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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투발루에 두 발로 선, 섬 나라의 삶까지 잠길 위기
온카뱅크관리자
조회:
5
2024-09-23 14:25:08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span style="color: rgb(0, 184, 177);">남종영의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span> (35) ‘사라진 투발루 노천 클럽’ 사건2</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U1A5ETlo8n">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u3EFrYTNPi"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여있는 남태평양의 투발루.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08774kahd.jpg" data-org-width="640" dmcf-mid="FJHzltZwxa"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08774kahd.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지구온난화에 의한 해수면 상승으로 수몰 위기에 놓여있는 남태평양의 투발루.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figcaption> </figure> <blockquote class="pretip_frm" dmcf-pid="7yiToswMPJ" dmcf-ptype="pre"> “홈스, 잘 있었나? 당신과 이 작은 섬나라의 보잘것없는 클럽에서 춤을 추던 옛날이 생각나는군. 나는 10년 넘게 운영한 노천 디스코장을 접으려고 하네. 마지막 춤을 추고 싶군. 보고 싶어.” -태평양에서 ‘불타는 투발루’가<strong>(☞34회에서 이어짐)</strong> </blockquote> <p dmcf-pid="yFu1AlIi4j" dmcf-ptype="general">이튿날, 늦잠을 잔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홈스 반장과 왓슨 요원이 투발루의 푸나푸티 시내로 산책하러 나갔어요.</p> <p dmcf-pid="WubpwWva6N" dmcf-ptype="general">“이상하네. 시내에 개미 새끼 한 마리 없네요.”</p> <p dmcf-pid="YXFGoswM6a" dmcf-ptype="general">(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p> <p dmcf-pid="GlWCxjg2Pg" dmcf-ptype="general">운동장 조회에 참석한 아이들로 텅 빈 교실과 복도처럼, 텅 빈 시내를 보며 왓슨이 말했어요. ‘투발루에서 가장 높은 건물’ 정부종합청사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죠. 홈스와 왓슨이 따라가 보니, 정부종합청사의 강당에서 ‘호주 이주 설명회’가 열리고 있었답니다. 국민 수백 명을 앞에 두고 투발루 총리가 이야기 중이었어요.</p> <h3 dmcf-pid="Hpq3ETloPo" dmcf-ptype="h3">투발루는 정말 사라질까</h3> <p dmcf-pid="XFu1AlIi6L" dmcf-ptype="general">“이제 미래가 열렸습니다. 매년 280명씩 차례대로 가면 2050년대에는 전 국민 이민이 끝이 납니다. 호주 정부와 성공적으로 협상을 마쳤고, 여러분이 호주에 가셨을 때 완전한 권리를 누리도록 했습니다. 건강보험도 적용되고 학업은 물론 일자리도 알선됩니다.”</p> <p dmcf-pid="Zq27sHWAxn" dmcf-ptype="general">누군가 강당 구석에서 손을 들고 발언 신청을 했습니다. 어젯밤 노천 클럽에서 외롭게 힙합 춤을 추던 소년이었죠.</p> <p dmcf-pid="598bh1XD6i" dmcf-ptype="general">“총리님, 그럼 우리가 지금 발 딛고 선 투발루는 어떻게 됩니까? 나라가 사라지는 건가요?”</p> <p dmcf-pid="16R4WU3IxJ" dmcf-ptype="general">총리가 타이르듯 말했습니다.