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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옥씨부인전》, 이제 사극은 현대극이 되어 간다

온카뱅크관리자

2024-12-08 11:00:02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역사가 소외한 이들의 역사를 쓰는 ‘요즘 사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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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사저널=정덕현 문화 평론가)
 사극은 역사를 바탕으로 쓰는 장르다. 대부분이 지배층 등 주류의 이야기로 구성된다. 그런데 최근엔 역사가 소외시킨 이들의 이야기를 허구로 그려냄으로써 그 역사의 또 한 축일 수 있는 이들의 역사를 담는 장르로도 기능하고 있다. 최근 시작한 JTBC 《옥씨부인전》은 이러한 계보를 잇는 사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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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드라마 《옥씨부인전》 포스터 ⓒJTBC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08/sisapress/20241208110003916ftna.jpg" data-org-width="800" dmcf-mid="HBFRCAUlrV"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8/sisapress/20241208110003916ftna.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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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옥씨부인전》 포스터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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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망 노비 구덕이(임지연)는 추노꾼들에게 쫓기다 우연히 만나 친해지게 된 옥태영(손나은)이라는 양반집 딸로 인해 인생이 바뀐다. 옥태영이 화적패들에 의해 죽게 되면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 구덕이가 가락지 때문에 옥태영으로 오인받게 된 것이다. 구덕이는 옥태영의 할머니 한씨부인(김미숙)에게 자신이 옥태영이 아니라고 고백하지만, 그의 심성과 글재주 등을 보게 된 한씨부인은 구덕이를 옥태영으로 살게 한다.
 옥태영이 하루아침에 노비 신분에서 양반집 딸로 살게 됐다면, 그녀를 우연히 만나 마음에 두게 됐던 송서인(추영우)은 어엿한 송씨 가문의 아들에서 저잣거리 서민의 삶을 살게 된 인물이다. 자신이 송씨 가문의 업둥이인 줄 알고 자랐지만 기생에게서 난 서자였다는 걸 알게 된 후 집을 떠나 천승휘라는 이름으로 전기수의 삶을 살게 된다. 《옥씨부인전》은 이처럼 구덕이와 옥태영, 송서인과 천승휘라는 두 개의 이름으로 두 개의 다른 삶을 살게 된 이들의 사랑과 치열하게 살아남으려는 생존기를 그리는 사극이다.
 본래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건 조선시대의 소설 《유연전》이다. 우리에게는 《오성과 한음》으로 잘 알려진 오성 이항복이 저자다. 《유연전》은 극적인 서사가 돋보이는 소설이지만 이 작품이 다룬 사건은 1607년 조선 선조 때 실제 벌어진 '가짜 남편 사건'을 이항복이 기록한 것이다. 사기극에 의해 억울한 송사로 사형을 당한 유연의 진실이 밝혀지고 결국 그 누명을 벗게 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당대 조선 사회에서 벌어진 치열한 송사를 통해 정의와 부패에 대한 문제를 다룬 기록이 《유연전》이다. 지금으로 치면 실제 사건을 취재해 드라마틱하게 그려낸 범죄수사물 같은 작품이라고 할까.
 《옥씨부인전》은 이 《유연전》의 모티브(가짜의 삶)를 가져와 재해석했다. 재해석의 포인트는 신분을 바꾸고 살아가는 삶이다. 노비였던 구덕이가 양반인 옥태영의 삶을 살고, 양반이었던 송서인이 저잣거리 전기수 천승휘의 삶을 살게 되지만 그 정체가 드러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다. 신분제 조선 사회에서의 노비의 삶은 사극이라는 틀에서 자본화된 현대 사회 서민들의 삶을 대변하며 공감과 설득력을 얻는다. 구더기처럼 살라고 '구덕이'라는 이름을 갖게 된 인물의 처지는 현재의 서민들의 삶을 닮았다. 금수저인가 흙수저인가에 따라 미래가 결정되는 세상에서 서민들은 모두가 다른 삶을 꿈꾸지 않던가. 비록 그것이 가짜라고 할지라도.
