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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옥씨부인전'이 보여준 퓨전사극의 퓨쳐

온카뱅크관리자

2025-01-27 15:3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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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진규의 옆구리tv] JTBC 16부작 드라마 &lt;옥씨부인전&gt;이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lt;옥씨부인전&gt;은 13.6%라는 최고 시청률 외에도 퓨전사극의 새로운 방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평가할 만한 드라마다. 과거 퓨전사극은 사극의 탈을 쓴 가벼운 로맨틱코미디 성향이 짙었다. 실제 역사를 다루는 본격 사극이 아니기 때문에 정도를 벗어나 이런저런 가벼운 시도가 가능했던 것이다.
 &lt;옥씨부인전&gt; 역시 옥태영으로 살아가는 구덕이(임지연)와 성윤겸으로 살아가는 송서인(추영우)의 달달하고 애절한 로맨스를 잘 잡아낸다. 두 사람이 그려내는 신분을 초월한 로맨스는 퓨전사극 특유의 로맨스의 정석을 보여줘, 기존 퓨전사극 로맨스 팬들에게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요소들이 많았다.
 하지만 &lt;옥씨부인전&gt;의 성공요인은 여기에만 있는 건 아니다. 일단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변호사 역할을 한 외지부, 그것도 여성 외지부라를 내세우면서 법정 드라마로서의 요소도 잘 섞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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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t;옥씨부인전&gt;의 관전 포인트는 사실 로맨스보다는 옥태영 혹은 억울한 사람들이 위기에 처하고 옥태영이 외지부의 기지로서 그 사건들을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고구마와 동치미 국물을 적당히 잘 주면서 긴장과 이완을 적절하게 이어간 것도 이 드라마의 힘이다. 답답할 만하면 사건이 해결되고, 답답하면 종종 코믹한 장면으로 숨 돌릴 틈을 준다.
 한편 &lt;옥씨부인전&gt;은 전형적인 히트 공식인 왕자와 거지 신분 교체의 콘셉트도 훌륭하게 활용한다. 하지만 약간의 변주가 있다. 노비 구덕이가 모시던 아씨 옥태영의 죽음으로, 구덕이는 옥태영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옥태영은 사라지지 않는다. 옥태영은 노비였던 구덕이의 정신적인 롤모델이자, 그녀가 생각한 인간의 이상향이기도 했다. 구덕이가 과거에 모신 다른 양반 아씨와는 너무나 다른 존재였다. 옥태영은 양반이지만 거만하지 않았고, 노비인 구덕이를 인간으로 대해주며, 올곧은 삶에 대한 신념이 있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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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덕이는 이후 가짜 옥태영으로 살지만, 그 옥태영의 마음만은 그대로 간직한 채 노비를 돕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마음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꽉 막히고 잔인한 당대의 양반들과 각을 세운다.
 &lt;옥씨부인전&gt;은 옥태영의 신념 때문에 현대적인 휴먼드라마의 요소 역시 강하다. 퓨전사극의 폼을 유지하면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여주인공의 삶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lt;옥씨부인전&gt;은 여기에 더해 현대사회에서도 유용한 문제의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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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 초반 옥씨와 결혼한 성윤겸의 성정체성과 그로 인한 문제를 묘사한 부분들도 그렇다. 사극에서 흔치 않은 현대적 퀴어 서사의 맥락을 집어넣은 것 때문에 많은 비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lt;옥씨부인전&gt;의 세계관에서 보면 인간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들이 주인공의 위치에 있다. 노비 구덕, 명문가의 핏줄이지만 기녀의 몸에서 태어나 예인으로 살아가야 하는 송서인, 현감의 아들에 올곧은 성정이지만 성정체성만으로 비밀을 몸에 새기고 살아가야 하는 성윤겸까지.
 이처럼 &lt;옥씨부인전&gt;은 조선시대에 사람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사실 진짜 사람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은연중에 시청자에 전달한다. 또한 그 메시지가 퓨전사극의 마당극 같은 유쾌한 그림 안에 담겨 있어 부담이 없다. 비록 첫 회 노비 구덕이가 보여준 강렬한 장면과 서사들이 후반부까지 이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살짝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lt;옥씨부인전&gt;은 퓨전사극이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의 다양성과 재미, 깊이까지 담고 있다. 앞으로 만들어질 퓨전사극의 청사진으로 손색이 없다.
 칼럼니스트 박진규 pillgoo9@gmail.com
 [사진=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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