</p> <p dmcf-pid="tubpwWva8d" dmcf-ptype="general">“아시다시피 기후변화에 관한 세계 최초의 양자 간 협정입니다. 해수면 상승에 관계없이 향후 두 나라는 투발루의 자주적인 지위와 주권을 인정하기로 협정에 명시했습니다.”</p> <p dmcf-pid="Fslr4LJqQe" dmcf-ptype="general">소년은 얼굴을 찌푸렸어요.</p> <p dmcf-pid="3SYhMAaV6R" dmcf-ptype="general">“그걸 믿습니까? 총리님께서 자꾸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사람들이 자꾸 조국을 떠나지 않습니까? 에메랄드빛 산호바다와 수천 년 동안 이어온 우리의 언어와 문화는 어떻게 되나요? 메타버스에라도 가상국가를 만드시겠습니까? 지금 우리 젊은이들은 춤을 출 곳도 없습니다.”</p> <p dmcf-pid="0RnxZB7v6M" dmcf-ptype="general">총리는 엄한 표정을 지었습니다.</p> <p dmcf-pid="pmhwfndzQx" dmcf-ptype="general">“학생, 이 섬은 2050년에 사라집니다. 우리는 그 사실을 직시해야 합니다.”</p> <p dmcf-pid="USYhMAaVPQ" dmcf-ptype="general">그때 한 중년 여성이 일어나 말했습니다.</p> <p dmcf-pid="uRnxZB7v8P" dmcf-ptype="general">“나는 고등학교에서 과학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뉴질랜드로 돈 벌러 떠난 학생들로 텅 빈 교실에서 교단을 지키고 있죠. 그런데, ‘투발루가 2050년 사라진다’는 얘기, 그거 정확합니까? 언론에서 떠드는 이 말의 출처를 찾아보니 한 논문이더군요. ‘투발루와 키리바시는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는 대표적인 태평양 섬나라다. 이 나라들은 2050년 사라질 것으로 추측된다…’ 한 논문을 인용했더군요. 그래서 그 논문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논문을 인용했더군요. 이런 식으로 인용이 인용의 꼬리를 물더군요. ‘2050년 사라진다’ 설의 최종 도착지가 어딘지 아십니까? ‘언론과 시민단체는 투발루가 2050년까지 거주 불가능해 사라지는 나라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는 문장이었어요. 죄송하지만 과학자들이 정식 논문으로 2050년을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외국 사람들에 의해 ‘기후변화 재앙의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을 뿐이라고요!”</p> <h3 dmcf-pid="7crjBMP346" dmcf-ptype="h3"><strong>기후 위기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strong></h3> <p dmcf-pid="zStYLmDx88" dmcf-ptype="general">한참 기후변화와 해수면 상승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과학 교사는 그래도 “투발루가 위험하지 않다는 얘기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투발루 평가 문건을 들어서 보여줬지요.</p> <p dmcf-pid="qCZTJDc6x4" dmcf-ptype="general">항공우주국이 2023년 6월에 낸 ‘해수면 상승 평가와 투발루에 대한 영향’이라는 제목의 얇은 보고서를 보면, 투발루는 지난 30년 동안 해수면 수위가 15㎝가 상승했습니다. 상승 속도는 날이 갈수록 빨라져 1993년 이후에는 연간 5㎜의 속도로 해수면이 올라가고 있고요, 2050년쯤이면 2005년 대비 약 20~30㎝가 상승할 거라고 보고 있어요. 2100년에는 0.5~1m 상승해, 일년에 100일 이상은 홍수가 날 거라고 해요.</p> <p dmcf-pid="BF9umGyj4f" dmcf-ptype="general">하지만, 과학 교사의 말처럼 언제 투발루 섬이 잠겨 사라진다는 얘기는 보고서에 없었어요. 다만 “매우 낮은 해발고도 때문에 2050년쯤에는 갈수록 더 많은 땅과 사회기반시설이 만조 수위보다 낮아질 것”이라고는 했죠.