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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김종석의 그라운드] 1000만 관중과 조기탈락...한국 야구의 두 얼굴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
2024-11-20 09:42:00
<div><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11/20/0000010346_001_20241120094210107.png" alt="" /><em class="img_desc">프리미어12에서 만루홈런을 친 KIA 인기스타 김도영. 한국 프로야구 정규시즌 첫 1000만 관중 돌파라는 쾌거를 이뤘지만 이번 대회 슈퍼라운드 진출 실패의 수모를 떠안았다. WSBC 홈페이지</em></span><br><br></div>한국 야구대표팀이 2024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조별리그에서 탈락했습니다. 예선 통과에 실패하며 조기 하차의 쓴맛을 본 것이죠. 일찌감치 일본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 티켓 확보에 실패한 대표팀 선수들은 19일 무거운 표정으로 귀국했습니다.<br> <br>프리미어12 초대 챔피언에 올랐던 한국은 2회 대회 때는 준우승을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회에서도 애초 4강 이상의 성적을 목표로 삼았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습니다. 조별리그 3승 2패, 조 3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지난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만회한다는 각오였지만 메이저 국제대회 2연속 조별리그 탈락에 그쳤습니다.<br> <br>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한국 야구는 올해 프로야구에서 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1000만 관중 돌파라는 신기원을 이루며 역대급 르네상스를 맞았다는 평가가 나왔습니다. <br> <br>하지만 일본, 대만에 밀려 아시아 삼류 신세로 다시 떨어지는 수모를 떠안았습니다. 대만에는 선발 고영표의 조기 붕괴 탓에 3-6으로 패한 뒤 한일전에서는 일본 투수를 상대로 삼진을 17개나 허용하며 무너졌습니다. 몇 박자 늦은 투수 교체 타이밍이 화를 불렀습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11/20/0000010346_002_20241120094210159.png" alt="" /></span><br><사진> 프리미어12에서 한국 야구대표팀을 이끈 류중일 감독. KBO 홈페이지 캡쳐<br><br>참극의 이유로는 얇아진 선수층이 지적됩니다. 문동주와 노시환(이상 한화), 박세웅(롯데), 강백호(KT) 등 항저우 아시안게임 우승 주역들이 부상과 병역특혜에 따른 기초군사훈련 참가 등을 이유로 불참했습니다. 원태인과 구자욱(이상 삼성) 손주영(LG) 등도 대회를 앞두고 다쳐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했습니다. <br> <br>프로야구 관계자들은 최근 ‘국제경쟁력=국내리그 흥행’이라는 등식이 성립하지 않고 있다는 데 위안으로 삼을지 모르겠습니다. 과거 한국 야구는 국제무대에서 탁월한 성적을 내면 국내 프로리그에도 폭발적인 관중 증가로 이어지곤 했습니다. 한국 야구대표팀이 전승 금메달 신화를 썼던 2008년 베이징 올림픽과 제1, 2회 WBC 선전을 전후로 국내 프로야구 정규시즌 관중 수는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게 대표적입니다. 2008년 500만 관중을 다시 회복하며 2010년대 들어 야구장에는 순풍이 불었습니다. <br> <br>한국 야구는 2021년에 열린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7경기 3승 4패를 기록해 6개국 가운데 4위에 머물며 노메달에 그쳤습니다. 지난해 열린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선 졸전 끝에 일본에 4-13으로 대패한 것은 물론 호주에게도 7-8 역전패를 당하며 대회 3회 연속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었습니다. 그래도 프로야구 관중 수는 꾸준히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습니다.