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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언젠가 후회할 일을 지금 시작해요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20
2025-01-01 11:35:0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span style="color: rgb(0, 184, 177);">동그란의 마음극장 영화</span> <br>‘줄리엣, 네이키드’</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85im74lo4U">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6HeDp2Ii8p"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03961pxmk.jpg" data-org-width="970" dmcf-mid="KSvGPLtsQ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03961pxmk.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PbwGPLtsQ0" dmcf-ptype="general">새해가 되면 하게 되는 결심들의 목록을 작성할 때 전반적인 기조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알차게 잘 쓰겠다’는 걸 겁니다. 이런 결심은 ‘전년도의 시간은 대체로 낭비되었다’는 평가를 전제로 한 것이겠죠. 항상 잘 사용하겠다고 다짐하지만 돌아보면 왜 늘 낭비했다는 생각이 드는 걸까요? 시간은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흘러가는 것일 뿐인데 말이죠. 지나온 시간을 아깝다 여기게 되는 때는 무언가에 쏟아부어진 내 열정의 바닥을 보는 순간일 거예요. 더이상 내 마음을 설레게 하지 않지만 아직 버리지 못한 것에 대해서, 거기에 쓴 시간 전체에 대한 시선이 어두워져 버리는 것이죠.</p> <p dmcf-pid="QtLOq6va43" dmcf-ptype="general">(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p> <p dmcf-pid="xfI1ejUlQF" dmcf-ptype="general">25년 전에 앨범 한 장 달랑 낸 것뿐. 그 뒤로는 여러 여자를 전전하며 20년을 허송세월했다는 싱어송라이터 터커(에단 호크). 한 남자에 매달려 15년을 낭비했다는 박물관 큐레이터 애니(로즈 번). 작년에 개봉한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제시 페레츠 감독, 2024)의 주인공들인데요. 이 주인공들처럼 사십대 중반쯤 되면, 자기 인생을 어떻게 낭비했는가라는 주제로 사연 하나 없는 사람은 없겠죠. (저는 무엇으로 시간을 낭비했는지 꼽아보는 것조차 시간 낭비일 것 같네요.)</p> <p dmcf-pid="yiXbcC41xt" dmcf-ptype="general">터커와 애니는 애니의 남자친구인 던컨이 운영하는 웹사이트에서 서로를 발견하고 메시지를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던컨은 25년 전에 앨범 한 장을 내고 잠적한 싱어송라이터 터커의 추종자로 인터넷에서 터커 팬을 위한 웹사이트를 열고 수년간 운영해왔죠. 터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고 그를 숭배하는 일에 여가를 몽땅 바치는 던컨 옆에서 애니는 점점 더 외로워졌겠죠. 그러다 허무해졌고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WS8aZ7EQP1"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06683acvs.jpg" data-org-width="970" dmcf-mid="95sGPLts8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06683acvs.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YE7xhXiB85" dmcf-ptype="general">무언가에 지속적으로 열중하는 사람 옆에 있는 파트너가 갖는 감정의 단계에 대해서는 저도 일가견이 있어요. 처음엔 그가 몰두하고 있는 무언가가 대화의 소재가 되고 호기심의 대상이 돼요. 그가 몰두해온 대상에 대한 레퍼토리가 충분히 공유되고 난 뒤엔 그는 나와는 다른 세계에 살고 있다는 걸 인정하게 되고, 그의 세계를 존중해주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지요. 그러다 소외감을 느끼고 외로워지다가 어느 순간엔 한심하게 생각이 되기 시작하고, 그 끝은 분노뿐이죠. (그가 존중하는 세계를 존중하다가 소모되어버린 나의 인생이여!)