</p> <p dmcf-pid="bU4BC5HEQV" dmcf-ptype="general">기후변화는 투발루 경제를 망치고 있었어요. 해수면 상승의 첫 번째 위험은 지하수가 짠물이 되는 거예요. 바닷물이 섬 토양에 스며들어 타로나 코코넛 같은 작물을 재배하기 힘들어졌죠. 두 번째는 해수면 상승으로 인해 침수 피해를 보는 일이 잦아지는 겁니다. 만조 때 사이클론이 불면 큰일이 나고요. 과학 교사가 말했어요.</p> <p dmcf-pid="Kl1WnrEQx2" dmcf-ptype="general">“네덜란드는 국토의 상당 면적이 해수면 아래에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들은 여태껏 자연환경을 잘 극복해왔고, 기후위기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죠. 네덜란드가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죠? 기후변화가 우리 섬에 영향을 미치는 건 사실이지만, 나는 투발루에서 살고 싶습니다. 나는 투발루에서 투발루인이 되고 싶습니다.”</p> <p dmcf-pid="9Zq3ETlox9" dmcf-ptype="general">총리가 반박했어요.</p> <p dmcf-pid="2qQ2v31m8K" dmcf-ptype="general">“당신은 그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대다수 국민은 이주를 원하고 있습니다. 호주에는 가라앉는 섬보다 많은 기회가 열려있습니다.”</p> <p dmcf-pid="ViDazQ8tPb" dmcf-ptype="general">그때 구레나룻을 기른 기자가 손을 들고 물어봤어요.</p> <p dmcf-pid="f0VzOXYcxB" dmcf-ptype="general">“총리님, 그런데 조약을 보니 이런 조항이 있어요. ‘투발루는 다른 나라와 국방과 관련한 합의나 조약을 체결할 경우 호주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이거 무슨 뜻입니까?”</p> <p dmcf-pid="4NIE2JRu8q" dmcf-ptype="general">사람들이 웅성거렸어요. 과학 교사가 소리쳤어요.</p> <p dmcf-pid="8NIE2JRuQz" dmcf-ptype="general">“조국의 외교 주권까지 맡겨버리다니! 강대국의 기후 변화 소란에 휩쓸리더니, 이번엔 고래 싸움에 말려드는 꼴이군요!”</p> <p dmcf-pid="6Zq3ETloQ7" dmcf-ptype="general">투발루와 태평양 섬나라는 중국과 호주의 지정학적 관심 대상이에요. 중국은 태평양에 진출하길 원해요. 2019년 솔로몬제도와 외교 관계를 수립한 데 이어 2024년 7월에는 군사 협력을 강화하는 포괄적 전략 동반자 관계를 맺었죠. 반면, 태평양에서 정치적 주도권을 쥔 호주는 중국의 해군력 확장을 막고 싶어 해요. 호주 뒤에는 미국이 있고요. 네 개의 태평양 섬나라가 중국이 아닌 대만과 외교 관계를 맺고 있는데, 그중 하나가 투발루이죠. 이런 상황에서 호주는 중국 견제를 강화하는 대가로 투발루의 기후이주를 받아들이기로 한 거예요. 홈스가 손을 들어 발언 기회를 얻었습니다.</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PWpZNCsd6u"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투발루의 한 주민이 집에 물이 어디까지 차올랐는지 가리키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10208zzte.jpg" data-org-width="640" dmcf-mid="3GFSnrEQQg"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10208zzte.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투발루의 한 주민이 집에 물이 어디까지 차올랐는지 가리키고 있다.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figcaption> </figure> <h3 dmcf-pid="QsGlRcNfPU" dmcf-ptype="h3">이주 이후의 현실</h3> <p dmcf-pid="xbMfypFOPp" dmcf-ptype="general">“안녕하세요? 저는 한국에서 온 엉망진창 행성 조사반의 홈스라고 합니다. 