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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물이 두려우면 물에 뛰어들어요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9
2025-01-15 11:35:0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font color="#333333">동그란의 마음극장 </font> 영화 ‘파문(波紋)’</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6UTAExXDx6">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PERzbGLKP8"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09877otka.jpg" data-org-width="970" dmcf-mid="2V35FIP3PR"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09877otka.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QDeqKHo944" dmcf-ptype="general"> 지난 달 초, 느닷없는 비상계엄이 밤잠을 설치게 만든 그 일 직후부터 지금까지의 일을 소설로 써서 그 사건 직전에 발표하는 꿈을 간밤에 꾸었습니다. 내가 소설로 쓴 대로 모든 게 그대로 반복되며 시간이 다시 지금에 이르는 동안에도 아무도 내 말에 관심을 갖지 않더라고요. 내 말에는 아무 힘도 없었고 아무런 파문도 일어나지 않았죠. 하지만 내 마음은 지금과 같지 않았을 거예요.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은 말을 다 했으니까요.<br><br>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br><br> 일본의 여성 영화감독 오기가마 나오코가 오랜만에 만든 영화 ‘파문’(2025년)을 반가운 마음으로 보러 갔다가 여러 사람을 떠올렸어요. 영화에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내가 오래 알아온 사람들 같았죠. 저마다 조금씩 괴이한 구석을 가지고 있어서 눈을 마주치거나 말을 섞을 때조차 단단히 마음을 먹어야 하는 그런 사람들이요. 남의 집 마당에 자주 마실을 나가는 고양이 이야기에 정색을 하는 이웃집 여자, 마트에서 일부러 물건을 망가뜨려서는 반값에 달라고 호통을 치는 할아버지, 회원의 우울과 불안에 공감해주는 척하면서 돈을 뜯어내는 사이비종교단체의 모임장 등이 있어요. <br><br> 어깨 한번 으쓱하고 넘어갈 수도 있고, 아예 신경쓰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영화의 주인공 요리코(츠츠이 마리코)에겐 엄청난 스트레스가 되지요. 왜, 신경이 날카로울 땐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던 게 거슬려 견딜 수 없게 되기도 하잖아요. 왜 저렇게까지 식은땀을 흘리며 괴로워하게 되었나, 생각해보니 영화의 시작이 동일본대지진 직후였다는 걸 기억하게 되더군요. <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wdB9Xg24f"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1844eyjo.jpg" data-org-width="970" dmcf-mid="VWFZtO6FQ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1844eyjo.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yBHwsJFO4V" dmcf-ptype="general"> 병석에 누워 있는 시아버지, 직장인인 남편, 사춘기 아들과 함께 도쿄의 현대적인 주택에 살고 있는 요리코는 방사능의 위험을 경고하는 뉴스를 보면서 가족들에게 수돗물을 절대 마시지 말고 비를 맞아서는 안 된다고 당부하고 있었어요. 마트가 문을 열면 달려들어가 생수부터 챙겼죠. 그렇게 물에 집착하게 된 주부 요리코는 물을 신처럼 받드는 사이비종교에 의지해 일상을 이어나가요. 어쩌면 요리코의 삶은 그 사건이 일으킨 파문 속에 이어지고 있는 것이었어요. 남의 일처럼 뉴스 속에서 지나간 것 같지만, 그녀의 삶 또한 10여년 전의 지진의 여진 속에 있었던 거죠.<br><br> 식재료를 씻을 때도 수돗물을 잠그고 생수병의 물을 사용하던 요리코. 그렇게 강박적으로 물조심을 하던 그녀가 남편과 아들의 시선을 피해서 수돗물을 쓸 때가 있었어요. 전기밥솥에서 밥을 퍼서 수돗물에 말아 죽을 끓여요. 그 죽그릇을 들고 요리코는 병석에 누워있는 시아버지에게 가지요. 그렇게 자기만 알고 자기만 할 수 있는 소소한 복수를 위안 삼아 요리코는 하루하루를 지탱해나가요. <br><br> 어느 날은 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던 남편이 갑자기 사라지고, 말 안 듣던 아들도 다른 도시로 떠나가버리죠. 그래도 요리코만은 녹명수를 모시고 기도를 하며 주부로서 도리를 다하죠. 집 안팎을 더욱 정갈히 가꾸고 단단한 일상을 지키고 있었어요. 그렇게 10여년의 세월이 흐르고, 남편이 돌아와요. 그가 돌아오면서 잔잔했던 요리코의 일상에 또 한 번의 파문이 일죠. <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WbXrOi3I62"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3419ixzv.jpg" data-org-width="970" dmcf-mid="fvCoN4yj4x"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3419ixzv.