</p> <p dmcf-pid="Gv6N5zDx8Z" dmcf-ptype="general">자신을 숭배하는 사람들 모인 웹사이트를 들여다보며 한심하다고 생각하던 터커는 애니가 그 사이트에 처음 올린 글에 호기심을 느끼고 반응을 보이게 되었어요. “당신은 제정신이더군요.” 인생에서 15년을 낭비했다는 애니의 한탄에 대한 터커의 처방이 아주 재밌어요.</p> <p dmcf-pid="HCVLGpA88X" dmcf-ptype="general">“인생에서 15년을 낭비했다면 어떻게 할까? 좋아요, 우선 숫자부터 줄여봅시다. 좋은 책을 읽으면서 보낸 시간을 빼고 즐거운 대화와 수면 시간도 빼요. 그건 중요한 거니까. 그럼 낭비한 시간이 10년쯤으로 줄어들 거고 10년 미만의 모든 것은 세금 낼 때도 탕감해줘요. 난 내가 잃은 것들 때문에 여전히 마음이 아프지만 밤이 되면 그냥 그것을 받아들일 뿐입니다.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미안해요. 하지만 당신의 상황을 자세히 안다면 도움이 될 것 같군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XqEW8i5r8H"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08258ruat.jpg" data-org-width="970" dmcf-mid="2BrW8i5r4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08258rua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ZI2nY0j4PG" dmcf-ptype="general">미국 동부에 사는 왕년의 뮤지션과 영국의 외딴 해변마을의 박물관 큐레이터가 그렇게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는 거죠. 낭비했다고 생각하는 시간에서 좋은 책을 읽으며 보낸 시간을 빼라는 말에서 슬그머니 미소가 지어졌어요. 즐거운 대화와 수면 시간도 빼라는 말도 마음에 들었죠. 낭비된 시간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별것 아니라는 계산이 나오니까요. 거기에 집착하는 내 마음이 있을 뿐. 터커는 생산적으로 시간을 낭비했어요.</p> <p dmcf-pid="5xTUowbYxY" dmcf-ptype="general">“난 그동안 본의 아니게 아이들을 많이 낳았죠. 그리고 그 아이들은 대부분 허접한 내 과거를 떠올리는 경고장 같은 존재예요. 때때로 내 인생은 마치 영원한 궤적처럼 보여요. 책임감이란 게 날 노려보다가 반대방향으로 달리는 기분이죠.”</p> <p dmcf-pid="1fI1ejUlxW" dmcf-ptype="general">터커가 낭비한 20년의 결과는 다른 관점에서 보면 참 풍성해요. 껌딱지처럼 그의 곁에 붙어 있는 여섯살짜리 잭슨이라는 꼬마가 있고, 그 전에 캐리라는 여인에게서 난 쌍둥이 아들들(12세) 그리고 그 전에 사귄 나탈리와의 사이에서 딸 리지(19세)가 있죠. 그들이 한자리에 모인 자리에 우연찮게도 애니가 함께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모든 여정의 시작점인 줄리와 그녀가 낳은 딸 그레이스의 사연에 대해서도 듣게 되지요. 그들은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지만 터커에겐 가장 큰 마음의 짐이었지요. 노래를 그만두게 될 정도로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tfI1ejUl4y"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10101gkeq.jpg" data-org-width="970" dmcf-mid="VleDp2Iix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10101gkeq.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FwqRS5LK6T" dmcf-ptype="general">터커가 줄리라는 아름다운 모델에게 바친 ‘줄리엣’이라는 전설적인 곡 하나가 그의 명성을 이어주었지만 더이상은 그 노래를 부를 수가 없었어요. 터커는 그 노래에는 어떤 진실도 없다고 했어요. 터커를 불멸의 뮤지션으로 만들어준 그 노래가 역설적으로 터커를 더이상 노래할 수 없게 만든 거죠. 그런 사실을 모르는 던컨을 비롯한 추종자들은 갖가지 억측을 쏟아내고 그것이 또 다른 콘텐츠가 되어 터커를 신비로운 존재로 만들어왔지요.</p> <p dmcf-pid="3j08sWRu6v" dmcf-ptype="general">그래서 한편으로는 던컨이 애처롭게 느껴져요. 자기가 바라는 대로 그림을 그리며 상상의 나래를 펼쳐왔는데 실제로 맞닥뜨린 우상의 모습은 전혀 달랐으니까요. 20년 이상 추종해온 스타가 자신이 생각한 것과 전혀 다를 때의 충격은 팬으로서 참 감당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그가 그토록 숭배했던, 날것 그대로의 ‘줄리엣’에는 그 어떤 완벽함도 지속되는 진실도 없는 텅 빈 것이었어요. 