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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선거, 신종 돼지 병인가요?" 이 나라에서 벌어진 촌극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3
2025-01-04 20:00:00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독립예술영화 개봉신상 리뷰] 총을></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fSbKKHJqmW"> <p dmcf-pid="4DF33C41wy" dmcf-ptype="general">[김상목 기자]</p> <p dmcf-pid="8w300h8tsT" dmcf-ptype="general">개봉 당시 상당한 화제가 되었던 <방가? 방가!> (2010) 영화 속 주인공은 대기업 사무직 취업에 번번이 실패하며 생활고에 빠지자, 위장 취업을 준비한다. 제조업 현장은 내국인보다 이주노동자가 더 쉽게 입사할 수 있다고 하니 외국인으로 신분을 위장하기로 한다. 하지만 들통나기 쉬운 나라는 안된다. 고심 끝에 절대로 들키지 않을 나라를 찾았다. 친구 말에 의하면 이 나라 사람은 한국에 둘 뿐이란다. 대사와 대사 부인이다. 주인공이 세 번째가 되는 셈이다. 그 나라의 이름은 '부탄'이다. 히말라야산맥 자락, 인도와 중국 사이에 낀 남한 면적 절반 정도 크기에 인구는 고작 77만 명인 소국이다.</p> <p dmcf-pid="6MICCLtswv" dmcf-ptype="general">우리에게 부탄이란 나라는 위 영화로 알려졌지만, 그 외에도 특기할 바는 조금 더 있다. 세계에서 가장 고립된 나라라는 신비감도 그중 하나겠지만, 무엇보다 가난한 소국인데도 불구하고 '국민총행복지수'라는 개념을 정립하고 국가정책의 중심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경제성장이나 GDP 척도가 아니라 여러 척도를 종합해 '행복' 체감을 우선한다는 점에서 온전히 수량화할 수 없다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안적 기준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간의 얼굴'을 한 개발이라 봐도 좋겠다.</p> <p dmcf-pid="PRChhoFODS" dmcf-ptype="general">주목할 부분이 또 있다. 전제군주국 부탄은 민주주의를 도입하는 과정에 있다. 이게 대수냐 싶지만,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발단과 실행이 흥미롭다. 국민의 민주화운동이 아니라 국왕의 결단에 의한 '위로부터의 민주화'라는 점이다. 오히려 왕조에 대한 지지와 신망이 너무 높다 보니 민주주의가 필요하지 않다는 다수의 여론이 문제가 될 정도라니.</p> <p dmcf-pid="QBaNN4loEl" dmcf-ptype="general">하지만 앞날을 내다본 국왕은 민주주의 도입이 국가의 장래를 위해 필수라 생각하고 개혁을 밀어붙였다. 그 과정에서 최초로 국민의 대표를 뽑는 선거를 추진한다. 94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국제영화상 후보로 오른 최초의 부탄 영화 <교실 안의 야크> (2019)를 선보인 파우 초이닝 도르지 감독의 신작 <총을 든 스님>은 바로 그 역사적 사건을 극화한 드라마다.</p> <div dmcf-pid="xbNjj8Sgrh" dmcf-ptype="general"> <strong>안개처럼 불확실한 '민주주의'와 '선거'의 혼란 속 시골마을</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yr0ppl6FwC"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4/ohmynews/20250104200003502lect.jpg" data-org-width="1280" dmcf-mid="9at55m9HIH"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4/ohmynews/20250104200003502lect.