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장동건,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배우 장동건이 아버지의 입장으로 돌아온다. 영화 ‘보통의 가족’(감독 허진호)에서 아들의 충격적인 범죄 때문에 평생 지켜온 정의와 소신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 ‘재규’로 분해 묵직한 두시간을 선사한다.
“저도 자녀가 있어서 그런지 영화 촬영을 하면서 하기 싫은 상상을 해야해서 곤욕이었어요. 배우들끼리도 쉬는 시간 ‘실제라면 어떡할래’라고 이야기하기도 했는데, 모두 결론을 내리지 못했죠 그 상황이 닥쳐봐야 알 것 같고, 아무리 상상해도 답을 낼 수가 없더라고요. 극중 아들과 연기할 땐 제 아들이 투영돼 죄책감이 느껴지기도 했고요. 촬영한 다음엔 ‘퉤퉤퉤’ 하기도 했어요. 하하. 정답이야 ‘아들 자수시켜 광명찾자’가 되겠지만, 실제로 그렇게 할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싶던데요.”
장동건은 최근 스포츠경향과 만난 자리에서 ‘보통의 가족’으로 6년 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오는 소감, 김희애와 함께한 작업기, 나이가 들면서 달라진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 ‘보통의 가족’ 속 한 장면.
■“김희애와 부부 연기, 상상도 못했어요”
그는 극 중 김희애와 연상연하 부부로 등장한다. 어릴 적엔 둘이 부부 연기를 할 거라곤 상상도 못했다는 그다.
“나이를 떠나서 경력 차이가 어마어마하니까요.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 책받침 여신이 김희애 선배였거든요. 막상 부부 연기를 맞춰보니 워낙 관리도 철저하게 해온 선배라 큰 우려가 되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옛날 얘기도 많이 하니, 사람들이 잘 모르는 시대를 함께 관통해온 동료 같은 느낌이 나던데요.”
배우 장동건,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이번에 함께 연기하면서 김희애의 열정과 성실성에 대해 감탄했단다.
“신인처럼 열심히 연기해요. 신인 배우도 저렇게까지 열심히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그 정도로 연기를 준비해와요. 연기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런 게 아니면 자기 촬영도 아닌데 저렇게 매번 열연을 하겠어요? 그러면서도 자신의 연기를 체크하는 것 같은데, 카메라가 자신을 찍던 말던 즐기면서 연기를 하는 게 놀라웠어요.”
전작들과 달리 자신과 딱 붙어있는 캐릭터라 연기하면서도 후련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전 늘 캐릭터를 심화한다는 마음으로 더 좋은 걸 만들어보려고 노력하는데, 돌아보면 자기 반복을 ‘심화 과정’이라고 착각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번 작품은 기존 연기 방식과 근본적으로 달라졌고, 캐릭터성을 제 안에서 찾아야 해서 배우로서 더 자유로워진 느낌도 들었어요.”
배우 장동건,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최근 아들과 ‘태극기 휘날리며’ 재개봉 관람, 뿌듯했어요”
영화 주제 때문에 아들에 관한 이야기로 흘렀다. 최근 재개봉한 ‘태극기 휘날리며’를 아들과 함께 보며 묘하게 벅찬 감정이 들었다고 했다.
“그동안 극장에서 보여줄 만한 제 영화가 없었는데요. 이번에 ‘태극기 휘날리며’가 재개봉한다길래, 아들과 함께 가서 봤어요. 엄청 감동있었나봐요. 며칠동안 그 여운을 갖고 지내더라고요. 또 아빠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졌고요. 물론 일주일 정도였지만요. 하하. 저 역시 뿌듯했는데요. 한편으론 앞으로 이렇게 보여줄 수 있는 다른 작품들도 더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죠. 이번 영화를 찍으면서 제 자신에 대해 많이 돌아보게 됐는데요. 그동안 안 해본 연기들, 감추고 있던 모습들, 그럼에도 사람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는 것들을 꺼내서 연기하다보니 저 역시 재밌었거든요. 앞으로 어떤 역을 하게 될지 모르지만 나에 대한 새로움을 느끼면서 연기하고 싶어요.”
배우 장동건, 사진제공|하이브미디어코프
그는 실제 어떤 아버지일지 궁금했다. 극 중 ‘재규’처럼 아들의 학폭 피해를 알게 됐을 때 어떻게 행동할지 물었다.
“심정적으론 아들의 편이 되어주고 싶겠지만, 말은 그렇게 못 할 것 같아요. 아마도 ‘너도 똑같이 폭력으로 대응하지 않은 건 정말 칭찬해주고 싶다’ 정도로 말하겠죠. 이런 말을 준비해야하는 현실이라는 게 참 씁쓸한 것 같아요.”
아버지가 된 이후 배우로서도 변화를 겪었다고.
“배우로서 조금 더 자유로워진 느낌이에요. ‘이것까지 포기하지 않으면 안 될까’하는 것들까지도 많이 내려놓고 있는데요. 오롯이 배역에 조금 더 들어갈 수 있다면 포기할 수 있는 마음이,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긴 것 같아요. ‘보통의 가족’에도 자연인으로서 제 모습이 담겨서 낯설고 놀라기도 했는데요. 제가 동생인데 설경구 선배보다 더 나이들어보인다고 농담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나를 내려놓으니 일이 더 잘 되고, 나중엔 감독만 믿고 모니터도 안 보게 되더라고요. 하하.”
이다원 기자 edaon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매주 일요일 밤 0시에 랭킹을 초기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