자가 있으면 25초 안에 공을 던져야 하고 타자는 피치 클록 종료 8초 전에 타격 준비를 해야 합니다.<br> <br>메이저리그는 2023년부터 피치 클록을 적용해 운영했습니다. 첫 시즌에는 총 1048건의 적발 사례가 나왔습니다. 지난해에는 602회로 전년 대비 약 43% 감소했습니다.<br> <br>테니스라고 예외는 아닙니다. 4대 메이저대회 가운데는 US오픈이 맨 먼저 ‘샷 클록’을 도입했습니다. 포인트가 나온 뒤 시간 소요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25초 이내에 서브를 넣도록 한 것입니다. 25초 샷 클록을 한 번 어기면 경고, 두 번째는 포인트를 잃게 되고 세 번째는 게임을 내주게 됩니다. 선수들의 웜업 시간도 코트 입장 후 7분으로 제한했습니다. 7분 이내에 경기를 시작하지 못하는 선수는 최대 2만 달러(약 3000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됩니다.<br> <br>남자프로테니스(ATP)투어는 지난해 6월부터 새로운 서브 클록 규칙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전 포인트에 3초 후부터 25초 동안 서브를 넣어야 합니다. <br> <br>노박 조코비치는 “시즌 도중에 규칙을 바꾼 건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테니스 경기의 속도를 높이고 싶은 건 충분히 이해하지만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br> <br>여전히 흰색 유니폼을 고집한다거나 다른 어떤 스포츠 종목보다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테니스 역시 시간 단축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1970년대 타이 브레이크 시스템을 선보였고 판정을 둘러싼 시간 지연을 줄이기 위한 첨단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를 정착시켰습니다. 파격적으로 서브에서 ‘렛’이 나와도 그냥 게임을 속개하려는 시도도 있습니다.<br> <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5/03/12/0000010663_007_20250312094309771.png" alt="" /></span><br><사진> 테니스 대회에는 경기 흐름을 빠르게 하도록 서브 클록이 도입됐다. 전광판에 서브를 넣기 위한 제한 시간이 표시되고 있다. 사진 출처 테니스 닷컴<br><br>세상은 점점 빠르고 짧게 변해가고 있습니다. 숏폼의 시대를 넘어 숏숏폼이 뜨거운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엿가락처럼 늘어지는 경기를 달가워할 스포츠 팬은 없습니다. 경기가 길어지면 중계도 쉽지 않아집니다. 중계 송출의 외면을 받는 스포츠는 재정 기반이 취약해져 존폐의 갈림길에 설 수 있습니다. <br> <br>스피드 업. 이젠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생존의 열쇠까지 됐습니다. <br><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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