총리님 말도, 과학 선생님 말도 옳습니다. 총리님은 차오르는 해수면을 보고 어떻게든 해야 한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반면, 과학 선생님은 기후위기에 아무 책임이 없는 투발루가 해수면 상승 피해를 입고, 더군다나 석탄 수출국인 호주가 선심 쓰는 양 기후이주를 받아들인다고 하는 대목에서 화가 났겠죠.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게 투발루의 피할 수 없는 숙명입니다. 그런데, 제가 발언 기회를 신청한 이유는, 공항 옆 노천 클럽 주인인 ‘불타는 투발루’(불투)를 찾고 있어서입니다. 여기 많은 분이 모여 계셔서 누군가는 알 수 있을 거 같은데… 잘 생기고 춤 잘 추는 아저씨 못 보셨습니까?”</p> <p dmcf-pid="y5B0DySg40" dmcf-ptype="general">불투의 이름이 나오자, 찬물을 끼얹은 듯 분위기가 싸해졌어요. 총리의 얼굴도 굳어지고요.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죠. 설명회가 끝나고 나오려는데, 과학 선생이 둘에게 다가와 말했죠.</p> <p dmcf-pid="W0VzOXYcP3" dmcf-ptype="general">“불투와 친한 친구라고 하셨죠? 불투는 ‘투발루에서 살기’ 운동의 지도자로, 이 나라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했죠. 노천 클럽을 미래세대의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 만들고자 했고, 작년에는 직접 타로 밭을 사들여 농사도 시작했어요. 그러다가 재수 없게도 킹 타이드에 당했어요. 바닷물이 클럽과 타로 밭을 휩쓸면서, 불투는 무뚝뚝하고 무기력한 사람이 됐죠. 뉴질랜드 오클랜드로 갔다는 소문이 있어요.”</p> <p dmcf-pid="YVJPHzUl6F" dmcf-ptype="general">“킹 타이드가 뭐죠?”</p> <p dmcf-pid="Gy0XaImext" dmcf-ptype="general">왓슨이 물었어요.</p> <p dmcf-pid="HXzFkvhL81" dmcf-ptype="general">“백중사리요. 일년 중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을 때가 되면 우리 투발루 사람들의 신경이 곤두서요. 파도가 높으면 섬 이곳저곳이 침수되죠.”</p> <p dmcf-pid="XMji0f9HQ5" dmcf-ptype="general">뉴질랜드의 수도 오클랜드는 세계 최대의 투발루 이민자 커뮤니티가 있는 곳이에요. 투발루 이민자가 사는 곳이라고 해봐야 뉴질랜드, 피지, 호주가 전부지만요.</p> <p dmcf-pid="ZwyIQNo9QZ" dmcf-ptype="general">홈스와 왓슨은 오클랜드에 갔어요. 수소문 끝에 불투의 행방을 재뉴질랜드투발루인협회장이 안다는 얘길 들었죠. 회장은 밤에는 사무실 청소를 하고 낮에는 투발루 이민자들을 위한 방송 ‘투발루의 소리’를 만드는 ‘투잡러’였어요. 홈스와 왓슨을 만나자, 그가 대뜸 물었어요.</p> <p dmcf-pid="5T3HgOrRQX" dmcf-ptype="general">“여기 오클랜드에 투발루 사람이 몇 명 사는 줄 아세요?”</p> <p dmcf-pid="1LrjBMP38H" dmcf-ptype="general">“4600명이라고 들었습니다만…”</p> <p dmcf-pid="tgscKexp8G" dmcf-ptype="general">“그 서너 배가 산다고 보시면 돼요.”</p> <p dmcf-pid="Fclr4LJq8Y" dmcf-ptype="general">“왜죠?”</p> <p dmcf-pid="3T3HgOrR4W" dmcf-ptype="general">“투발루 사람들은 한 가닥 희망을 품고 뉴질랜드로 건너와요. 하지만 부자 나라인 뉴질랜드가 취업비자나 영주권을 줄 리가 없죠. 그래서 관광비자를 받아 미등록 이주 노동자 생활을 해요. 이곳 오클랜드에는 그림자처럼 숨어다니는 투발루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p> <p dmcf-pid="04nxZB7v8y" dmcf-ptype="general">잠깐 숨을 고르더니 회장은 다시 이야기를 시작했어요.</p> <p dmcf-pid="pu8bh1XD4T" dmcf-ptype="general">“사실 투발루 사람들에게 흔한 일이에요. 