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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뉴스]“우리가 인생의 가을이라고 했나요? 나는 항상 여름이에요”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172
2024-12-04 11:55:11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font color="#333333">동그란의 마음극장</font> 영화 ‘프렌치 수프(La Passion de Dodin Bouffant)’</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xkR1GYCnQq">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yRBCrwaVPz"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3665syzt.jpg" data-org-width="970" dmcf-mid="8QIDjNdzQ9"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3665syzt.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WVFkagRu67" dmcf-ptype="general"> 아침에 일어나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바로 그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말이 있지요. 영화 ‘프렌치 수프’(트란 안 홍 감독, 2023년) 속의 여주인공 외제니(줄리엣 비노쉬)는 텃밭에 나가 오늘 아침 식탁에 쓰일 채소를 골라 오더군요. 내 경우엔 어떤가 생각해봤어요. 그날그날 다르지만 신문을 집어와 무심히 읽거나 마무리 못 한 글을 허겁지겁 쓰거나 아니면, 커피를 마셨네요.<br><br> 오늘 아침엔 아마도 모두가 뉴스부터 확인하고 있지 않을까 생각돼요. 어젯밤 느닷없는 뉴스에 어떤 이는 국회 앞으로 달려갔고, 어떤 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부지런히 자신의 의견을 올렸으며, 하던 일을 계속한 사람도 있었죠. 어젯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도 못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그러다 또 외제니를 생각했어요. <br><br><strong>(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strong><br><br> 외제니는 요리하는 사람이에요. 자신이 하는 일과 꼭 붙어 있지요. 외제니를 보면서 ‘노동 소외’라는 말을 이해했어요. 노동 소외가 일어나지 않는 유일한 현장이 있다면 바로 외제니의 시공간이구나, 싶었거든요. 재능과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일을 사랑하는 사람 곁에서 그를 위해 할 수 있었다는 것,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열정을 쏟아부은 작업의 가치를 알아주는 사람들이 있고, 그 뒤를 잇고자 하는 총명한 제자가 있었죠. <br><br> 오늘의 손님들이 식사를 마치고 부엌으로 찾아와 찬사를 보내요. “당신은 예술가예요.” 왜 같이 식사하지 않느냐며 같이 먹으면 좋을 텐데, 하고 말하는 손님들에게 그녀는 이렇게 말하죠. “저는 여러분이 드시는 음식을 통해 대화해요. 그거면 충분하답니다. 드신 음식들은 저도 다 먹었어요. 그 가자미도 먹었죠. 아침 일찍 배달됐을 때 먼저 다 맛봤어요. 냄새 맡고 뒤집고 어루만지고. 그 모든 순간이 이 부엌에서 이루어지죠. 속속들이 다 알아요. 그 색깔, 그 식감, 그 맛을요.” <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YZOPV2uS8u"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5026pzrr.jpg" data-org-width="970" dmcf-mid="6vr4Kb0C8K"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5026pzrr.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GOouFtWA4U" dmcf-ptype="general"> 도댕은 완벽한 식사의 이상형을 추구하는 사람이에요. 미식계의 나폴레옹이라 불릴 정도로 그는 미식의 새로운 지평을 향한 도전을 멈추지 않지요. 그가 추구하는 미식은 복잡한 것이에요. 인류의 역사가 응축된 요리가 담긴 접시들이 각각의 테마 아래 하나하나 제시되면서 한 입 삼키고 한 모금 마시는 순간마다 독립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동시에 전체적으로 조화로운 여정이 되어야 하죠. 새로운 요리사와 식당들을 섭렵하는 여행을 다니고 친구들과 치열하게 토론하고 식재료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쌓아가며 미식의 최전선을 정복해온 도댕의 경험은 외제니의 손끝에서 작품이 되어 나와요. 그 작품들이 식탁 위에서 또 다른 창조와 소통의 순간들을 이루어내지요.<br><br> 도댕이 대충 말해도, 때로 말하지 않아도 외제니는 잘 알아들었어요. 때론 모르고도 해내는 순간들이 있었어요. 도댕의 의도는 외제니에 의해 창조적으로 실현되었죠. 기대한 대로 흡족했고, 생각한 것보다 참신했어요. 맛보면 맛볼수록 그리워하게 되었죠.<br><br> 프랑스의 시골, 커다란 호숫가에 자리한 오래된 성, 그곳의 널따란 부엌이 외제니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입니다. 커다란 들통, 다양한 크기의 팬과 음식에 닿기만 해도 맛이 우러날 것 같은 주걱들 그리고 새벽부터 늦은 저녁까지 하루의 다채로운 햇살이 은총처럼 쏟아지는 창가까지 부엌의 구석구석 모든 것이 완벽하지요. 이곳에서 외제니는 도댕이 정한 메뉴를 완벽하게 창조해내는 요리사로 20년을 일해왔습니다.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외제니에게 주는 급료는 충분한지 그런 건 알 수 없어요. 