 본래 사극은 역사와 허구가 더해진 장르다. 정통 사극은 역사를 충실히 재연하는 데 그쳤다. 차츰 허구가 더해진 퓨전사극이 그 뒤를 이어가더니 이제는 조선이라는 시공간을 가져오긴 했지만 거의 현대적인 서사를 담는 '장르 사극', 팩션(Faction) 같은 사극들이 등장했다. 역사에서 서서히 허구 쪽으로 방향을 틀면서 그 흐름에 대한 반발이 생겨난다. 정통 사극으로 회귀해야 한다는 목소리들이 나오기도 했지만 이 큰 흐름은 대세가 됐다. 역사는 결국 권력자들의 기록일 수밖에 없다는 현대 대중의 달라진 관점이 투영되면서, 역사가 소외시킨 민초들의 삶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여기에 허구를 더해 기록되지 않은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천성일 작가의 《추노》는 그 대표적인 사극이다. 조선시대 도망친 노비를 추격하는 추노꾼들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작품은 뒤로 가면서 노비들의 숨겨진 역사들을 끄집어내 재구성했다. 역사의 기록과 더불어 역사 바깥에 소외된 이들을 허구를 통해 더하는 방식이다. 《육룡이 나르샤》도 마찬가지다. 조선 건국에 대해 역사가 기록한 이성계, 이방원, 정도전 같은 인물들과 더불어, 그걸 도운 민초들을 분이(신세경), 땅새(변요한), 무휼(윤균상)로 그리며 이들 '육룡'에 의해 이 역사가 가능했다고 이 사극은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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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드라마 《옥씨부인전》 스틸 컷 ⓒJTBC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08/sisapress/20241208110005456cbbk.jpg" data-org-width="800" dmcf-mid="3idlB1LKEz"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8/sisapress/20241208110005456cbb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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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옥씨부인전》 스틸 컷 ⓒJTB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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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극이 현대극화하는 지점
 역사와 더불어 역사 바깥으로 소외됐던 이들을 허구로 담아내기 시작한 현재의 사극은 바로 그 지점에서 현대극화하는 변화를 보인다. 허구로 그려내는 당대의 인물들은 사실상 실제 시대적 인물보다는 현재적 인물에 더 가깝게 그려지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는 병자호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끝내 살아남은 질긴 민초들의 삶을 그린 작품 《연인》에서도 드러난다. 허구적 인물인 이장현과 유길채는 조선시대 병자호란이라는 실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 속에 들어가 있지만, 엄밀히 보면 현재적 사고관과 가치관을 가진 인물들이다. 전쟁이 터지고 모두가 왕을 지키기 위해 달려갈 때, 연인을 구하기 위해 달려가는 현대적 인물이 바로 이장현이다. 국가보다 개인의 삶을 더 중하게 여기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병자호란 때 오랑캐들에게 끌려갔다 살아 돌아온 이들이 몸을 버렸다며 돌팔매질을 당할 때 여기에 대항하는 인물이 유길채다. 가해자들의 잘못을 피해자가 잘못한 것처럼 몰아세우는 세상에 대한 비판의식을 담은 이 인물은 그래서 지극히 현대적이다. 《연인》은 바로 이 조선 사회 속에 현재적 가치관을 가진 가상의 인물들을 세워둠으로써 그 극적 긴장감을 통해 현재에도 울림을 주는 사극이 됐다. 사극이지만 현대극에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다.
 《옷소매 붉은 끝동》 같은 사극을 보면 그 현대극에 가까운 변화가 더 드라마틱하게 엿보인다. 실제 역사가 기록한 이산 정조와 의빈 성씨의 사랑 이야기는 이미 2007년에 《이산》이라는 사극으로 그려진 바 있다. 그런데 같은 역사적 소재를 가져왔지만 《이산》과 《옷소매 붉은 끝동》은 여성을 그리는 서사의 기조 자체에 차이가 있다. 《이산》이 제목에서 느껴지듯 정조의 삶을 중심으로 후궁이 되는 성송연(한지민)의 신데렐라 스토리를 그렸다면, 《옷소매 붉은 끝동》은 정조의 프러포즈에도 후궁 되기를 세 번이나 거절하는 성덕임(이세영)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래서 궁녀로서의 주체적인 삶을 바란 인물로 재조명한 《옷소매 붉은 끝동》의 서사는 현재적 감수성을 담은 현대극의 느낌을 준다.
 사극은 과거의 시공간을 가져온다. 하지만 현재의 대중과 공감해야 한다는 점에서 현재적 관점과 인물들을 그리기 마련이다. 역사에는 없는 민초들을 재현해 내고 과거의 인물이 아닌 현재적 인물을 담기 시작한 사극이 점점 현대극화하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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