가족 중 누군가 더 나은 일자리를 얻기 위해 뉴질랜드로 넘어와, 투발루에 남아있는 나머지 가족을 위해 송금하죠. 불투요? 그는 투발루 사람들이라면 모두 아는 친절하고 자신감 있는 친구였죠. 이민을 반대하는 친구였지만, 그조차 여기서 비자 없이 불법으로 머물고 있어요. 백화점 푸드코트에 가보세요. 거기서 청소하고 있을 거예요.”</p> <p dmcf-pid="U5B0DySgPv" dmcf-ptype="general">홈스와 왓슨은 푸드코트로 향했어요. 파란 앞치마를 두른 불투가 식탁을 행주로 닦고 있었어요. 홈스는 살짝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다가갔죠.</p> <p dmcf-pid="uVJPHzUl4S" dmcf-ptype="general">“저놈 잡아!”</p> <p dmcf-pid="7KR4WU3IQl" dmcf-ptype="general">갑자기 뒤에서 남성 세 명이 달려들었어요. 불투는 그들에게 행주를 던지더니, 식탁을 타고 넘어 도망쳤어요. 이민국 단속반이었어요. 불투가 사라진 쪽을 보며 홈스는 멍하니 서 있었죠.</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zPget9BW8h"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alt="투발루 환경난민 팔라 하울랑기 뉴질랜드 방송진행자.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11494vulh.jpg" data-org-width="640" dmcf-mid="0LEdU8VZx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11494vulh.jpg" width="658"></p> <figcaption class="txt_caption default_figure"> 투발루 환경난민 팔라 하울랑기 뉴질랜드 방송진행자. 류우종 한겨레21 기자 wjryu@hani.co.kr </figcaption> </figure> <h3 dmcf-pid="qjCDVie74C" dmcf-ptype="h3">투발루로 돌아가다 </h3> <p dmcf-pid="BLrjBMP3PI" dmcf-ptype="general">몇 달 뒤, 불투에게 메일이 왔어요.</p> <p dmcf-pid="b6oR1KqyxO" dmcf-ptype="general">“홈스, 오랜만인데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줘서 미안하네. 나는 다시 투발루로 돌아가기로 했어. 내가 없으면 투발루의 하나뿐인 노천 클럽을 누가 운영하겠나? 먼저 투발루에 가서 기다리고 있게. 멋진 여름휴가를 보내자고.”</p> <p dmcf-pid="KYU5jhOJPs" dmcf-ptype="general">홈스와 왓슨은 다시 투발루에 갔어요. 노천 클럽에서 수평선 너머로 지는 해를 바라봤죠. 꽃과 팔찌를 찬 아이들이 모여 투발루 전통춤인 ‘파텔레’(fatele)를 연습하고 있었어요. 과학 선생님이 타악기를 두드리면서 박자를 맞추었죠. 홈스가 말했어요.</p> <p dmcf-pid="9gscKexp6m" dmcf-ptype="general">“옛날이나 지금이나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건 선진 산업국가들인데, 이와 관련 없는 투발루 같은 섬나라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는군.”</p> <p dmcf-pid="2jCDVie7Pr" dmcf-ptype="general">왓슨이 고개를 끄덕였어요.</p> <p dmcf-pid="V5B0DySgxw" dmcf-ptype="general">“심지어 선진 산업국가들은 제3세계가 겪는 기후위기의 이미지를 소비하기까지 하죠. 하지만 여기에 와보니, 기후변화를 맞닥뜨린 투발루의 삶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는 걸 알았어요.”</p> <p dmcf-pid="fsGlRcNf4D" dmcf-ptype="general">왓슨은 투발루 경제에 대해 조사한 걸 설명했어요.</p> <p dmcf-pid="4fiQXquSxE" dmcf-ptype="general">투발루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입니다. 