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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들리지 않는 통곡으로…" '하얼빈' 우민호 감독의 고집[인터뷰S]

온카뱅크관리자

2024-12-27 07: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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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 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 제공|CJ ENM"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27/spotvnews/20241227070006415udck.jpg" data-org-width="900" dmcf-mid="b0VNoJZwyd"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27/spotvnews/20241227070006415udc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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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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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우연이었을까 운명이었을까. 우민호 감독은 '남산의 부장들'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사건을 스크린에 옮긴 바 있다. 그로부터 약 5년 만에 그는 또 하나의 10월 26일을 스크린에 담았다. 1909년의 그날, 만주의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는 일제 식민 지배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를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영화 '하얼빈'은 그 날의 거사가 성공하기까지의 이야기다. 
 "우연히 안중근 장군 자서전을 읽었어요. 그저 영웅인 줄 알았는데, 패장이었더라고요. 지탄도 받았고. 너무 젊어 놀랍기도 했어요. 어떻게 거사를 성공할 수 있었을까, 호기심이 생겼어요. '10년이 걸리든 100년이 걸리든 포기하지 말고 나가다보면 이룰 것이다, 멈추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실제 그 분의 말인데 먼 이야기가 아니라 가까이 느껴졌어요. 그것이 저에게 힘과 위로가 됐고요. 2024년 우리에게 어떤 울림을 줄 수 있을까. 힘들지만 잘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산의 부장'부터 그의 전 작품을 함께한 하이브미디어코프 김원국 대표가 마침 '하얼빈'이란 제목으로 다른 영화를 제안해 거절했던 터였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다룰 용기가 나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잘해야 본전"인 작품이기도 했다. 오락 영화에 가까웠다던 '하얼빈'은 우민호 감독의 손에서 짜릿한 쾌감보다 단단한 결의로 가득한 완전히 다른 작품으로 태어났다. 수백억대 제작비가 작품으로선 쉽지 않은 길이다. 
 "과감하게 선택한 겁니다. 블록버스터 공식을 지킨다고 다 흥행하는 것도 아니고. 틀렸다는 게 아니라 이건 그렇게 찍으면 안된다고 결심한 겁니다. 진심을 다해 찍으면 관객분도 알아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참혹한 전투씬은 의도치 않은 부분이 있었어요. 광주 촬영이었는데 50년 만에 폭설이 내렸어요. 원래 눈 설정이 없었는데 눈이 내리니 너무 아름다운 거예요. 아름다운 우리 국토가 그렇게 유린되는데, 그것을 통쾌하게 찍을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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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 '하얼빈'의 현빈. 제공ㅣ하이브미디어코프"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27/spotvnews/20241227070010703xlhf.jpg" data-org-width="900" dmcf-mid="2o4kjoFOyM"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27/spotvnews/20241227070010703xlhf.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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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얼빈'의 현빈. 제공ㅣ하이브미디어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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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뇌하는 독립운동가 안중근은 배우 현빈이 맡았다. 우민호 감독은 "우리가 알고 있는 영웅 안중근과는 다른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며 "실패한 패장이 하얼빈까지 가는 여정이 얼마나 고단했을까. 가족은 조국에 남겨지고 얼마나 고뇌에 차 있었을까. 처연하기도 하고 쓸쓸하기도 하고 하지만 결심하면 굽히지 않는 느낌을 현빈의 눈에서 봤다"고 했다. 현빈이 고사했지만 그는 굽히지 않았다. 
 "'될 때까지 해라' 안중근 장군의 그 말씀이 저에게 와닿는 게 있었어요.(웃음) 삼고초려 해서, 세 번 거절했는데 아마 저는 10번이라도 했을 거예요. 현빈 배우가 끝까지 거절했으면 이 영화를 안 했을 수도 있죠." 
 그렇게 만난 현빈은 멀리 점 하나로 등장하는 안중근도 절대 대역에게 맡길 수 없다는 고집 센 배우였다. "나는 그렇게는 안 한다"며 발 하나, 뒤통수 반쪽도 직접 해야한다는 배우에게 감독은 매 순간 감탄했다고 했다. 그래서 더 처절하게 '하얼빈'의 순간들이 완성된 것 같다고. 