그 공허함 앞에서 던컨은 참 성숙한 답을 들려줘요.</p> <p dmcf-pid="0cUPIGdzPS" dmcf-ptype="general">“내겐 그 앨범이 어떤 것보다 소중해요. 완벽해서가 아니라 내게는 큰 의미가 있으니까요. 당신한테 의미 없어도 상관 안 해요. 예술은 예술가의 것이 아니에요. 물이 배관공에게만 속한 것이 아니듯이요. 고마워요. 난 당신 작품을 정말 좋아했으니까요.”</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pkuQCHJq8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11594ddti.jpg" data-org-width="970" dmcf-mid="fsrHQoFO47"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11594ddti.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줄리엣, 네이키드’의 한 장면. 마노엔터테인먼트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UiXbcC418h" dmcf-ptype="general">자신이 추종해온 세계에 대한 판타지가 깨어졌을 때, 그럼에도 내게는 의미가 있었다고, 고마웠다고 말할 수 있는 건, 그게 한 곡의 노래였기 때문에, 예술작품이었기 때문일 거예요. 자신이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쏟은 만큼 자신의 것으로 간직할 수 있는 게 예술이니까요. 다시 계산을 해보면 던컨이 터커의 흔적에 열정을 쏟은 세월도, 터커가 노래하지 못한 채 흘려보낸 세월도, 애니가 던컨과 함께한 세월도, 그 무엇도 낭비된 건 없어요. 다시 지금의 선택이 중요할 뿐이죠.</p> <p dmcf-pid="uBDY6n1mPC" dmcf-ptype="general">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이 영화의 말 많은 주인공들이 아니라 단 한 번 등장하는 어떤 손님이 들려줘요. 애니가 일하는 박물관의 새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한 그 마을의 오랜 주민인 할머니가요. 벽에 걸린 사진 한 장을 들여다보면서 “좋았던 시절”이라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라고 나는 생각해요.</p> <p dmcf-pid="7XdwUVCnPI" dmcf-ptype="general">“저 사진 속의 두 사람은 우리가 그해 초여름에 만났던 남자들이죠. 재미 좀 보겠다고 엄청 들이댔어요. 나도 맞장구쳤어야 하는데 쫓아냈죠. 옳지 못한 행실을 하면 안 된다고 자신을 타일렀죠. 그런 짓을 하면 정말 큰일 나니까죠. 큰일 날 짓은 내 평생 한 번도 안 했는데.”</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zVO5RNphQO"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13565bohz.jpg" data-org-width="970" dmcf-mid="4kp6OYe7Qu"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501/01/hani/20250101113513565bohz.jpg" width="658"></p> </figure> <p dmcf-pid="qqEW8i5r6s" dmcf-ptype="general">평생 이 마을에 살며 소문거리 하나 안 내고 모범적으로 살아온 84세의 할머니. 인생을 낭비했다는 건 바로 이런 거라고 직접 알려주죠. 인생에서 아무런 실수를 하지 않아서 아무 이야깃거리가 없는 할머니의 모습은 그대로 애니의 미래가 될 수도 있었어요. 그래서 그순간 곁에 있는, 인생 자체가 실수 범벅인 실패한 뮤지션 터커에게 큰일 날 짓을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하게 되는 거죠.</p> <p dmcf-pid="BQvpLDBW6m" dmcf-ptype="general">언젠가 후회를 하더라도, 지금 온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기로 해요. 후회할 일조차 만들지 않기엔 우리의 삶은 명약관화하게 유한해요. 추억이 없는 미래만큼 가난한 것은 없어요. 올 한 해도 온갖 어리석은 짓으로, 언젠가 후회하게 될 실수들로 시간을 가득 채워보겠다는 새로운 새해결심을 하고 싶은 아침이네요.</p> <p dmcf-pid="baFfrTxp4r" dmcf-ptype="general">영화 칼럼니스트 이하영 ha0282@naver.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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