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총을 든 스님" 스틸</strong> 영화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슈아픽처스</td> </tr> </tbody> </table> <div dmcf-pid="W1xMMukPOI" dmcf-ptype="general"> 1999년이 되어서야 텔레비전과 인터넷이, 2003년에 휴대전화가 도입된 나라 부탄은 격변에 휩싸여 있다. 전제군주인 국왕이 스스로 권력을 국민에게 이양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왕은 선거를 통해 의회를 설립하고, 입헌군주제로 전환할 것을 지시한다. 하지만 이 나라는 역사상 선거라는 걸 치러본 적이 없다. 모두가 생경한 개념에 당황하지만, 준엄한 폐하의 명을 실행해야 한다. 관리들이 전국 각지로 파견되어 민주주의 제도에 대해 국민을 교육해야 한다. 그 방도로 모의 선거를 진행하기로 한다. 2006년의 일이다. </div> <p dmcf-pid="YtMRR7EQIO" dmcf-ptype="general">선거관리국장 '양든'은 공무원 '푸르바'와 함께 수도에서 떨어진 마을로 향한다. 세계에 부탄 민주주의 출발을 알릴 운명의 장소다. 모의 선거 과정을 관영 텔레비전 채널이 보도하고, CNN, BBC, 알자지라 등 세계 주요 언론 관심도 쏠린다. 국장의 어깨가 무겁다. 일행은 모의 선거를 위해 3개의 가상 정당을 설정한다. '파란당'은 자유와 평등, '빨간당'은 산업 발전, '노란당'은 보존에 가치를 둔다. 하지만 투표자 등록은 10%가 고작이다. 다들 무관심할 뿐이다. 공무원들은 난감하다.</p> <p dmcf-pid="GFReezDxDs" dmcf-ptype="general">속세와는 담을 쌓은 고요한 '종'(절)에도 심상치 않은 일이 시작된다. 큰 스님이 제자 '타시' 스님에게 임무를 전한다. 보름날 제의를 위해 총을 구해오라는 것이다. 대체 무엇 때문에 총이 필요한지 이유는 모르지만, '라마' 존칭이 붙은 고명한 큰 스님 분부이니 의심 없이 수행해야 한다. 100년 넘게 묵은 낡은 소총을 가진 주민이 있다는 소문을 입수하고 그곳으로 향한다. 하지만 총을 찾는 이는 그만이 아니다.</p> <p dmcf-pid="HH8663Nfsm" dmcf-ptype="general">가이드로 일하는 '벤지'는 일거리를 잡았다. 외국인 보기 드문 나라에 오랜만에 찾아온 미국인 '론'이다. 그는 며칠간 론과 함께 병약한 아내를 두고 지방 출장을 가야 한다. 마음이 걸리긴 해도 벤지에겐 반드시 성사해야 하는 큰일이다. 실은 단순한 가이드가 아니다. 총기 상인 론은 골동품 총기를 찾아 세계를 누빈다. 그가 찾던 남북전쟁 시절 소총이 어쩌다 부탄 산골에 존재함을 알게 된 것이다. 그 총은 바로 타시 스님이 찾는 총이다.</p> <p dmcf-pid="XX6PP0j4rr" dmcf-ptype="general">선거가 열릴 마을의 젊은 부부 '초펠'과 '초모'는 딸 '류펠'과 단란하게 살았지만, 요즘 문제가 많다. 가족은 자주 장모님 댁에서 돈이나 먹거리를 원조받아 생계를 유지해 왔다. 예전에는 몰랐지만, 시골 마을에도 문명의 이기가 들어오면서 물질적 격차가 커지는 중이다. 자존심 강한 초펠은 출세하고 잘 살고 싶다는 욕망에 불탄다. 선거를 통해 권력자와 친해지면 가능할 것 같다. 그는 유력자 선거운동을 돕지만, 친척들과 지지 후보가 다르다 보니 소원해진다. 예전엔 없던 일이다. 초펠은 불평이 늘고 장모님과 말도 섞지 않을 지경이다. 아내 '초모'는 선거사무 보조로 일하게 되지만, 가정불화 원인이라 생각하는 선거에 호의를 갖기 어렵다.</p> <div dmcf-pid="ZZPQQpA8Ow" dmcf-ptype="general"> <strong>전통과 현대, 변화와 보존의 갈림길에 선 조국을 형상화하다</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5qgaafhLOD"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4/ohmynews/20250104200004871ehvj.jpg" data-org-width="1280" dmcf-mid="2J9bbGdzs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4/ohmynews/20250104200004871ehvj.