<br> <br>이번 프리미어12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세대교체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들었던 멤버들이 다시 한번 기대를 모았으나 결과는 나빴습니다. <br> <br>병역 혜택이 걸려 있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과 달리 젊은 선수들의 동기부여도 덜 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군대 문제를 해결해야 대박을 향한 패스트트랙에 오를 수 있으니 말입니다. 가뜩이나 숨을 헐떡이며 장기레이스를 막 마친 뒤 다시 프리미어12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의 발걸음은 무거워 보였습니다. 올해 KBO리그 선수 평균은 1억550만 원이며 대만 야구 선수 평균 연봉은 그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습니다. 스토브리그에서 수십억, 수백억 몸값이 오가는 KBO리그의 지나친 거품론이 새삼 수면 위로 올랐습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11/20/0000010346_003_20241120094210197.png" alt="" /></span><br><사진> 해외에서도 큰 인기를 끈 KIA 치어리더의 삐끼삐끼춤. 인스타그램 캡쳐.<br><br>해외에서는 한국 야구장에 젊은 여성 팬이 몰리는 모습에 주목하며 마치 야구 스타를 예능 아이돌로 간주하는 것 같다고 하기도 하더군요. 공연이나 영화 관람보다 프로야구가 저렴한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가성비 좋은 콘텐츠로 여기기도 합니다. 프로야구는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됐다는 해석도 나옵니다. 전염병 여파로 정규시즌 관중 수 32만8317명. 경기당 456명이라는 기록적인 수치를 찍었지만, 직관에 목말랐던 관중의 발걸음이, 특히 20·30세대와 여성 관중이 몰려들면서 야구장은 인산인해를 이루게 됐습니다.<br><br>KBO 관계자는 "세계 최초로 도입한 자동 투구 판정 시스템(ABS) 도입 효과도 크다고 보고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도 볼·스트라이크 판정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대단히 컸는데, 이러한 부분이 사라졌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또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도 긍정적 효과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br><br>KBO가 CJ ENM과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을 맺으면서 '숏폼(짧은 영상)' 등에 대한 제작 제한을 풀면서 야구가 젊은 팬층에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KIA 투수가 상대 타자를 삼진 아웃시킬 때 치어리더가 추는 일명 ‘삐끼삐끼춤’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알고리즘을 장악하며 시청자 수백만 명의 흥미를 끌고 있다”라면서 “실제 유명 인플루언서와 해외 팬들이 이 춤을 추는 영상을 SNS에 올리고 있다”라고 전하기도 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11/20/0000010346_004_20241120094210229.png" alt="" /></span><br><사진> 프리미어12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한화 오른손 투수 김서현. 한화 홈페이지 캡쳐.<br><br>다만 야구 전문가 P씨는 “이번의 경우 탈락했으나 주요 관심사인 어린 선수들의 성장세 같은 위안이 될 만한 요소들이 있었다. 과거에는 이런 걸 그리 가치 있게 보지 않다가 최근에는 그 하나하나의 서사에도 관심 혹은 전문적 식견들이 늘어난 게 아닌가 싶다. 김도영(KIA), 김서현(한화), 윤동희(롯데) 등이 대표적이다”라고 긍정적인 해석을 내놓았습니다. <br> <br>1997년 프로농구 출범 후 도입한 외국인 선수 제도는 국내 선수의 침체를 유발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가 골 밑을 지배하면서 국내 중고 농구부에서는 센터 포지션을 꺼리는 분위기가 일었죠. 한국 농구의 전설로 불렸던 한 원로는 “외국인 선수 제도를 다시 초창기처럼 장신 1명, 단신 1명으로 되돌릴 필요가 있다. 국내 선수의 입지가 줄어든다는 이유로 외국인 선수를 줄였지만, 오히려 전반적인 농구 수준을 떨어뜨리는 악수가 됐다. 한 경기 팀 득점이 50점대에 머무는 농구를 누가 보겠는가?”