어쩌면 그 20년 동안 서로에게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주고 그 결합이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맛을 함께 경험해온 거예요. 부부이라는 관계로 규정짓지 않았기에 완벽했던 결혼생활이었죠.<br><br> 인생의 가을에 외제니와 나는 결혼할 거라고, 도댕은 친구들을 모아놓고 말했지요. 그런 선언이 친구들을 행복하게 했다는 것이 외제니에겐 더 중요했죠. 그녀에게 결혼이라는 형식은 중요하지 않아요. 그녀는 이미 그 내용을 다 가졌으니까요.<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HHm89Kphxp"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6569jcpg.jpg" data-org-width="970" dmcf-mid="Pu7sEkLK8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6569jcpg.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영화 ‘프렌치 수프’의 한 장면.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X7YLeRf5x0" dmcf-ptype="general"> 얼마 후 외제니가 채소밭에서 쓰러져요. 이전에도 몇 번 전조는 있었어요. 부엌에서 요리하던 외제니가 휘청, 하고 균형을 잃을 때가 있었죠. 매일매일 요리에 자신의 모든 걸, 어쩌면 그 이상을 쏟아부었기에 전혀 이상할 게 없는 일이죠. 외제니는 알 수 없는 병을 지니고 급격히 스러져가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잃지 않았어요. 자신은 언제나 한여름이라고 하면서요. 가을이 오면, 하고 도댕은 짐짓 외제니와의 미래를 그리지만 외제니의 모든 것은 오늘 만들어내는 접시 위에 언제나 한여름처럼 존재했어요.<br><br> 외제니에게 도댕은 그 한여름의 모든 순간을 지켜주는 태양이었어요. 외제니와 가을과 겨울을 함께할 기회가 없다는 걸 눈치채고서야 도댕은 외제니를 식탁 앞에 앉혀놓고 자신이 받아온 대접을 그녀에게 돌려줘요. 그녀가 먹는 모습을 그렇게 최초로 지켜보게 되는 거죠. 과학자처럼 분석하고 의사처럼 관찰하고 시인처럼 표현해요. 현란한 수사 가득한 말도 듣기 나쁘지 않았지만 외제니에게 영감을 준 건 그가 마지막 접시 위에 놓은 배조림 하나였죠. <br><br> 그날 밤 로댕은 외제니의 침실에서 조금 전 자신이 접시 위에 그린 그림이 완벽하게 구현된 걸 봐요. 로댕의 무의식이 그린 욕망의 원형까지 읽을 줄 아는 외제니. 그래요, 사람들은 오랜 시간 신명을 바친 어떤 일을 통해서 자기도 모르게 신적인 영역으로 초월하는 순간들을 맞이해요.<br><br> 도댕이 기획하는 식사의 원형을 외제니가 구현해내는 시간이 쌓여간 세월 동안 도댕도 몰랐죠. 어느 지점에선가 이미 역전해 있었다는 걸. 도댕의 기획을 외제니가 실현하는 게 아니라 외제니가 상상해낸 것의 구현물이 도댕일 수도 있었죠. “난 당신이 조용히 방에서 나오는 걸 상상했어요. 당신은 계단을 올라온 다음 오른쪽으로 돌아 복도 끝까지 가서 뒷계단을 이용해 내가 있는 층으로 왔죠. 그리고 몇발짝 더 움직여 내 방문 앞에 섰어요. 그리고 마침내 내 방문 손잡이에 손을 올렸죠. 단 두 번. 수년간 내 방문을 여는 당신 모습을 상상했을 때 실제로 문이 열린 횟수예요.” 그리고 도댕은 외제니가 더이상은 그런 순간을 그려낼 필요가 없는, 도댕의 방 자신의 침대에서 숨을 거둔 외제니를 보게 돼요.<br><br></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ZGr4Kb0CP3"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그린나래미디어 제공"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7949ndul.jpg" data-org-width="896" dmcf-mid="QsTJxQ9H8B"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12/04/hani/20241204115517949ndul.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figcaption> </figure> <p dmcf-pid="5Xs629Ul8F" dmcf-ptype="general"> 외제니가 그렇게 한여름 같은 삶을 마감하고 떠난 뒤, 도댕에겐 새로운 요리사가 필요했죠. 외제니를 대체할 사람은 없을 것이 분명하니 어느 정도는 체념했지만 그래도 친구들의 격려에 힘입어 시도를 해봐요. 하루는 시험을 보러 온 요리사에게 도댕이 이런 문제를 내죠. “이 포타주는 자기만의 자연적인 특성을 간직해야 해요. 소나타의 진행을 떠올리게 해야 하죠. 힘과 조화가 한데 어우러진 가운데 각각의 테마가 고유의 생명력과 풍미를 가지고 있어야 해요.” 시험을 보러 온 요리사는 앞치마를 벗고 나가버리죠. 이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요리사가 과연 존재할까요?<br><br> 고개를 설레설레 젓고 있는데 글쎄 나타나긴 하더라고요. 도댕과 그의 친구들이 매의 눈과 치타의 발로 찾아내서가 아니라 그들이 그리워하기 때문에 나타나는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원하던 어떤 맛이 기적처럼 그의 앞에 당도한 거죠. 신 앞에 그의 신자가 도착하듯이, 인간이 자신이 섬길 신을 찾아내듯이, 그리워하던 그 맛이, 그의 새 요리사가 문을 두드려요. 어쩌면 외제니가 떠난 후 잃었던 입맛이 돌아온 것뿐인지도요.<br><br> 당신이 나의 기원인지, 내가 당신의 기원인지 우리는 알 수 없지요. 당신이라는 태양 아래 나의 계절을 유감없이 살아내기. 그것이 지금 내가 꿈꿀 수 있는 전부라고, 이 아침에 생각해요. 어젯밤의 혼란과 오늘 아침의 공허함도 우리가 상상해낸 어떤 것이 만들어낸 걸 거예요. 더 멋진 어떤 것을 당신과 함께 힘껏 상상해보고 싶어요. 지금 이 순간이 인류가 이어온 삶이라는 수프의 첫 모금이라는 감각을 잊지 않고 싶어요.<br><br> 영화 칼럼니스트 이하영 ha0282@naver.com</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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