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총을 든 스님" 스틸</strong> 영화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슈아픽처스</td> </tr> </tbody> </table> <div dmcf-pid="1BaNN4loOE" dmcf-ptype="general"> 영화는 모국 부탄의 정치적 격변기를 유머러스하게 회고한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그저 코미디 소재로만 삼는 태도와는 거리가 한참 멀다. 영화의 태도는 시종일관 진지하고 치열하다. 다만 자본주의 체제에 찌든 지 오래인 우리가 보기에 오히려 생소할 뿐이다. 그 이질감이 초반엔 툭툭 빵 터지게 하는 개그 코드로 작용하지만, 점차 현대 문명비판과 함께 부탄의 국가이념 자체인 '행복정치'란 무엇일까 성찰하는 방향으로 전환된다. </div> <p dmcf-pid="txOIIn1mmk" dmcf-ptype="general">영화 속 인물 모두가 품는 의문은 "우리나라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야?"다. 고립된 환경 탓에 제국주의 시절에도 식민지를 면할 정도로 오랜 세월 가난하지만 소박하게 살아온 이들로선 굳이 변화가 필요한지 이해가 안 된다. 선거사무를 위해 이동하던 차량에 얻어탄 이는 자기 과업을 설명하는 선거담당자에게 처음 듣는 단어인 선거에 관해 묻는다. "선거? 신종 돼지 병인가요? 왜 그런 짓을 하는 거죠?". 이에 공무원은 "민주적인 것은 현대적인 것이니까요"라며 한심하다는 듯 답한다. 하지만 질문자에겐 부처님 가르침도 아닌데 그게 왜 좋은지 이해할 수 없다. 오랜 전통과 지혜를 따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p> <p dmcf-pid="FMICCLtsIc" dmcf-ptype="general">촌극은 그치지 않는다. 선거사무를 맡은 이들은 세 정당을 지정하고 선거운동을 시연한다. 주민들은 각 정당 지지자로 나뉘어 서로 소리 지르며 야유하고 때릴 듯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공무원은 그가 참고한 외국 영화나 드라마를 본떠 대립을 부추긴다. 처음엔 어색하던 주민들도 점차 과열되어 함성을 지르며 맞붙는다. 하지만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다가온 여인은 반문한다. "왜 무례하게 굴라고 가르치죠?". 본질 대신 외형만 수입한 서구제도에 대한 의구심은 정당해 보인다.</p> <p dmcf-pid="3RChhoFOOA" dmcf-ptype="general">총기상 론과 가이드 벤지는 농부 '압 펜조르'와 거래에 나선다. 조상에게 들은 바대로 이 총이 과거 전쟁에서 많은 티베트 사람들을 죽였다(부탄은 티베트 계통 국가)고 들려주는 농부에게 일행은 그가 진 빚을 해결할 수 있다며 흥정한다. 거액을 제시하며 총기 상인은 추가 증액은 얼마까지 가능하다고 제시하지만, 정작 농부는 너무 많은 돈이라며 절반 이하만 받기로 한다. 미국인은 대체 무슨 상황인지 이해되지 않는다. 그의 상식으론 협상이란 더 올려쳐야 마땅한데, 상대는 오히려 과하다며 안 내켜 하지 않는가. 말도 통하지 않지만, 더 동떨어진 건 오히려 부탄 사람들 사고방식이다.</p> <p dmcf-pid="0tMRR7EQwj" dmcf-ptype="general">그들의 '글로벌 스탠다드'는 주민들에겐 괴이쩍기만 하다. 달러를 많이 가질 수 있다며 욕망을 부추기지만, 통역 과정에서 달러는 '대머리 남자가 그려진 파란색 종이 화폐'로만 설명 가능한 대상이다. "사람들이 (달러를 얻기 위해) 신장을 팔기도 해요"라는 설명을 사람들은 이해할 수 없다. 왜 총을 찾아 먼 땅까지 찾아왔냐는 물음에 벤지는 "론의 나라는 사람보다 총이 더 많아요"라고 답한다. 현지화 통역으로 "미국 불경에는 총기 소지가 권리"라며 말이다. 상대는 "정말 특이한 나라네요"라며 어리둥절하다.