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요안나 개인 계정 캡처
사진=오요안나 개인 계정 캡처
[스포츠조선 조민정 기자]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가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유족은 고인의 동료 기상캐스터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으며 MBC는 공식 입장을 통해 "고충 신고는 없었다"고 반박하며 양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유족 측은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고인의 동료 기상캐스터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유족은 소장에서 오요안나가 2021년 10월부터 2023년 9월 사망 직전까지 약 2년간 특정 동료의 폭언과 부당한 지시로 인해 심각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고인의 일기와 카카오톡 메시지 등에서 따돌림 정황이 확인됐다"며 "고인은 혼자 힘들어했지만, 직장 내 괴롭힘 문제를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27일 한 매체의 보도를 통해 더욱 확산됐다. 이날 모 매체는 오요안나의 휴대전화에서 원고지 17장 분량(약 2750자)의 유서가 발견됐으며 그 안에 특정 기상캐스터 두 명으로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전했다. 유서에는 "내가 틀린 기상 정보를 정정 요청하면 '후배가 감히 선배를 지적한다'는 취지로 비난받았다"며 당시 상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논란이 커지자 MBC는 28일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MBC는 "최근 확인된 고인의 유서를 현재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유족들이 새로 발견된 유서를 기초로 사실 확인을 요청한다면 최단시간 내에 진상조사에 착수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MBC는 "고인이 프리랜서로 근무하는 동안 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신고하거나, 담당 부서(경영지원국 인사팀·인사상담실·감사국 클린센터) 및 관리 책임자에게 피해 사실을 알린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MBC는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한 신고가 접수됐다면 즉각 조사에 착수했을 것"이라며 "MBC는 프리랜서를 포함한 출연진의 신고도 예외 없이 철저하게 조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부 기사에서 '고인이 사망 전 MBC 관계자 4명에게 자신의 피해 사실을 알렸다'고 보도했는데, 해당 관계자가 누구인지 확인해 주길 바란다"며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무분별하게 유포하는 행위를 자제해달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유족 측은 MBC의 입장에 강하게 반발하며, 회사가 자체적으로 진상조사를 진행하고 공식 사과 방송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족은 "MBC가 고인의 괴로움을 몰랐다고 주장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고인이 직접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직장 내 괴롭힘이 존재했다는 객관적인 정황들이 드러나고 있는 만큼, 회사 차원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요안나는 2019년 춘향선발대회에서 숙(善)으로 당선된 후 2021년 MBC 공채 기상캐스터로 선발돼 뉴스 프로그램에서 날씨를 전하며 활동했다. 2022년에는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하며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MBC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MBC 흔들기 차원에서 이 문제를 악용하려는 세력이 있다면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이번 논란이 특정 정치적 목적을 위해 활용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유족은 "이 문제는 정치적 이슈가 아니라, 한 개인이 겪은 고통과 관련된 일이다. MBC가 이번 사건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진정성 있는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이 법적 공방으로까지 번지면서 MBC가 유족의 요구에 따라 진상조사에 나설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조민정 기자 mj.ch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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