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YKZmIn0CP9" dmcf-ptype="general"> 그때 마트에서 청소부로 일하는 동료와 대화를 나누며 남편에 대한 분노의 마음을 다스리는데 그러면서 요리코에게 변화가 일어나요. 청소 아주머니는 그녀가 의지하던 종교보다 훨씬 나은 처방을 알려주었거든요. 요리코의 마음을 정화하는 데는 물을 모셔놓고 물의 신에게 기도하는 것보다 그때그때 나름의 대응을 하는 게 훨씬 도움이 되었어요. 요리코가 수영장 물에 첨벙 뛰어들어 물속에서 해방감을 느끼던 장면이 기억에 생생해요. 앞으로 요리코는 물을 두려워하지 않고, 신처럼 모시지도 않고, 물의 일부가 되어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어요.<br><br> 그런데 그 순간 수영장으로 이끈 청소 아주머니가 물을 먹고 정신을 잃고 말았어요. 그녀에게 멘토 역할을 해주던 아주머니를 요리코는 정성껏 돌봐줘요. 주부로서의 도리 때문이 아니라 마음을 나눈 친구에 대한 우정으로요. 아주머니의 걱정은 집에 남겨진 거북이 한 쌍이 잘 지내나 어쩌나 하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요리코가 집에 가봤더니, 청소 아주머니가 혼자 사는 집은 쓰레기장이었어요. <br><br> 지진 때 아들을 잃고, 그 뒤론 아무것도 치울 수가 없게 되었다는 청소 아주머니의 이야기를 듣는데 내 가슴에도 커다란 파문이 일어나는 것 같았어요. 밖에서는 인정받는 청소 전문가이고 수영장을 다니며 자기 관리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지만 집에 돌아오면 바닥의 머리카락 하나 집을 힘도 없이 무기력해져버리고 마는 그녀의 모습 속에 지금의 내가 들어 있었으니까요.<br><br> </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G95sCLph4K"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4984cigj.jpg" data-org-width="970" dmcf-mid="46bH5m41P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4984cigj.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파문’의 한 장면. ㈜디스테이션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HfFCSa7v8b" dmcf-ptype="general"> 왜 그때 말도 없이 집을 나가버렸는지 남편은 설명하지 않았어요. 변명조차 하지 않았죠. 왜 굳이 다른 도시로 대학을 가고, 그곳에서 취업을 하고, 엄마가 받아들이기 힘들어할 여자친구를 만들었는지, 아들도 아무 설명이 없었어요. 말해봤자 소용없다는 체념이 있는 듯했어요. 무슨 일이 있든 그 자리에 그대로 최선을 다해 집을 지키며 버티고 있을 거라고 요리코의 남자들은 믿는 거 같았어요. <br><br> 지진이라는 재해 앞에 속수무책이었고, 그저 방사능이 두려우니 물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전부였듯이 일상의 크고 작은 사건에도 따지지 않고 묻지 않고 그저 받아들이고 견디며 자신의 일상을 유지하는 데만 몰입했던 세월 동안 모두가 서서히 이상한 사람이 되어갔던 거예요. 가장 중요한 문제는 말하지 않고, 깊이 상의할 일은 덮어두고, 자세히 해명할 일은 묵과하고, 그저 받아들이고 견디는 삶이 그녀를 그렇게 이상한 사람으로 만들었어요. <br><br> 가장 가까운 사람이지만 중요한 문제는 말할 수 없고, 의논할 수 없고, 설명해봤자 소용없다는 체념을 갖게 만드는 그런 사람, 그런 아내 그런 엄마. 바로 그 사람이 다른 사람 아닌 바로 나였던 거예요. 내가 두려워하는 그 무엇에 대해 제대로 맞서기를 포기하고, 이상하고 위험하게 느끼는 대상에 대해 막연한 거부감과 체념을 반복해온 결과로 나 역시 그렇게 거부되고 체념당하는 존재가 되어 있다는 깨달음. 어쩌면 이제 다 끝난 건 아닌가 싶을 때 다시 비가 내려요.<br><br> </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43hvNzTQB"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디스테이션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6620qjkr.jpg" data-org-width="970" dmcf-mid="8j0lTjqyQ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15/hani/20250115113516620qjk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디스테이션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Z80lTjqyPq" dmcf-ptype="general"> 물이 두려우면 물에 뛰어들고, 비가 오면 비를 맞고, 혼자 버려졌다는 생각이 들면, 혼자 울고 있는 다른 외로움을 돌아봐요. 그리고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요. 요리코가 새로 용기를 낼 때마다 울리던 박수소리가 있었어요. 결국 모두가 떠나고 내 가슴이 폐허가 되었을 때, 내가 내 발을 굴러 나아가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라는 생각을, 요리코가 했다고 생각해요. 누군가의 삶을 삼켜버린 지진의 여진을 견디며 웅크릴 게 아니라 내 발끝에서부터 파문을 일으켜야 한다는 생각을, 그녀가 했다고 생각해요. 그게 영화 ‘파문’을 본 내 마음에 일으킨 나의 파문이에요.<br><br> 영화 칼럼니스트 이하영 ha0282@naver.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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