</p> <p dmcf-pid="pFReezDxDN" dmcf-ptype="general">어쩌다 보니 제의에 참석하게 된 외국인은 공무원에게 환영받는다. '위대한 민주 국가'이자 '자유 세계의 지도자', '링컨과 케네디의 나라'에서 온 미국인을 생전 처음 본다는 그는 민주주의가 너무 어렵다며 한 수 지도를 청한다. 하지만 평화로운 땅에 무기 거래를 하러 온 게 꺼림칙하던 론은 자신이 가르칠 게 있을까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웃음을 위해서만 써먹는 장치가 아니라 강대국의 위선과 모순을 꼬집는 독한 풍자다.</p> <div dmcf-pid="U3eddqwMra" dmcf-ptype="general"> <strong>변화에 대한 통찰</strong> </div> <table align="center" border="0" cellpadding="0" cellspacing="0" dmcf-pid="upJiibmeDg" dmcf-ptype="general"> <tbody> <tr> <td>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4/ohmynews/20250104200006452jbvt.jpg" data-org-width="1280" dmcf-mid="V2WYYkzTOY"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4/ohmynews/20250104200006452jbvt.jpg" width="658"></p> </figure> </td> </tr> <tr> <td align="left"> <strong>▲ "총을 든 스님" 스틸</strong> 영화 스틸 이미지</td> </tr> <tr> <td align="left">ⓒ ㈜슈아픽처스</td> </tr> </tbody> </table> <div dmcf-pid="7UinnKsdso" dmcf-ptype="general"> 하지만 변화의 물결은 되돌릴 수 없다. 감독은 모국이 지켜온 순수한 행복을 긍정하지만, 현실 '유토피아'로만 그리지 않는다. 낙후되고 가난한 현실을 가감하지 않고 그려낸다. 고립되어 살 수 없는 21세기에 부탄만 은자의 땅으로 남기란 불가능하고, 외부의 충격은 구석구석까지 스며들어 있다. 초펠과 초모의 딸 류펠은 지우개를 구할 수 없어 학교에서 꾸중을 듣는다. 부유한 이웃은 소 두 마리를 팔아 텔레비전을 장만하고, 동네 가게 호객을 위해 007 시리즈 방영하는 텔레비전 앞에는 멍한 표정의 주민들이 가득하다. </div> <p dmcf-pid="zqgaafhLmL" dmcf-ptype="general">도시는 한참 서구화 중이다. 최신 전자기기와 수입 제품이 즐비하지만, 돈과 일자리는 부족하다. 술독에 빠진 청년이나 돈벌이를 위한 밀수가 사방에 보인다. 이미 시작된 균열과 도시-시골 격차는 과거 회귀로 해결될 수 없다. 국왕의 선견지명처럼 부탄은 세계의 흐름에 연착륙해야 한다. 그 과정을 압축한 영화다.</p> <p dmcf-pid="qBaNN4lown" dmcf-ptype="general">과도기 예정된 혼란을 어떻게 줄이고 통합을 유지하며 이룩할 것인가. 뜬금없는 요구를 제자에게 던진 큰 스님의 화두가 어떻게 완성되는가 지켜볼 일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과 태도는 달라도, 함께 사회적 과제를 해결해가는 공감과 지혜를 모으자는 영화 속 호소가 유독 반갑고 절실한 요즘이다.</p> <p dmcf-pid="BbNjj8SgDi" dmcf-ptype="general"><작품정보></p> <p dmcf-pid="bk1ttOVZDJ" dmcf-ptype="general">총을 든 스님<br>The Monk and the Gun<br>2023|부탄|드라마/코미디<br>2025.01.01. 개봉|107분|전체관람가<br>감독 파우 초이닝 도르지<br>주연 탄딘 왕추크, 데키 라모<br>출연 페마 장모 셰르파, 탄딘 풉즈, 해리 아인혼<br>수입/배급 ㈜슈아픽처스</p> <p dmcf-pid="KEtFFIf5rd" dmcf-ptype="general">2023 로마국제영화제 심사위원특별상<br>2024 프리부르국제영화제 관객상</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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