라고 말했습니다. 여자프로농구 역시 2000년대 초반 WNBA 출신 거물 들이 외국인 선수로 뛸 때 오히려 국내 리그 실력과 인기가 최고였습니다. <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11/20/0000010346_005_20241120094210259.png" alt="" /></span><br><사진> 만원 관중으로 가득찬 잠실야구장. 2030세대와 여성 관객이 흥행몰이를 주도하고 있다. LG 홈페이지 캡쳐<br><br>야구 역시 외국인 선수 제도가 국제경쟁력 저하를 촉발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승부의 결정적인 요소로 꼽히는 선발투수의 경우 외국인 선수가 1, 2선발 자리를 독식하면서 토종 선발 역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죠. 반면 국내 구원투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는 기현상까지 벌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선수 제도의 개선 요구가 커지는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샐러리캡 적용을 받는 외국인 선수를 3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대신 중남미의 가성비 높은 외국인 선수를 뽑도록 하는 방법도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습니다.<br> <br>미국 야구 특파원 출신의 언론인 B씨는 “KBO 전력 강화위원회의 멤버를 KBO 내부에서 뽑는 것이 아니라 더욱 새롭고 진취적인 새로운 위원들로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B씨는 또 “일회성 쇼와 같은 멕시코, 쿠바 초청 경기 같은 교육리그가 아니라 꾸준한 국제화를 위한 구체적인 계획 수립 및 실행 그리고 나아가 축구 A 매치와 비슷한 국가별 친선 경기 또는 특정 명문구단의 한국 투어를 구상해서 경기력 향상과 국제기구들과 더욱 짜임새 있는 관계 형성이 필요하다”라고 조언하더군요. <br> <br>프로야구뿐 아니라 국내 대부분 프로 구기종목의 국제경쟁력은 적신호가 켜진 지 오래입니다. 지난 2024 파리올림픽 때는 단체 구기종목 가운데 유일하게 여자 핸드볼만 출전했었죠. 그나마 예선 탈락했습니다. 한때 여자 핸드볼은 올림픽 금메달과 우생순 신화를 써 내려가며 감동의 주인공 역할을 자주 했습니다. 여자배구 역시 19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구기종목 최초로 동메달을 딴 뒤 도쿄올림픽에서도 4강 진출의 쾌거를 이뤘죠. 올림픽에 나가지 못하면 이상했던 남녀 하키도 이번에는 예외였습니다. <br> <br>출생률 감소로 뛰어난 신체조건을 가진 중고 운동선수를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가 됐습니다. 어설픈 학습권 보장과 최저학력제는 오히려 학생 운동부에서 공부도 운동도 둘 다 놓치는 빌미가 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를 맞아 귀화 선수 확보를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완화도 필요해 보입니다. <br> <br>문화체육관광부(장관 유인촌)는 구기종목 육성을 위한 지원 방안 마련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문성은 대한민국농구협회 사무처장은 “구기종목의 올림픽 출전이 떨어지면서 국민적인 관심도가 떨어지고 시청률 저하와 관련 산업 매출에도 안 좋은 영향을 줬다”라고 말하더군요. 한 치킨 업체 임원은 “축구, 배구 같은 구기종목이 올림픽에 나가야 치맥도 잘 팔리는 법인데. 이번 파리올림픽에서는 과거와 같은 특수가 없었다”라고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br> <br>정부가 야심 차게 도입한 일부 구기종목 승강제도 실효성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엘리트 스포츠 선수들의 승강제 참여를 독려하고 초중고 레벨에서 승강제를 시행해야 우수 선수 조기 발굴과 진로 다양화를 유도할 수 있습니다.<br><br><span class="end_photo_org"><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481/2024/11/20/0000010346_006_20241120094210279.png" alt="" /></span><br><사진> 2016 리우올림픽 여자골프에서 금메달을 딴 박인비. 은메달 리디아 고, 동메달 펑산산. IGF홈페이지<br><br> 국제대회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든 국내리그 관중만 꽉꽉 들어차면 그만이라는 생각은 위험해 보입니다. 