지형적 조건 때문에 석유와 식량, 목재, 공산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요. 수출도 합니다만, 거의 대부분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의 어업면허권을 다른 나라에 파는 데서 나와요. 이 수익이 2013년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의 45% 이상을 차지하죠. 외국에 나가 일하는 젊은 노동자들이 보내는 월급 또한 작은 섬나라를 지탱하는 데 필수적이에요. 2023년 기준으로 개인 송금은 투발루 국내총생산의 5% 가까이를 차지해요. 2012~2014년에는 8~10%에 이르기도 했어요. 왓슨이 말했어요</p> <p dmcf-pid="8h5yiwkPxk" dmcf-ptype="general">“이 나라의 젊은이들은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이 나라를 뜨는 거예요. 동시에 취약한 자연환경과 열악한 사회경제, 언론이 퍼뜨리는 기후재앙에 대한 심리적 공포에 떠밀려 이 나라를 뜨는 거고요. 그리고 그 젊은이들이 보내는 돈이 이 나라의 시한부 수명을 지탱하고 있고요.”</p> <p dmcf-pid="6pfqIZGkxc" dmcf-ptype="general">저 멀리서 바닷가를 걷고 있는 사람이 있었어요. 총리였지요. 그는 홈스와 왓슨을 알아차리고 반가운 듯 웃으며 다가왔어요.</p> <p dmcf-pid="PXbpwWvaxA" dmcf-ptype="general">“당신 친구 불투가 돌아온다지요?”</p> <p dmcf-pid="QKJPHzUl4j" dmcf-ptype="general">“네. 그렇습니다.”</p> <p dmcf-pid="xfoR1Kqy8N" dmcf-ptype="general">“아마 당신네 국민들은 이해 못 할 거예요. 투발루에선 10년에 한 번 찾아오던 홍수가 이제는 매년 찾아오고, 계절에 맞지 않는 기상 이변이 아무 때나 발생해요. 그러잖아도 열악한 투발루의 경제·사회적 토대는 이런 재난에 더 취약하지요. 그런 점에서 가족 중 한 명이 최후의 선택으로 나라를 떠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워요. 과거에 우리나라는 수집가들에게 우표를 팔았죠. ‘tv’라는 인터넷 도메인을 판 것도, 외항선원을 세계에 보내 송금을 받는 것도 투발루가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방식입니다. 호주와 협상해 이민을 보내는 것도요.”</p> <p dmcf-pid="yimAbRQ0Pa" dmcf-ptype="general">드디어 불투가 돌아오는 날이 됐어요. 온종일 비가 내렸어요. 홈스는 공항에 나가 오랜 친구를 기다렸어요. 어제부터 불기 시작한 사이클론이 만만치 않았어요. 먹구름을 뚫고 나타난 비행기는 강한 바람에 좌우로 흔들려 위태위태해 보였어요. 결국 착륙을 포기하고 동체를 들어 올려 구름 속으로 사라졌죠.</p> <p dmcf-pid="WkyIQNo96g" dmcf-ptype="general">비바람은 멈추질 않았어요. 바다에 있던 물이 거침없이 육지로 몰려오기 시작했어요. 킹 타이드였어요. 섬이 잠기기 시작했어요.</p> <p dmcf-pid="YS0XaImexo" dmcf-ptype="general"><strong>*본문의 과학적 사실은 실제 논문과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strong></p>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mcf-pid="GI1WnrEQ4L"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12710zolz.jpg" data-org-width="646" dmcf-mid="pjVE8oiB8L"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9/23/hani/20240923113512710zolz.jpg" width="658"></p> </figure> <p dmcf-pid="HsZTJDc6xn" dmcf-ptype="general">남종영 환경저널리스트·기후변화와동물연구소장</p>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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