 "특히 마지막, 카메라를 향해 걸어올 때의 여운이 깊이 남았어요. 여기가 끝이 아니라는 내레이션과도 맞아떨어진 느낌이고. 앞으로 더 큰 고난이 올 것을 걱정하면서도, 그러니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얼굴." 
 그럼에도 우민호 감독은 '하얼빈'의 거사가 영웅 한 사람의 업적으로 보이는 게 싫었다고 했다. 즐겨 쓰던 단독 클로즈업 대신 멀찍이 카메라를 둔 것도 그 때문이다. "동지들의 작품"이라는 표현을 쓴 감독은 "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연결되고 연결되고, 그걸 바탕으로 안중근 장군이 하얼빈에서 총을 당길 수 있었다고 보여주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안중근의 주변엔 실존인물과 가공의 인물을 섞었다. '남산의 부장들'부터 꾸준히 함께해 온 조우진이 김상현 역을 맡아 힘을 보탰고, '젊은 나이에 연기를 저렇게 잘하나' 감탄 또 감탄한 '연기귀신' 박정민이 독립운동가 우덕순을 연기했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를 보고 다른 얼굴을 확인한 이동욱은 안중근과 함께하면서도 대립각을 세운 이창섭을 그렸다. (라트비아 촬영 당시 현빈과 이동욱이 함께 산책하는 걸 직접 보니 너무 멋져 '애국한다는 심정으로 매일 한시간만 돌아라' 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조명받지 못했던 여성 독립투사의 활약을 응축한 인물 공부인은 전여빈이 맡았다. 
 "우아하지 않나요. 격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전여빈 배우가 너무나 강단있게 또 우아하게 소화해줬어요. 공부인뿐이 아니죠. 격이 있게, 그분들의 모습이 담담하지만 힘있고 숭고하게 그려지길 바랐습니다…. 누르고 눌렀어요. 마음이 정말 깊으면 눈물이 안 나잖아요. 배우들께도 그랬어요. 들리지 않지만 보이는 통곡, 그렇게 연기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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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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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개 이후 '하얼빈'은 12.3 계엄 사태에 이은 탄핵 정국을 맞아 저마다 응원봉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들을 예견이라도 한 게 아니냐는 반응을 얻기도 했다. 관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불을 밝혀야 한다, 사람들이 모일 것이다"는 마지막 내레이션은 실제 안중근 의사가 남긴 말을 바탕으로 감독이 앞뒤를 채워 완성한 것이다. "저 나라(조선)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야.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단 말이지"라는 이토 히로부미(릴리 프랭키)의 대사는 '왕과 유생은 안 무서운데 민초들의 시선이 서늘했다'는 이토 히로부미의 실제 언급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난 9월 토론토 국제영화제 때 내레이션과 똑같아요. 마지막 내레이션은 보강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올해 1월 1일에 갑자기 일어나 쓴 겁니다. 10분도 안 걸렸어요. (시사회에서 눈물을 흘린 건)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온몸으로 계엄군을 막아낸 시민들을 보면서 저도 모르게 올라왔어요. 너무 감사하기도 하고 너무 죄스럽기도 하고. . 저는 그때 전주에서 촬영을 하고 있었는데, 믿기지도 않고 끔찍하고 참담했습니다." 
 우민호 감독은 언론시사회 당시 울컥하며 "이 영화가 영화를 보신 관객들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것이라고 믿고, 자긍심을 느끼셨으면 좋겠다"고 직접 언급한 바 있다. 그 마음은 감독은 다시 한 번 강조했다. 
 "그 이야기를 실제로 했어요. '이 영화는 잘 찍어도 못 찍어도 삼일절 광복절에 TV에서 계속 나오겠구나. 우리 정말 잘 찍자.' 이 작품이 잘 만든 영화로 남겨지길 바랐어요. 안중근 기념관 분들께도 부끄럽지 않고, 안중근 의사 얼굴에도, 우리 독립군들,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에게 누가 안 되는 영화이길. 그리고 대중에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영화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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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하얼빈' 우민호 감독. 제공|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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