세계 정상을 호령하던 한국 여자골프는 한때 우승을 밥 먹듯 한다던 미국 LPGA투어에서 승전보가 뚝 줄어들었습니다. 해외에 나가는 대신 온실 같은 국내에 안주하려는 경향이 짙어진 데다 LPGA투어 상금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뛰어난 신체조건과 기량을 갖춘 외국 선수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설 땅을 점점 잃었기 때문입니다. 박인비가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골프 금메달을 딴 뒤 한국 여자골프는 2020 도쿄올림픽과 2024 파리올림픽에서는 노메달에 머물렀습니다.<br> 한국 야구는 앞으로 주요 국제대회를 앞두고 있습니다. 2026년 WBC,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줄줄이 열리고 2028년 LA 올림픽에서는 야구가 다시 정식종목으로 부활합니다. 속된 말로 이번 프리미어12가 쓴 예방주사가 되기를 바랍니다. <br> 류중일 야구대표팀 감독을 과거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최강 삼성을 이끌던 시기였습니다. 류 감독은 “프로 입단한 선수들조차 기본기가 한참 부족하다. 학창 시절 야구부에서 대회 성적에만 집착하다 보니 정작 배워야 할 걸 못 배우고 있다”라고 말하더군요. 류 감독은 최근 대만 현지 인터뷰에서 “대만은 어린 선수들을 일찍 미국으로 보내는 시스템이 자리 잡았다. 반면 우리는 유망주의 해외 진출을 가로막는 실정이다. 이게 한국과 대만의 전력 차로 나타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여자골프의 현실과 비슷해 보입니다. <br><br><사진> 미국LPGA투어 도전에 나서는 윤이나. 박태성 작가 제공<br><br> 이번에 LPGA투어 퀄리파잉테스트를 통해 미국 무대를 노크하는 윤이나의 도전이 더욱 예사롭지 않아 보입니다. 오구 플레이 징계 경감 후 올해 필드에 복귀한 윤이나의 해외 진출 선택을 곱지 않게 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특혜를 받고도 국내 투어에 남아 보은하기는커녕 자신의 앞날만을 위한 결정이었다는 거죠. 하지만 KLPGA투어 3관왕에 오른 윤이나가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내딛는 발걸음에 오히려 박수를 보내도 부족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윤이나의 LPGA 성공 가능성도 높게 예측하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최근 LPGA투어에서 우승한 김아림, 유해란, 양희영 등의 피지컬은 어디다 내놓아도 밀리지 않을 정도입니다. 윤이나도 마찬가지고요. <br> 한 프로야구 구단 대표 출신 A씨는 “프로야구 흥행과 국제경쟁력의 상관관계는 여전히 있더라고 보는 데 그 반영 주기가 길뿐인 것 같다. 계속 이렇게 몇 차례 지면 분명히 타격이 올 것이다”라면서도 “다만 흥행성이 선수 개인별 팬덤으로 변하는 현상이 있어 이번 패배에도 주요 선수들의 활약에는 안도하거나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등 좀 다른 현상이 섞여 있긴 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여자배구의 인기를 능가했던 남자배구는 요즘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 역시 월드 클래스에서 한참 멀어지는 대표팀의 경기력이 꼽히고 있습니다. <br> 최근 테니스 동호인들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골프장 부킹난처럼 테니스 코트 잡기가 전쟁에 비유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한국 테니스 엘리트 선수의 경기력은 곤두박질치고 있습니다. 투어 레벨 대회 출전도 쉽지 않습니다. 해외 코트에서 펄펄 나는 한국 테니스 선수가 존재한다면 국내 테니스붐에 기름을 부을 수 있지 않을까요.<br> 국내리그 흥행 열기에 잔뜩 도취되 국제무대에서는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현실을 좌시해선 안 될 일입니다. 언젠가 우물마저 말라버려 개구리 한 마리도 살아남기 힘든 환경이 될 수도 있습니다.<br> <br>김종석 채널에이 부국장(전 동아일보 스포츠부장)<br> <br><br>[기사제보 tennis@tenni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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